등기 우편물 겉장에 빨간줄이 그어져 있다.
예감이 불길하더니

귀하에게 양도세 추징금 7,800만원이 부과 되었습니다.
이의가 있으시면 이의 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짧막한 사유가 우리 삶 속에 올무가 되면
그것은 두 줄로 써 내린 글처럼 그렇게 짧고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 교회가 종로 5가에서
지금의 중계동으로 이전하기 위해서
장소를 물색하던 중
현재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곳에 차려진
분양 사무실을 찾았다.
그 날 만난 분양 총 책임자는
건물주와 한 눈에 보기에도 동업자였고
그들은 사소한 일까지
서로 이마를 맞대고 의논하는 관계였다.

우리는 교회 성도 몇 명과 함께 가서
건물주와 분양 사무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계약을 했고
그 후 1차, 2차 중도금까지 3억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느날 분양 책임자는 미국으로 도주를 했다.
법적 건물주는 우리가 그 사람과 계약을 하고
그 사람에게 돈을 주었을 뿐
자신과는 계약이 없는 상태이고
자신은 우리에게 단 한푼도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세상 물정에 어두운 우리는
분양 사기에 걸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자리에서
목사님은 눈의 혈압이 터졌다.
성도들은 크게 실망했고
마음과 몸이 뿔뿔히 흩어졌다.
3억을 사기 당한
우리 교회는 무언가 다시 시도할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3년을 기도하고 이제야 옮기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기도가 부족해서도 아닐것인데...
과연 이 태산같은 장애를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돈은 우리에게 남겨진 돈의 전부였다.
남편이 신학 대학원을 졸업하던 날
나는 사업하던 모든 것을 끝냈다.
사업터, 기계, 물건등을 다 팔아 정리하니 3억이었다.
그 돈에서 단 1원도 남기지 않고
교회 건물을 구입하는데 다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을 분양 사기에 다 빼앗기다니!
나도 더 이상 지탱 할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절망의 끝에서 마지막 기도를 했다.

"주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우리는 단 1원도 없습니다.
어떻게 다시 교회를 세울 수 있단 말입니까?
보십시오. 주님!
1원도 없는 빈손입니다.
다 도둑 맞았습니다.
다 사기 당했습니다."

나는 두 손을 짝 펴며 빈손 임을 처절하게 절규하였다.

"교회는 누가 세우느냐?"

"주님이 세우십니다."

"너희가  세우는 것 아니고?"

"아닙니다. 주님이 세우십니다."

"아니야!
너희 교회는 아마 네가 세우나보구나.
그러니까 네 빈손이 문제가 되지않니?
교회를 주님이 세우는 것이 맞는다면
오히려 네 손은 빈손이여야 한다.
그래야 네 돈 눈꼽만큼 넣어 놓고
매일 계산하는 배은망덕하는 짓을 안하지."

불방망이가 가슴을 텅텅 때리며
나에게 계속 질책 했다.

"그래요 주님!
우리 교회는 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아무 것도 시도 된 것이 아니예요.
주님은 시작도 안했는데
우리는 다 끝났다고 울고 불고 한 거예요.
우리가 빈손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님이 온전히 다 맡아서 하실 것을 믿어요!."

나는 이것을 깨닫고 너무 기뻐서
펄펄 날아서 집으로 뛰어갔다.

"여보! 주님이 교회를 세우실거예요.
우리 돈이 단 몇 푼이라도 들어가면  
우리는 어쩌면 주님의 철저히 종이 되지 못할지도 몰라요.
괜히 우쭐거리고
가끔 주인 행세도 할까봐
그 돈을 다 없앤거예요.
주님이 우리 교회를 세우는 기발한 방법이 있을거예요."

모든 힘과 용기를 잃고
누워 있던 남편은
어리둥절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 날밤
우리 부부는 우리의 눈 앞에서
시퍼렇게 넘실거리는 홍해가
둘로 쫙 갈라지는 광경을
믿음의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성경을 읽다가
놀라고 또 놀란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할 때이다.
뒤에서는 강성한 애굽 군대의 창과 마병이 쫓아오고
앞에는 시퍼런 홍해의 물이 넘실거릴 때
오합지졸 이스라엘 백성은
죽음의 공포로 떨고 있었다.

아! 그 때 하나님은
홍해를 둘로 갈라서 바닷물을 벽처럼 서게 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바닷길을
육지처럼 건너게 하시는 장면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어려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은 이야기이지만
나는 성경의 그 장면 앞에 설 때마다
그 장엄한 하나님의 능력에 전율한다.

주님! 어떻게 그토록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으세요.
저 생각으로는 어디선가 많은 배를 몰아 오시던가
애굽 사람들이 추격하지 못하도록
말들이 탈이 나던가
사막에 가시 덤불이 길을 막던가 하는 정도의 생각 뿐이지
바다를 둘로 가르는 방법은 상상도 못했어요.
바다물 앞에서 구원하는 방법이
수많은 어선이 아니고
바다물을 둘로 가르는 방법이 있다니요!
그것은 오직 주님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예요.

나는 내가 감당 할 길이 전혀 없는
어려운 일을 당하면
주님! 이번엔 주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엇인가요?
이번에도 바다물을 둘로 가르십시오!
우리 하나님은 홍해를 둘로 가르시는 하나님이야!
이것은 나의 입버릇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빈손이었지만
주님은 그 곳에 교회를 우뚝 세웠다.

그런데 건물주와의 4년 재판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동안
등기가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이젠 국세청에서 양도세 추징금이라는 홍해의
바다물이 또 우리 앞에 넘실거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추징금 고지서를 들고
무작정 서초동 법원 앞에 갔다.
변호사 이름표를 달고 있는 건물마다
기웃 기웃 해 보았다.

나의 촌티가 물씬 나는 모양새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변호사를 수임 할 돈도 없으니
아무 곳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서
당당히 상담할 수도 없다.
알고 있는 변호사도 한 명도 없고 해서
막연히 변호사 사무실마다 두 시간을 서성였다.

말끔한 신사 한 분이
내 옆을 지나가다가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세요? "
처음으로 말을 건넨다.
상담 한 마디도 못하고
애간장만 태우고 있던 나는
그 분에게 불쑥 추징금 고지서를 내밀었다.

그 분의 사무실은
그의 모습과 똑같이
정갈하고 확실하고 체계적으로
정돈되어 있었다.

그 분은 나를 사무장에게 상담하게 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며 나의 장황한 사연을 들어 주었다.

" 이 일은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해야 하는 일이예요.
사모님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만한 사람들이
건축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국세청에게 거슬려
증언을 해 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서류 증거가 없이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
사모님은 결국 패소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세금에 대한 법정 이율이 연 25%이므로
재판하는 기간동안 세금이 계속 누적되면
시일이 경과 된 그 때에 변제하기가 무척 힘들텐데요.

"변호사님!
저는 이 재판에서 이기게 될거예요!"

내가 너무 확신있게 자신있게 대답하자
그 분은 무엇이 이 재판을 이기게 할 수 있느냐고
내 권세의 근원을 알고 싶은 눈치였다.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건물을  이중으로 사고 팔고 한 것이 아니고
서로 재판하는 동안 엎치락 뒤치락 한거예요.
그게 사실이라니까요
진실한 것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잖아요.
국세청도 진실앞에서는 이기지 못한다니까요.
국세청이 뭐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권세 인가요?
나에게는 하늘과 땅의 가장 큰 권세자가 내 편인걸요.
그 분은 나에게 진실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분이 누구 인데요?

"누구는 누구예요. 우리 하나님이지요.

"아~ 예~
하나님을  믿으시는 분이군요.
하지만 이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입니다."

"변호사님!
우리 하나님은요 계란으로도
바위를 깨뜨릴 수 있는 분이거든요."

그 분은 하도 기가 막히는지
푹! 하고 웃으면서

"제가 성심껏 도와 드리기는 하겠으나
소송 수임은 안하겠어요.
저는 계란으로 바위를 못 깨뜨리거든요." 한다.

"분명히 우리 하나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니
변호사님은 걱정 마세요!"

그 분은 수임료도 받지 않고
그 일의 시작을 국세 심판소에 이의 신청서를
작성해 주는 것으로 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