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때 밤하늘에 별이 총총한 시간까지 중학입시 공부에 시달렸던 시절,
      입학 시험날 인천여중(인일여고)정문에서 바라다 본 원형건물은 내게는 거대한 성이었다.
      그 성안에 무사히 진입하여 분수랑 가장 가까운 교실에서 1년을 보내던 그 때는
      분수가가 나의 생활의 중요한 방문처가 되었었다.

      쉬는 시간 10 분을 쪼개고 쪼개어 화장실을 번개처럼 다녀온 뒤
      친구들과 하는 고무줄놀이는 어찌 그리도 재미가 있던지
      팔짝팔짝 뛰어 오를 때마다 분수의 치솟은 물줄기가 지금도 내 눈에 어른거린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한층 한층 교실도 올라갔다.
      1년 내내 햇볕이 안드는 원형교실 쪽에서는 분수가 안 보여  틈이 나면 분수가를 일부러 찾아보곤 했다
      야외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등이 켜진 무대가 있던  한 여름 분숫가에서 울려퍼졌던 우리들의 노래소리...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뒤흔들던 합창대회날  밤의 노래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인일여고 언니들과 함께 조회를 설 때
      언니들의 모습은 왜 그리도 커다랗게 우리를 압도했던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언니들의 이름들
      교단 위로 상을 받으러 올라가던 언니들이 너무도 위대해 보여
      나는 아직도 그 이름들 중 많은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홈피에서 그 언니들의 이름이 올라올 때
      나는 인천여중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여중시절 그 언니들의 모습은 내게 또 하나의 거대한 큰바위 산이었었다.
      지금은 홈피에서 또 다른 큰바위산으로 우리 곁에 있는 듯하다면 말이 되나?

      해가 지도록 귀가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분수가에 모여서 불그레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삼삼오오 노래 불렀던 시간들
      웬 아이가 보았네 ~ 들에 핀 장미화 ♬

      입시공부에 시달리던 고 3시절
      공부하다 책을 든 채로 분숫가에 앉아서 나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그 생각에 골똘이 빠져 해가지는 줄도 몰랐었다.
      나는 왜 갑자기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는가

      교련이 학과목에 포함되었던 그 당시에
      화생방 훈련이라고 비닐을 뒤집어 쓰고 책상 밑에 숨었던 일도 떠오른다
      지금의 학생들도 그러한 것을 하나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그렇게 안하면 금방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아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훈련에 임했었다.^^

      홈피에만 들어오면 16세 여고시절로 돌아간다는 선배님들.........후배들
      인일홈피에 댓글을 쓰고 싶은데 가슴이 두근대어 못쓰고 있단 옆집출신 할아버님
      댓글은 커녕 읽기만 하는대도 얼굴이 벌개지고 수줍다고 하는 옆집뒷집 방문객들
      학교시절 담한번 못넘었는데 나이 들어 그 소원을 풀었다고 너스레를 펴는 유머만점 아저씨  

      이 곳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 시절을 자꾸만 추억하는 것은
      우리 마음에 학창시절이 너무도 아름다운 순간으로 각인되어 있어서 아닐까.
      요즘 우리들의 까마득한 후배들은 인일여고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작년 초여름 6월에
      인일여고를 방문하여 찍었던 분수동영상을 추억의 시간에서 가져와 본다
      추억은 지치고 고단한 삶의 우리들에게 윤기를 더해주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 4월 아침이다

      오늘 아침 msn으로 미국에 있는 인일동문과 이런 이야기를 잠시 해서 그런지
      분숫가가 못내 그리워  몇자 적어보았다.

      이제 곧 교정은 동영상에서처럼 연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