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벽지집에서 반액 세일은 한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신바람이 났다.
사무실로 쓰는 방에 도배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벽지를 10롤이나 사 가지고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계획에 없던 도배를 했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꽃 배달 왔어요!
교회에 와 있으니 어서 나와서 꽃받으세요."
난데없이 꽃을 받으라니...

"당신이 꽃을 주문했어요?"

"아니."
남편은 나보다 더 의아한 얼굴이다.

"그럼 누가 꽃을 보냈을까?

"아! 황집사님이 보냈나보다."

남편은 손에, 얼굴에, 옷에  
풀칠이 묻은 채로
교회로 향했다.

우리 교회는 꽃꽂이를 하지 못하고
꽃 화분을 양쪽에 놓는다.
그동안 꽃장식 헌신을 해오던 분이
황집사님이다.

그 분은 척추 장애인이다.
월계동 인덕 전문대 길가 노점에서
구두를 닦고, 열쇠를 정비해 주고
도장도 파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시는 분이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해보아도
수입이 넉넉치 못하여
화분을 곁들여 팔아 왔었다.
꽃 화분을 팔기 위해
구입해 오면 그 중에
가장 잘 피고 귀한 것을
교회에 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노점 단속도 심하고
화분 판매가 용이치 않아서 그 일을 그만 두셨다고 했다.

"교회에 꽃 장식은 이제 못하게 되었으니
그저 몸으로 봉사 할 수 있는 일을 시켜주세요.
열심히 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씀 하고도
이번 주일이 부활절 주일이니
마음이 아파서 꽃을 주문 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남편보다 한 발짝 뒤에
교회에 도착하니
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호접란이
두 개나  와 있는 것이다.
한 아름씩  소탐스럽게 피어 있는 화분을
강돗상 양쪽에 놓으니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신부가 입은
세마포처럼 순결한 순백이다.

그런데 화분 리본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예수 부활 하셨도다 할렐루야"
"인일여고 총동창회"

그것을 보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의 봇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남편도 한 동안 말을 못하고 있더니
"인일여고 동문이 보낸 것이었어.
부활절 첫 향품으로 주님께 드려진 것이네.
우리 교회에서 맞이한 부활절 중에
가장 귀한 꽃을 드리는 부활절이 되었어."

오늘 저녁
수요일 예배로 모인 성도들도
순백한 꽃으로 장식된 예배당을 보며
너무 기뻐서 모두들 울면서 예배를 드렸다.

나는 이번엔 이토록 귀한 꽃으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는
그 아름다운 손길이 누구인가 찾지 않으려고 한다.

오직
주님의 몸에 향유를 바르려고
아직 미명인 새벽에 주님을 찾아 갔던 마리아처럼
부활하신 주님이
이 아름다운 여인을
가장 먼저 만나 주시기를 기도 하기로  했다.
이 꽃 향기가
주님이 받으시는 가장 향기나는 예물이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한 꽃은 구경도 못해본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천국의 꽃을 주님께 드리며
부활절을 맞이하게 해준
이름도 안 밝히고 숨어있는 천사여!
주님께서 은밀히 갚아 주시는 은혜가
강같이 넘치기를...
당신의 향기가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로 번져 가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교회 온 성도가 기도합니다.
당신의 거룩한 헌신을...
당신의 따뜻한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