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교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몇 사람씩 짝을 지어 수군거린다.

그 중 한 성도님이
나에게 오더니
"사모님! 아무래도 교회가 분열될 것 같아요.
이미 송파에 교회를 세웠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저에게는 아무 소리를 안하지만
최 집사님과 저의 집만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성도가 동조한 것 같아요."

목회를 시작 한지 1년을 겨우 넘긴 때여서
교회는 아직 서투른 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같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해도
어려운 때에 분열이라니
발에 힘이 다 빠져 금방 주저앉을 것 같았다.

남편은 준비 되어온 목회자가 아니다.
인생의 중간에 주님을 영접하고
목회의 길에 들어 섰으므로
목회의 열정은 있었지만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또한 성정이 불같아서 성도들과 마찰이 잦았다.
그런 반면에 우리 교회의 부교역자는
성품이 온유하고 인간 관계가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남편은 그 부교역자를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추천해 주었고
그를 무조건 믿어 교회의 중요한 임무도 다 맡긴터였다.
그런데 그 부교역자가 중심이 되어
교회가 나뉘어지게 된 것이다.

누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터라
아무나 붙들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분명 남편은 이 위기 앞에서
더 이상 목회를 못한다고 포기 할 것 같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들이
"엄마! 얼굴이 왜 그래요?"
딱히 의논 상대가 없던 나는
초등학생인 아들과 이 엄청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아들은 "엄마! 우리 합심해서 기도해요.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신다고 했잖아요!
엄마하고 나하고
두 사람 이잖아요?"

너무나 확신에 찬 아들의 믿음에
나는 오히려 기가 막혔다.

마지못해 "그래 기도하자." 하고는
나는 기도는 안하고 머리속에서
생각만 오락가락 했다.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아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도하여
눈물이 계속 목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얼른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여
간절히 기도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우리는 손을 붙잡고 기도했다.

기도는 우리에게 때로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떠한 시험과 환란이든지 감당할 능력을 주는 것이다.

금방 죽을 것 같았던 두려움과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왔다.
나는 전일 예약한 치과에 갔다.

사랑니를 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머리에서 반짝!
불이 들어온 것이다.

"썩은 사랑니를 왜 뽑았지?
그냥 두면 다른 이도 상하게 하니까요?
사랑니를 빼면 어떻게 되지?
당분간은 아프고
치열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 갈 거예요."

그래! 맞았어!
당분간은 아프고 혼란이 있겠지만
점차 더 좋아질거야!

그 날밤
잠을 자는 데
우리집 동산에 산사태가 난 꿈을 꾸었다.
우리가 기르던 농작물들이 다 흙더미에 깔렸다.
나는 울면서 흙들을 치웠는데
그 흙 속에서 다시금 파란 새싹이 움터오르고 있지 않은가!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서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교회 분열의 조짐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것이 배신을 당했다고 부르르 떨 일도 아니며
교회가 무너질 일도 아니고
오히려 주님께 유익된 일임을 이야기 했다.

"여보! 분열로 인하여 어쨋든 교회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예요.
바울은 어떤 이들은 투기와 분쟁으로
어떤 이들은 순전치 못하게 다툼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하더라도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그는 그것을 기뻐하고 기뻐 한다고 했잖아요
우리 교회 일년만에
또 하나의 교회가 설 수 있다면
하나님편에서 생각하면 큰 유익이거든요.

또 나누어진 그 교회로 열 가정이 가고
우리 교회엔 두 가정이 남는다는 것은
그 교회는 열 가정이 있어야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인데
우리 교회는 두 가정만 있어도
교회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하나님이 당신의 능력을 인정했다는 증거이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다 나가면
우리 부부가 주님을 더욱 간절히 의지하게 되니
우리가 연약할 때 주님이 더 강하게 도우실거예요.

목회 초년생인 우리가
이 엄청난 사태 앞에 두려워 떨며
용기를 잃을까봐 주님께서 새벽녁에
가르쳐준 산 사태의 꿈은
나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었다.

그 이튿날.
성도들이 폭도들처럼 몰려와
남편에게 교회를 떠나는 이야기를 통보 할 때에
남편은 진정으로 그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며
주님의 큰 뜻 안에서 담담히 보내 줄 수 있었다.

그들이 다 떠나고
두 가정만 덩그러니 남았던 우리 교회에는
다시금 새로운 성도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산 사태가 났던 폐허에
흙을 갈고
새로이 솟아나는 새 싹에 물을 주고
돌을 골라내며
열심히 일구어 나갔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기도의 한 자락에
그들의 이름이 있는 것은
그 날의 분열이 우리에게는 견디기 힘들게 아팠으나
주님에게는 유익했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아 있는 두 가정을 가지고
다시 일해 온 남편은
웬만한 어려움 앞에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다.
비록 산 사태가 났을지라도
다시 솟아오르는
새 싹을 바라고 기다리는 인내를
그 날에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롯데 월드 지나 오른쪽에 세워져 있는 그 교회를  
우리 교회와 형제 교회처럼 사랑하고 있다.
그 교회를 세우신 분도
우리 주님이시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