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탁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딸애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정말?"
한톤 높은 격양된 딸애의 기쁜 목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정말이야?"
한풀꺾인 힘없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선배 가만 안둘거야 ,끊어!"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씩씩대며 딸애가 와서 하는말
"엄마, 내가 자과대(자연과학대)에서 인기최고래"
"정말? 잘되었네..."
" 어떤애가 선배한테 날 소개시켜 달라구 했대"
"남자친구 없다구 징징거리더니 잘되었네"
"근데, 그선배가 뭐라구 했는지 알아?"
"뭐라구 했는데..."
"글쎄,  '야! 여자를 좋아해야지 , 왜 남자를 좋아하냐?' 그랬대. 기막혀" 씩씩~~

씩씩거리는 딸애앞에서 웃을수가 없어서
뒤돌아 실컷웃고
시침뚝떼고
"아니~ 그런 나쁜 넘이 있나...
우리 예쁜딸이 왜 남자야?  
우리딸보다 더 예쁜 여자 있음 데려오라구 그래라.
에~구, 생긴건 곱상한게 선머슴같으니까...
그러게 너두 좀 내숭 좀 떨구 해라"
"엄만...
내숭은 무슨내숭? 난, 싫어. 생긴대로 살거야"    - 생긴건 좀 여자처럼 생겼나? 저걸 어쩌나...

딸애가 중학교 2학년때다
하루는 입이 쭈~욱 나와서 힘없이 들어선다
왜그러니? 하니까
지친구들은 다들 남자친구들이 있는데 저만 없댄다.
엄만 왜 결혼을 일찍해서 엄마친구 아들이랑 친구도 못하게 하냐구 투정이다.
하두 성화를 하길래
네 친구들 중에서 남자친구 제일 많은 애한테 하나 소개 시켜달래렴하고 일러줬다.
아~ 그러면 되겠네~ 눈을 반짝거리며 등교한 딸애가 또 풀이 죽어서 왔다
친구가 뭐래?
"엄마, 내가 희진이한테 말했거든?, 어떤애로 해줄까하길래,
얼굴이 잘 생기고,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괜찮고, 착한애, 하니까
'미친년, 신랑감 고르냐? 딴데가서 알아봐' 하잖아"
깔깔깔~~~  그래~ 건 너무 했다. 조건이 넘 심했다 깔깔깔 ~~ 배를 잡고 웃었다.

속상해 하는 딸애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럼, 네 친구들 한테 어떻게 사궜는지 물어봐. 했더니
신이나서 돌아온 딸애의 말
"엄마, 수업끝나고 한시간 정도 있다가  나가면 교문앞에 남학생들이 몇명 서성인데.
지나갈때 말걸면 대답해주고 따라가면 된대"
"간단하네~ .그럼 한번 해봐~ 혼자 못 할것 같으면 엄마가 멀리서 봐줄까?"
"아냐~ 그까짖거 혼자 할 수 있어"

다음날,
난 초조하게 딸애를 기다렸다.
늦게 오면 성공한것이고 일찍오면 실패한것이리라.
그런데, 현관소리가 우당탕탕 요란하게 나며
딸애가 헐레벌떨 들어선다.
무슨일인지 너무 놀라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한참후 숨을 돌린후 딸애는
"엄마, 정말루 한시간 있다가 나오니까 남자 애들이 몇명 있는거야"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재촉하는 내게 딸은 가만있으라고 핀잔을 주며
"근데 어떤애가 나보고 '야! 너 나랑 사귈래?'그러는거야"
"그래서" 꼴깍(침넘어가는 소리)
"근데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거야
대답을 얼른 해야지 하는데 글쎄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말이 안나오잖아."
"그래서"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대답을 할라구 하는데
'야! 범생! 너 범생이구나. 싫으면 관둬라 '하더니 그냥 가는거야
그래서 태연하게 걷다가 모퉁이돌아서 막 뛰어왔어.
아~앙 어떻게~아~앙~"

범생이 뭔지 몰랐던 나는 딸애의 울음이 그치길 기다릴수 없어
범생이 뭐니? 했더니
"엄만, 모범생 준말인데 것도 몰라? " 아~앙,앙앙~

에~구, 이쁜 우리딸
조금더 있으면 정말 멋있는 사람이 짜~안 하고 나타날거야 하고 달랠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직두 우리딸은 남자친구가 없다.
대학졸업반인데...
발렌타인데이때만 되면 아빠랑 오빠들 쵸코렛 사면서 궁시렁궁시렁
화이트데이때면 사탕받을때 없다구 울적해 하는 우리딸.

'짜~아~식들!
진흙에 묻힌 보석을 못 알아보구 있군."
남편의 말이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 야무지고,
어디한군데도 험잡을 데가 없는 딸이라구,
모두들 시력이 나쁜 넘들이란다.세상남자넘들이...

정말 우리딸 짝은 어데 있을까?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두 이렇게 걱정거리가 많은데
우리엄만 딸다섯의 걱정땜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