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빈 터 , 오후
      
                        ㅡ박인자


    풀 밭 위를 걸어 다녔다

    들꽃들이 가볍게 흩날리고 있었다
  
    여린 잎새들이 떨고 있었다
    
    웅덩이 속으로 은회색 구름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곤 했다

    자잘한 돌멩이가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이끼들이

    *섶 모양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뿌연 안개가 골짜기 쪽에서

    천천히 번져 나왔다

    어디선가 개울 물 소리

    흐륵대는 새 소리


    다 헐어 버린 작은 성터에

    바람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그림자들이 때때로 흔들리곤 했다

    그루터기 위에 버섯들이 거뭇거뭇 얹혀 있었다

    발 밑에 흙가루가 두드리듯 눌려 있었다


    오후가 서서히 내려앉았다



   *물고기가 그 속에 보이도록 물 속에 쌓아 놓은 나무,

    두루마기 아래에 달린 긴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