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인천의 허파 역할을 하는 북성동. 항만과 부두가 접해 있어 바깥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인천의 문화를 바다에 싣는다. 항구에서 내륙으로 들어서면 신포동. 구한말부터 인천 상권의 핵심으로 옛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다원주의 문화의 산실이다.

시골 간이역처럼 오래 된 1호선 인천역 앞. 역사를 나오자마자 붉고 푸른 중국식 지붕인 패루(牌樓)가 차이나타운의 솟을대문처럼 솟아 있다. 차이나타운은 제물포항이 개항한 이듬해, 청국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영사관 주변으로 청국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중국 음식을 파는 대중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난 것. 또한 인천항이 가까운 이곳에서는 부두 근로자를 상대로 싸고 간편한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자장면이다.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곳은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허름한 외관만 남아 있다.

1990년대 초반 대부분의 화교 상인들은 이 거리를 뜨기 시작했다. 인천의 상권이 신포동에서 주안, 부평 등 내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결국은 ‘풍미’라는 중국집 한 곳만 남았는데, 이때부터 중국 음식점 풍미의 주인을 비롯한 주민들과 자치단체가 새로운 차이나타운 조성에 나서게 된다. 특화된 외국 음식 거리가 많지 않던 때라, 매스컴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차이나타운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북성동 차이나타운은 이태원 거리와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화교들은 많지만 겉모습은 한국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거리가‘색깔 없는 동네’라는 말은 아니다

차이나타운은 중국의 전통 색인 붉은빛을 고수한다. 인천역 앞에 우뚝 솟아 있는 패루의 붉은 문양은 화려하기 그지없고, 드문드문 퍼져 있기는 하지만 10여 곳의 중국 요리점 간판과 대문 또한 붉은빛이다.

음식을 나르는 화교 종업원들의 의상 또한 붉은색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중국의 전통 가옥과 중국 서점, 토산품 및 전통 의상 등을 판매하는 화상(華商)들도 ‘온통 중국 색’은 아닐지라도, 낯선 방문자에게는 분명 이국적이다.

차이나타운의 솟을대문 <패루>

차이나타운에는 패루가 두 곳에 있다. 인천역 바로 앞 차이나타운을 알리는 패루와 자유공원 계단을 빠져나와 인천항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 있는 패루. 마치 영화 속의 한 컷처럼 패루 그 자체는 볼 만한 광경이지만 길거리에 덩그렇게 혼자 서 있어 왠지 외로워 보인다.
원조라서 다르다 <공갈빵>

중국의 명물, 공갈빵.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 푹 꺼지는 빵이 중국 고유의 공갈빵이다. 공갈빵은 차이나타운에서도 흔한 음식은 아닌데, 화교 학교 앞 복래춘은 매일 12시에 새로 구운 빵을 내놓는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흔히 보는 공갈빵은 납작하게 눌린 ‘종이 모자’ 같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원조 공갈빵은 안에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찬, 그야말로 제대로 된 공갈빵이다. 밥을 좋아하지 않는 화교들이 간식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가장 중국적인 골목 <화교 학교>

차이나타운 2길에는 화교 협회와 화교 학교가 있는데, 이곳이 가장 ‘중국 색’이 강한 골목이다. 겉으로 봐서는 한국의 중고등학생들과 전혀 다름없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데, 들리는 것은 온통 중국 말. 지금의 화교 학교 자리는 구한말 청국 영사관 터로 영사관이 철수한 후 화교 자녀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건물은 몇 번의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식 건물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이색적인 길거리 풍경 <중국 가옥>

전국에서 유일한 중국인 거리답게 특유의 ‘중국풍’을 느낄 수 있다. 자유공원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차이나타운 2길’에 자리잡은 이 중국 가옥 또한 그렇다. 녹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2층 목조 건물로, 이 건물 하나만 보면 영락없이 중국을 보는 듯하다.

북성동의 독보적인 중국 요릿집 <풍미>

풍미는 그저 중국 음식점일 뿐이지만 이 거리를 대표하는 곳이다. 10여 년 전 이 거리에 달랑 하나 남은 중국 음식점이었기 때문.

이곳에서 나고 자란 주인이 가업으로 4대째 잇고 있는 풍미는 전통 중국 음식 맛과 한국인의 입맛을 조화롭게 융화시켰다.

전통 자장면은 담백한 면발과 기름기 적은 소스가 비결이다. 많이 먹으면 느끼한 게 자장면이지만, 이곳의 자장면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마면’이라고 하는 맵지 않은 짬뽕 또한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시뻘건 짬뽕 국물만 먹어본 사람들에게는 사골 국물처럼 우윳빛이 도는 짬뽕이 생경스럽기까지 하다. 단돈 3,000원 남짓이면 푸짐한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이 지닌 커다란 매력이다. 저렴한 세트 요리도 갖춰놓고 있는데, 세 가지 요리에 3만원 선이다.

●032-772-2680 ●09:00∼12:00 ●주차 가능 ●

100년 전통 자장의 손맛 <자금성>

이곳 또한 유래가 깊은 중국 음식점이다. 이곳의 주인 손던준씨의 할아버지가 개항 이후 문을 연 초기 중국 요릿집 ‘중화루’의 마지막 요리사였다고. 어린 시절 보고 배운 눈짐작으로 향토 자장면을 복원했는데, 1년간 숙성시킨 춘장에 일반 시판용 춘장을 섞어 독특한 자장면을 만들어낸다. 일반 자장 소스는 면을 다 먹고 나면 소스가 남지만, 향토 자장면은 모든 재료를 채를 쳐 넣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

●032-761-1688 ●09:00∼2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