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김차장은
단지 내가 거래했던 회사의
경리부 차장일 뿐이었다.

재작년 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번씩 월말 결재일이 오면
간단히 인사하고
도장찍고
어음받아 갖고오는 정도였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영세한 납품업자에게도 몰아 닥쳤다.
가격경쟁에서 나는 도저히 상대가 안되었다.
두손을 들고 물러나와 야만 했다.

어느날
우리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다.
김차장네 였다.

반갑기도 하고
웬지 거북스럽기도하고....
들어와서 차 한잔하자는 권유를 정중히 물리쳤다.
친하게 지내기에는 서로가 바쁘기도 하지만
선듯 마음을 주고 받기에는
공적인 일로 알았다는게
나에겐 부담이 되었다.

작년 여름
김차장이 다니는 회사 사장 사모님과 만날일이 있었다.
김차장이 우리 옆집으로 이사왔노라고 말씀 드렸더니
김차장 칭찬이 끝 간데 없이 이어지는데
성실하고 야무지고 똑똑하고
남편 내조 잘하고...... 등등
회사에선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용주에 입장에선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도 부족하다 싶은게 인지상정인데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모님 입에서
칭찬을 하시는것은 여간한 일이 아닌것이다.

요즘도 가끔
아파트에서 보는일이 종 종 있지만
내가 들은 김차장 칭찬을 본인에게 직접 하는것은
듣는 사람이 쑥스러울까봐
전하지 못하고
그냥  
인사나 하고 지니치는 이웃정도로 지내는 사이었다.

3일전
에레베타 앞에서 만났다.
"저기~ 인일여고 나오셨어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
"인일여고 홈피에서 뵈었어요. 긴가 민가? 했었는데 김치 사진보고 알았어요."
"그러면 혹시 인일여고 출신 몇횐가?"
"저 11 회예요"
"그럼 전영희하고 동기?"~~~~~~"예 맞아요"

이래서
나는 새로운 후배를 찾게되었다.
내가 새로 찾은 후배는
늘 소탈하다.
화장기 전혀 없고 명품옷도 즐기지않는것 같다.
악세사리 걸친것도 못보았다.
조용한 미소를 띤 그녀의 눈은 맑고 빛난다.
10여년 그녀를 봐오면서 느낀것은
수녀복을 입히면 참잘 어울릴것 같다는생각을 해 보았다.

어디서나 우리 인일 출신들은 빛이난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교회에서나 모임에서나
조용히 있어서 안보이는 것 같아도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한 몫을 해낸다.

나에게 새롭게 닥아온
김차장
나의 후배에게
이제는
선배언니로서
다정한 이웃으로 다가가
내가 먼저 차를 대접할 차례가 된것 같다.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고 단지 김차장으로
알고지내던 내후배의 마지막 말은
"선배님 영희 많이 사랑 해주세요~"
길게 여운을 남겼다.



*김차장 나의후배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누가 됐다면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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