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정옥 후배를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다.
이번에도 김치를 해서 그 무거운 걸 들고 오면 어쩌나 하고
미리 걱정 하였는데....그 걱정이 환희로 바뀌었다.
아침에 버무렸다고 수줍게 내놓는 커다란 통에 먹음직스럽게  담겨진 겉절이.
우와!
인옥이가 며칠 전부터 정성스레 차근차근 준비한 햄벅스텍과
겉절이가 그렇게 어울리는지 첨 알았다

감격스러웠다.
함께 기도 하고 식사를 하고
유사모 손을 잡아보고...

하느님과 그 말씀에 대해 잘 모르는 나이지만
그리고 그런 말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유사모는 인간과 하느님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
이라고 감히 말했더니 유사모는 웃음으로만 답하였다.

매일 기도를 하는데도, 목소리는 너무나 맑아서 영혼을 씻어주었고
그렇게 맨손으로 김치를 자주 담그는데도,
하얗고 조그만 손은 부드러워 상처를 쓰다듬어 주었고,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뽀얀 얼굴은 투명하여,
한거풀 덧쓰고 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였다.

자신이 인일 동문들과 그밖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거는 잘 모르겠다는 천진스런 표정으로
그저 하루하루 남을 위해 자기 몸이 다 닳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헌신하며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동안 올린 글에 대한 질문 시간에는
재치꾼 인옥이가 질문을 얼마나 재미나게 하는지
그 대답을 해 주는 유사모도 웃느라
사이사이 쉬었다 했을 정도의 분위기였으니
불교신자인 나도 마음 편히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나 많이 웃은 대목.
닭튀김 한 사람 몫이 다리 한개,날개 한개씩이라 더 먹으면 안된다고 발표를 하고 먹는데
유사모가 안 먹고 있어, 나처럼 닭고기를 싫어하나 하고
왜 안 먹느냐 했더니
자기 몫이 헷갈려서 열심히 계산하고 있는 중이라 하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제고 학생' '닭 튀김'- 유사모는 딴세상 사람인줄 알았는데
너무나 인간적인 인일 후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만남이 끝이 아니고
우리 인연의 시작이라 생각되어
천만대군을 얻은 듯 마음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