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의 부름 **




                           글 :  한효순
                         사진 :  수향님




        부르셨나요 .....


        내려 앉은 잿빛 하늘이 유난히 넓어 보이더니

        굵은 빗줄기 사이에서

        가로등이 흔들리며 손짓하고



        갈 수 없는 당신의 품이

        오늘따라

        흥건한 빗물속에서 내 비치며

        하루의 길막음에서

        별이 되어 숨어 버립니다



        부르셨나요 .....  


        잠결에

        귓밥을 간지럽히며 들리던

        바로 그 음성이



        나뭇잎에 머물려다 미끄러지며,

        들리지 않는 아우성 속에 사그러드는

        빗방울 속으로 녹아 들면



        당신이 서성이는 창가에 부딪어

        눈물자욱 남긴 밤비가

        어느새

        내 주름진 눈언저리에 둥지를 틀며

        깜빡일때마다

        당신의 부름에 가늘게 떱니다



        이제

        응어리진 설움을 다 토한듯

        바람도 몰아 내고

        성기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올 수 없는 안타까움에

        안으로만 불러대는

        님의 음성을 내려 놓고



        내 가슴 보듬어 하늘로 오르며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면 나는

        젖은 날개 털어내며 힘차게 날아 올라

        머지않아

        지친 날개 접고 내려 앉을

        그 날을 그려봅니다



              


유익종-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