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근다.
배추 10포기 정도이다.

우리 교회는 주일날 예배 후에 다같이 점심을 먹는다.
매주 정해진 식사 당번이 있지만
밥과 국, 김치는 내가 맡았다.
그것은 성도들의 대부분이 생활이 넉넉치 못하고
대부분 맞벌이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쩌다 한 번 많은 인원의 밥을 한다는  것이
서너 식구 밥을 하는 성도들에게는
감이 잡히지 않아 어려울 것  같아서 였다.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하는 성도들에게
주일날은 쉬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김치를 넉넉히 담그는 것은
맞벌이하는 성도들에게
한 두 포기씩 나누어 주기 위해서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도 교회 사모인데
"사모가 부엌일에 참견하면
성도들 버릇이 없어진다."고
"절대 모른 척 하라."고 나에게 핀잔이 대단하다.
그래도 나는 참견을 안하면 직성이 안풀린다.
나는 눈 대중으로도
손의 감각으로도 척척 할 수 있는 데
성도들은 쩔쩔매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다.

내가 신혼초에 친정에 가면
어머니가 맛있게 담근 김치를 꾸려준다.
그것을 가지고 올 때
며칠간 반찬을 넉넉히 준비한 것 같아
온갖 시름이 없어졌었다.
나는 주일마다 친정집에 오는 딸들을 맞이하는 어머니이고 싶다.
성도들이 꼭 친정에 온 것 같이
마음이 편하고 몸도 편하게 쉼을 얻고
집으로 돌아 갈때는
일상이 바쁜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정성스레 담근 김치를
손에 들려주던 나의 친정 어머니처럼
무엇이라도 손에 들려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오이지도 몇 접씩 담그고
깻잎도 한 바구니씩 양념하고...
멸치도 볶아주고...
딸기가 싸면 딸기잼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김치 담그는 사모."라고 놀린다.
20년을 한결같이 했더니
그 것 하나 밖에 잘 하는 것이 없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교회도 대형 교회여야 성공한 교회라고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큰 교회를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다.
교회는 하나의 큰 가족이니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 해야 하는데
우리 부부는 100명 남짓한 현재의 식구도
제대로 못 돌보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한 가정 한 가정씩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아침엔 등교 시간까지 자고 있을 지 모르는
엄마 없는 아이들 전화로 깨워주고...
오늘이 다솜이 생일인데...
내일은 건용이 졸업식이고...
나는 항상 그들로 정신없이 바쁜 것을 기뻐한다.

성도들도
아이가 감기만 들어도
치과에 갈 때도
밖에 나가 놀다가 조금만 늦어도
나에게 전화를 한다.

이제는 하지 말아야지 결심해봐야 소용없다.
시장만 가면
나는 또 배추를 열포기 이상 고른다.
난감해하는 남편에게
"여보! 겨울에도 이렇게 배추가 싸고 좋으니
배추 욕심이 또 솟아오르네~
우와!
무우는 더 잘 생겼네~

결국 남편은 이번에도 차 트렁크 문을 줄로 묶어  
반쯤만 닫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