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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기의 깜짝 귀국을 은밀히 알고 있던 나는
혼자만이 엄마몰래 훔쳐 움켜진 사탕모양
스릴을 느끼며 남 모르는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동 후배들 일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음에
혼자만이 시노기 사랑을 독차지 하고있다는 생각이
착각임을 알았습니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우리 작은아들 대동하고
마중나가
맛있는 해장시키고
조금 쉬게한 다음 조촐한 인천 관광길에 오른 후
매콤한 주꾸미 볶음이나 아구찜으로 점심식사하고
따끈하게 아랫목 처럼 데워 놓는 우리가게 옥장판에 누어서
오손 도손 저녁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고
늦은 저녁은 우리집에 가서 해결하고
시노기가 굳이 머무르겠다는
시노기 친구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나름대로의 각본을 짰습니다.

그런데 아! 그런데~~
10기 후배들 ~`
절대로 양보 못하겠다는 공항마중은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낮 12시 부터는 나에게 시간을 몽땅 양보하겠다는 언질을 받은후.....

시노기 오기 전날
시노기 먹일 저녁은 무엇으로 할까?
절대루 신세 안질려는 시노기 한테 물은들 시원한 답을 얻을수 없기에
혼자 이것 저것 주무르다가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쯤 어느 상공을 지나고 있을까?
시노긴 눈이라도 부치긴 했을까?
31년만의 귀향이 얼마나 시노기를 가슴 설레이게 할까?
무거운 짐꾸리느라 힘들었을텐데 얼마나 피곤할가?
내가 시노기가 되어 비행기에 몸을 실어보는 상상을 하다보니
어느새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내마음은 안절 부절 공항으로 향하고
절대루 나오지 말라는 시노기 와의 약속은 지켜야만 될것 같고
갈등과 번민속에 시간은 흘러가고.....

집에서 의연히 기다리기엔
이미 마음은 공항에 가서 시노기를 기다리고 있음에
서둘렀습니다.
가야한다고.....
한시라도 빨리 시노기 얼굴이라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릴것 같기에....

진작 누가 뭐래도 공항가기루 했으면
예쁜 장미꽃 한 송이라도 정성껏 준비해
시노기를 환영하는 것인데....

베란다에 수줍게 창가를 향해 핀꽃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손에 닿는데로 꺾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대충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가면서 걸리는 빨간 신호등이 원수 같았습니다.
이른아침 공항으로 출근하는사람들 때문에 정류장마다 서는데
더욱 늦어짐을 부채질하는것 같아 운전기사도 승객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너무나 길게 느껴진 공항가는길~~
6시 20분 도착인 시노기 비행긴 벌써 도착했고
입국하는사람도 어지간히 다 빠져나간 공항로비
이리저리 찾아보다 시간만 냅다 흐르고....
아! 벌써 7시가 훨씬 넘은 7시 20분
한 10분 더 서성이다
허탈함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시노기에게서 온 전화는
벌써 여장을 풀었다는
피곤한 기색이 안보이는 청량한 목소리~~

내손엔 그때까지 주인 찾지 못한 초라해 보이는 꽃다발이 들려져 있고.....

정말 내가 정하고 쓴 각본대로 되는건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 이후의 시간 ~~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들 때문에
내가 미쳐 생각못했던
예정되지 않은 각본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 했습니다.
시노기와 시노기 벗들과 함께 같이한 시간이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