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없이 마음 가는 데로
자판기 뚜드리는 손 가는 데로
글을 쓰다보면 문맥도 막히고 생각도 정리가 안되서
시간 꽤나 잡아 먹는데 한 2시간 걸려
모처럼 기억을 더듬어 쓴 글이 어찌 사용권한이 없다며 날라가버려
속이 상하고 약도 오르고.....
이미 잘 시간이 지났건만 오기가 발동하여
다시 자판기를 뚜두리는데 아까와 같은 문맥이 다시 떠오르지 않아 난감하기 짝이없다.

수니가 쉬는날 때맞춰
밴쿠버에온 시노기와의 첫날밤은
도란도란 이야기로 밤은 짧았는데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우리를 데리러 온 수니부부를 따라 나설수 밖엔 없었다.
전날 조촐하게 준비해 논 음식이 주인을 못 만나도
여기에선 수니가 대빵 (?)이기 때문에.....

수니 옆지기가 우릴 안내한 곳은 호텔 레스토랑이었는데
부페식으로 차린 조반에
우리는 꽤나 분위기있는 아침식사를 즐기게 되었다.
역시 왕년에 국제적으로 한 위치하던 수니 옆지기 실력이 이럴때 나타남을 알수 있었다.

식사후
우리가 궁금해하던 수니 옆지기 사업장인
컴퓨터 사무실에 들러 이곳 저곳 두루 구경하고
꽤나 깨끗이 정리 정돈된 창고와 사무실을 보며
참으로 세심하고 치밀한 분임을 한눈에 알아 볼수있었다.

수니 옆지기 사업이 번창하기를 빌면서
발길을 우리가 목적지로 정한 차기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휘슬러로 돌렸다.
가는길에 시노기와 나는 자리때문에 티걱태걱하고
옆에서 수니는 웃느라고 땀빼고
수니 옆지기는 운전하고 안내하느라고 고생하고.....

가는내내
태평양 연안을 끼고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길을 가면서
하얀눈을 모자처럼 뒤집어쓴 설산도 보고
인디안들이 방금이라도 튀어 나올것만 같은 원시림도 걸어보고
시원하게 내려 꽂히는 장대한 폭포수에 가슴이 서늘해 지기도하고
햇빛에 반사되어 푸른 보석을 깔아놓은 듯한 잔잔한 호수에 상념에 잠겨 보기도 하면서
흰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쪽빛   하늘에 꿈을 실어도 보고......
한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었다.

많은 인파를 보고 역시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고 도착한 휘슬러는
많은 호화 리조트와 별장들이 부를 과시하 듯 거만해 보였고
놀라운것은 규모가 큰 슬러프가 꽤 많다는 것과
한여름에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였다.
대부분은 청년이었지만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스포츠로 즐기는데
영상으로만 보았던 스릴넘치는 묘기를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보기에 바빴다.

이곳 역시 여타 캐나다 관광지와 별반 다를것 없이
꽃이 지천이어서 아름다운데
한겨울 눈꽃이 반발한 설원에 울긋불긋 꽃 처럼 보일 스키타는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상상으로 그림을 그려 보면서
스키 좋아하는 아들생각이 문뜩 뇌리를 스쳤다.

이 날 따라 쨍쨍 내려쬐는 햇빛이 얼마나 따가운지 한여름답게 땀이 줄줄흐르는데
아침에 스키장 간다고 준비한 털쉐타가
가방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상식없는 준비성은 짐스러울 뿐이였다.
그래도 수니에게 지청구 듣던 나는 왜 그리 즐겁기만 한지....

시노기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휘슬러를 떠날때
오는 길엔 좋은 좌석은 물론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이럴땐 나도 꽤나 잽싸진다.
차선 상 올때가 훨씬 지척으로 푸른 태평양물결을 보면서 오게되어
훨씬 장관이었다.
나는 시노기 놀려먹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는데
수니가 옆에서 좋아라 하는 모습이 더욱 재미있었다.
이렇 듯 우리 셋은 마치 사춘기 소녀로 돌아간양
한 이불 한 솥밥을 먹고 자란 자매인양
서로를 잊어버리고 마냥 즐겁기만 했다.

우리들이 끝간데 없이 나눈 대화중
봄날 식구들이 김포 은희 언니네서 게파티 하는 이야기도 거론 되었는데
이에 질새라 우리도 저녁은 거하게 게파티하기로 하고
밴쿠버에서 제일 게요리 잘하는 유명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게찜과 게튀김을 주요리로 하고 몇가지 요리를 추가하여
그야말로 황제처럼 화려한 만찬을 하였는데
시노기가 우리에게 저녁대접을 하는불상사(?)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는 아침도 저녁도 포식하는 즐거움은 누렸지만
내 마음의 치부책엔 은혜의 빗으로 남을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공항에서 작별하는 우리들 마음은
한 없이 많은 아쉬움과 섭섭함의 눈물을 쏟아야 했는데
이를 감추려고 시시덕 거리는 오바를 하면서
융단이 깔려았는 First Class 입국수속장이 인간차별을 내놓고 한다며
심통도 부려보고 발로 비비며 사진도 찍어보면서
마음을 감추려고 서로들 애썼다.

너무나 짧은 만남속에
만리장성보다 더 길고 견고한 정을 쌓으며
서로를 애끼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때론 마음 저리는 슬픔도 함께하며 울고
그리고  서로의 기쁨 앞에선 누구 보다도 더 진실하게 기쁨을 나누며 웃고 살수있음을 확인하고
우리의 만남은  
더 없는 행운이며 행복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