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언니가 늘 끼고 다니시는 밴쿠버 안내책자.
이미 너덜 너덜 해진 책을 보며 시노기가 감격을 한다.
그것도 전부 영문으로 되어있는.
우리가 인일시절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우린 지금 이렇게는 살지 않는다 하며.

'아 ~ 좋다 좋아'
'내려 올때는 내가 그자리에 앉는다'
왼편으로 태평양 바닷물이 출렁이고 오른편으론 깍아지른 절벽.
위슬러로 올라가는 Sea to sky  Hwy 에서
미선 언니랑 시노기는 내내 싸움을 했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싸우지 마시고 뒷 좌석으로 가세요'
시끄러워 죽겠는데 굳이 둘이 꼭 붙어 앉아서....
샤논 폭포에 내릴때도 미선 언니께서는 그 자리에 뭔가를 놓으시고
자리를 찜해 놓으셨다.
왜냐?
돌아 올때도 꼭 그자리에 앉아야 태평양 바닷물을 마음에 넣을수 있으니까.

'다운 타운엘 돌아 다니다 보면 왠 문신한 사람이 그리 많은지
근데 저것좀봐 저기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자전거 묘기 하는 애들은
문신한 아이들이 하나도 없네. 운동을 하니 생각이 건전해서 그럴꺼야'
'미선언니~ 가방에 뭘 넣으셨길래 그리 탕탕 하나요?'
'스키장에 오기때문에 쉐타를 넣었어'
날이 너무더워 우리 모두 땀을 닦아야 했다.

번쩍 번쩍 보석박힌 선글래스를 끼고
멋진 모자를 쓴 두 미녀가 내게 물었다.
'왜 선글래스를 안써? 왜 모자도 안가지고 왔어?'
'저는요 옷외에 뭘 걸치면 거북해요.
선글래스를 쓰면 콧등이 스물 거리고
모자를 쓰면 머릿속이 푹푹 거려요.'

'수니 언니 쳐다보면 눈이 부셔'
시노기 말에 나는 내가 예뻐서 그런줄 알았다.
'언니가 선글래스를 쓰질 않으니 내 눈이 다 부신것 같애서'
시녹아~~~ 두번쨋 말은 안했어야해.

내려오는길에 틀림없이 그자리에 앉은 미선언니
연방 히히 하신다.

시노기 비행기 시간을 꼭 지켜야 해서
울 옆지기가 종이에 미리 써넣은 시간에 맞추어
우린 참 열심히 먹고 열심히 다녔다.
점심도 일찍 먹고 저녁도 일찍 먹고.

공항에서 시노기 체크인을 하는데
세상에나 First Class 엔 융단이 깔려있네.
좀더 빨리 오려고 일등석을 탔다는데
일반석 승객하고 똑같이 밴쿠버 도착한게 이상해서
하루종일 머릴 맞대고 연구를 했는데...
그 연구 과제는 뒤로 미루고
미선 언니랑 나는 융단위에 발을 올려놓고 사진을 박았다.
물론 헤헤 웃으며.

공항...
공항에만 들어서면 나는 마음이 서럽게 흔들린다.
나도 가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시노기를 보내며
미선언니께선 눈동자로 울고
난 마음으로 울었다.
그냥 마냥 섭섭해서.

*덧붙이는글*
선선한 저녁 시간에
미선언니랑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바닷가를 배경삼아 앉아
마냥 취해 있는데
서양 여인이 모자를 줏어 주며 웃는다.
'이 모자는 이제 영원히 내꺼야. 이것좀봐 서양 사람도 챙겨 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