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순천 메주를 사다가 장을 담았다. 메주를 닦는데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렀다. 작년까지는 엄마네 집에다 담아 놓고 날라다 먹었다. 나르는 것이 귀찮아 집에서 담으려 해도 엄마는 한사코 우리 메주까지 사서 함께 담그시곤 했다. 올해 부터는 집에서 장을 담는다. 작년 장 담그던 날 생각난다. 엄마는 메주와 소금을 장만해 놓으시고 목요일을 장 담그는 날로 정했다. 아버지 퇴원하시고 일년 반동안 나는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김포에 갔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했다. 부지런히 장 담으러 갈 준비를 하는데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안개가 많이 끼었으니 오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김포의 안개는 윤정희의 <안개>를 촬영할 정도로 유명하다. 텔레비젼에서는 김포공항에 비행기가 못뜬다고 했다. 엊그제 왔다 갔으니 오지 말라고, 장은 동생이 와서 담을 것이니 오지 말라고 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그 주 화요일 날 다른 일로 딸 애를 데리고 다녀왔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포기했다. 하루종일 무언지 불안했다.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엄마와 두 번의 통화를 동생하고 여러 번의 통화를 했다. 저녁 7시쯤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아니 괜찮지 않다." "저녁엔 뭐 좀 잡스셨어요?" "도통 먹을 수가 없어. 힘들어. 그만 끊자." 아버지는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 놓으셨다. 그리고 그날, 그 밤을 주무시다가 아버지께서 타계하셨다. 아버지 별고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 집 안에서는 막 담은 메주 냄새가 풍겼다. 장을 담았다. 제 몸을 썩혀 간장을 빼내고 남어지는 항아리에 담아져 일년 내내 우리집 반찬이 될 된장처럼 당신의 흔적을 내 가슴 속에 담아 놓고 아버지는 가셨다. 아버지 가신지 1년이 되어온다.
2006.03.14 10:14:47 (*.179.94.21)
내가 요리솜씨는 빵점이지만
신랑때문에 고추장과 포기김치는 꼭 내가 직접 담았단다,. 어떤때는 제맛이 나고 어떤때는 그저그렇고,.
풋고추에 생고추장을 찍어먹거나, 밥에 고추장 비벼먹는 습관이 신랑이 있어서 말이지.
된장은 파는 메주를 사다가 간장은 빼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는 봤는데 잘 못하겠더라
메주에 관한 글을 쓰며 아버님을 떠올리는 네 모습에
너의 아버님 병상간호일기를 쓰던 org 시절이 떠오르네.
자주 이름보여 반갑다(:f)
신랑때문에 고추장과 포기김치는 꼭 내가 직접 담았단다,. 어떤때는 제맛이 나고 어떤때는 그저그렇고,.
풋고추에 생고추장을 찍어먹거나, 밥에 고추장 비벼먹는 습관이 신랑이 있어서 말이지.
된장은 파는 메주를 사다가 간장은 빼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는 봤는데 잘 못하겠더라
메주에 관한 글을 쓰며 아버님을 떠올리는 네 모습에
너의 아버님 병상간호일기를 쓰던 org 시절이 떠오르네.
자주 이름보여 반갑다(:f)
2006.03.14 20:42:56 (*.77.253.208)
서정적이며 늘 편안하게 다가오는 님의 글을 대할 적 마다
세월에 밀려 있었던 과거의 정취를 느낍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세월에 밀려 있었던 과거의 정취를 느낍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06.05.25 16:19:34 (*.114.50.242)
명희야
장 담그는 냄새와 함께 아버님이 가셨구나.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울 아버지 생각을 해본다.
평생 학교 울타리에서
그게 다 인줄 알고 사시다가 91년도에 퇴직하시곤
그 때부터 공부를 하신단다.
아침 드시고 공부, 커피 한 잔 타 놓고 공부.
테니스 치고 들어오셔서 씻으시고 공부,
자식들 와서 한 잔 하시면
한 숨주무시고 시각에 상관없이 일어나 앉으셔서 공부....
그렇게 쏼라쏼라 국어 공부를 하신단다.
좀더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시면서,,,
지금 여든이 넘으셨지.
작년까지 어느 사위보다 술도 잘 드시고.
취기가 도시면 '해당화 피고지는 ~~~~~~~~'하시는 울 아버지가
올해 들어서는 식구들 모인 술 자리에서 어느새 슬며시 일어나 들어가 주무신다.
우리 아버지에게 우리가 하는 효도는 소주를 박스로 사다 드리는 거지.
"아버지 약 사왔어요." 하면서
어제도 잠시 들렀더니
담배 연기 자욱한 속에 앉으셔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버지 커피 한 잔?"
"좋지!"
물 펄펄 끓여서 한 잔 타다 드렸다.
'아버지, 하고싶은 공부 많이 하시고,맛있는 술 많이 드시며 오래 사세요.약은 많이많이 사다 베란다에 싸 놓을게요.'
장 담그는 냄새와 함께 아버님이 가셨구나.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울 아버지 생각을 해본다.
평생 학교 울타리에서
그게 다 인줄 알고 사시다가 91년도에 퇴직하시곤
그 때부터 공부를 하신단다.
아침 드시고 공부, 커피 한 잔 타 놓고 공부.
테니스 치고 들어오셔서 씻으시고 공부,
자식들 와서 한 잔 하시면
한 숨주무시고 시각에 상관없이 일어나 앉으셔서 공부....
그렇게 쏼라쏼라 국어 공부를 하신단다.
좀더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시면서,,,
지금 여든이 넘으셨지.
작년까지 어느 사위보다 술도 잘 드시고.
취기가 도시면 '해당화 피고지는 ~~~~~~~~'하시는 울 아버지가
올해 들어서는 식구들 모인 술 자리에서 어느새 슬며시 일어나 들어가 주무신다.
우리 아버지에게 우리가 하는 효도는 소주를 박스로 사다 드리는 거지.
"아버지 약 사왔어요." 하면서
어제도 잠시 들렀더니
담배 연기 자욱한 속에 앉으셔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버지 커피 한 잔?"
"좋지!"
물 펄펄 끓여서 한 잔 타다 드렸다.
'아버지, 하고싶은 공부 많이 하시고,맛있는 술 많이 드시며 오래 사세요.약은 많이많이 사다 베란다에 싸 놓을게요.'
2006.05.25 16:53:41 (*.131.3.12)
아버님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여 본다.
머리 허연 분이 꼿꼿이 앉아서
제자들 가르칠 때를 회상하며 책상에 앉아
중국어 공부하는 모습.
여든이 넘으셔 까지 건강하시어 자신을 갈고 닦는 모습은
아버님 복이시자 너희들 복이다.
며칠 전 하연 옷을 입고 아버지가 굼에 나타나 지긋이 보고 계시더구나.
무슨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다.
머리 허연 분이 꼿꼿이 앉아서
제자들 가르칠 때를 회상하며 책상에 앉아
중국어 공부하는 모습.
여든이 넘으셔 까지 건강하시어 자신을 갈고 닦는 모습은
아버님 복이시자 너희들 복이다.
며칠 전 하연 옷을 입고 아버지가 굼에 나타나 지긋이 보고 계시더구나.
무슨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다.
2006.05.25 22:37:02 (*.102.227.117)
선배님 그간 잘 지내셨죠?
격조했네요.
선배님의 글은 너무 차분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생각케하는 그런게 있어요.
저희 아버지도 학교정년하고
늘 집에서 책을 많이 일곤 하셨어요.
낮잠도 안주무시고 맨손체조하면서
긴장을 풀고
한국통사,삼국지,대망,로마인이야기...
아버지의 책읽는 모습이 저희가족에겐
무언의 귀한 가르침이었지요.
더불어 소주는 왜 그리 좋아하셨는지...
그래서 그 대목을 엄마는 끔찍하게 싫어하시고...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셔서
이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저한테 아버지가오랫동안 쓰신 옥편,
엄마의 영어사전등이 유품으로 있는데요
볼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짠해지곤 하지요.
강명선배님~~~강건하세요.
대치동갈 때 한번 전화하고 놀러갈테니
차한잔 주세요.
격조했네요.
선배님의 글은 너무 차분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생각케하는 그런게 있어요.
저희 아버지도 학교정년하고
늘 집에서 책을 많이 일곤 하셨어요.
낮잠도 안주무시고 맨손체조하면서
긴장을 풀고
한국통사,삼국지,대망,로마인이야기...
아버지의 책읽는 모습이 저희가족에겐
무언의 귀한 가르침이었지요.
더불어 소주는 왜 그리 좋아하셨는지...
그래서 그 대목을 엄마는 끔찍하게 싫어하시고...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셔서
이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저한테 아버지가오랫동안 쓰신 옥편,
엄마의 영어사전등이 유품으로 있는데요
볼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짠해지곤 하지요.
강명선배님~~~강건하세요.
대치동갈 때 한번 전화하고 놀러갈테니
차한잔 주세요.
장 담글때 마다 아버님 생각이 나 코끝이 찡해지겠네.
인일인의 마음에도
장담글때가 되면 강명 아버님 생각이 날것만 같어....
왜 돌아가신 부모님은 내부모님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저리는지...
난 아직 우리부모님이 생존해 계셔서
부모님의 은혜를 잊고 사는데
연로한분들이라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
글 잘읽었네.(: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