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자고 가기로 하고 왔다가 나흘밤을 잤는데 그래도 돌아가고싶지는 않았다.
이 지방을 알게 될수록 가보고싶은 곳이 더 늘어났다.

그렇지만 더 있을 수도 없었다.   첫째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몇가지 가져오지도 않았거니와 그 몇가지들도 벌써 여러번 입어서 더러울뿐더러  다 축축해서 더 이상 입을 도리가 없었다.
욕실에서 꿀쩍꿀쩍 빨아 보기도 했지만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잘 마르지도 않았다.  

“인제 그만 가야지.”   남편도  세부이를 가 보았으니 다 본 셈이라고 고만 가잔다.    
기색을 보니 이번에는 더 이상 양보가 없을것같다.

아침 먹기전에 버스표를 사러갔다 왔다.
주인집 여자의 자전거를 빌려타고 갔다 왔는데  자전거가 있는김에
뱃턱 동네의 겟살 파는 집까지 가서  살만 파서 발라놓은 겟살을  두 봉지 사 왔다.    
이 겟살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또 값은 얼마나 싼지,  
이것으로 더 있지못하고 떠나는 아쉬운 마음이 좀 보상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갈 때 보지 못했던 경관을 오늘 다 볼 수 있었다.  
‘안또니나’ ( 그 근방의 지명) 쯤  나오니까  웅장한  ‘마룸비’  산의 전경이 다 보였다.  
버스가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앞모습, 옆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늘 구름에 가려 정상을 보기가 어렵다는 마룸비가 오늘은 그 자태를 온전히 다 하늘에 드러내고 있었다.  

첫날 얼결에 가 본 섬, ‘수뻬라귀’ 국립공원은 그 면적이 만 4천 헥타아르이라고 한다.    
그 수치가 얼마마한 면적을 의미하는지 감이 잡히지않아서  한국 의 섬들과 비교해 보았더니
울릉도의 두배쯤되는 크기였다.

수뻬라귀 국립공원은 두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원으로 지적된 면적이 14000 ha  이며  
섬 둘레길이가 341 Km 가 되며
그 인근주변지역 즉 공원에 버금가는 자연환경지역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34000 ha 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 본 수뻬라귀,
허름한 식당이 있던 해변과 그 동네의 뒷길은 개미 한마리가 가 본 남산구경쯤 된다는 말인가?
수뻬라귀에는 34 Km 에 이르는 훼손되지않은 인적미답의  단일해변이 있다는데  
내가 본  ‘식당이 있던 풍경’ 의 해변은 불과 몇 미터나 되는가?

브라질에 있는 세번째 해양국립공원인 수뻬라귀에는 세계적 희귀종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몇몇 종류의 원숭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곳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이름도 헷갈리는,  오직 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동,식물들과  야생조류,  파충류들이 이 거대한 지역에서 마음놓고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정보는 막상 거기 갔다온 한참 뒤에 여기저기 찾아봐서 좀 알게 된 것들이다.

내가 묵었던 여관도 ‘샤우아’  라는 앵무새 이름이었다.

그 여관 주인장이 우리 떠날 때  자기의 친필 싸인을 해서 우리에게 준 엽서는
우리가 미처 못 본 저녁노을 풍경이었는데
과라께싸바의 산과 바다와 하늘이 온통  홍시색갈이었다.
  
그 주인이 전직 과라께싸바 시장이었다는 것을 떠날 즈음에 알게 되었다.  
수더분한 촌아줌마같은 그의 부인은 아직도 이따금 그 지방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님이란다.

우리와 같이 세부이에 갔던 젊은이도  우리와 서로 알게 된 기념겸
헤어지는  작별선물로 두장의 엽서를  우리에게 주었다.
그것은 그이가 쿠바에서 가졌던 자기의 사진작품전을 알리는 홍보엽서로서  
본인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두 가지의 작품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