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2004년 2월 23일자에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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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사랑의 선택-안명옥...[시론]


안명옥 포천 중문의대 교수

조류독감, 광우병, 사스등 인간에게 있지 않던 신종 전염병이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학교가는 어린이들이 안전하지 못하고, 경제는 물론 정치상황도 즐거운 소식이 하나도 없다. 사회 각처에 불신이 팽배하여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조류독감균도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도 못 믿어워서 닭고기, 오리고기의 소비가 줄어 관련 업체가 도산을 하고, 그에 실망하여 자살까지 하는 업자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 어떤 다른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불행한 현상이다. 이웃이, 혹은 크게는 정부가 무슨 말을 하여도, 언론이 콩을 콩이라 하고 팥을 팥이라 하여도 안 믿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이 무엇인지 하도 믿음 안가는 일들의 연속이라 그 배후에 어떤 목적이 있을까 의심이 끝을 모른다. 믿으면 그 믿음 끝에 오는 실망과 피해는 믿는 사람의 몫일 거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 살고 싶지 않은 나라,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반면, 실상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 파장을 생각도 안하며 염치도 모르고 수치심도 모르며 가볍게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세상이니 이를 누구를 탓할까? 하도 인생을 부끄럽게 살기로 결정하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아 인생을 참으로 잘살아보겠다고 정직하고 원칙있게 사는 사람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거꾸로 피해자가 되는 이즈음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침이다”는 만고의 진리인데 순간의 모면이 지혜인양 거짓이 득세하고 있다. 양질의 인간은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삶의 목표는 “양질의 삶”인 것을...

양질의 인간으로 양질의 삶을 사는데 두가지 대표적인 덕목은 믿음과 사랑일 것이다. 차분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꿋꿋이 나의 일을 정성스럽게 열심히 하는 나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남을 나와 같이 존중하고 믿으며 갈일이다. 언제나의 철학인데, 내가 성실히 믿은 타인에게 배신 받았을 때 물론 아픔은 내것이지만 그는 내 문제가 아니고 불쌍한 인생을 살기로 작정한 비겁한 타인의 문제이다. 아프지만 나는 자유롭다. 궁극적인 불행은 자신이 행하는 일조차 못 깨닫고 있는 저 측은한, 정직하지 못한 상대방이다.  

한번뿐인 인생, 지금 뿐인 이 순간에 연습이란 없는데, 기꺼이 삶을 저질로 선택할 것인가 곰곰 생각해 볼일이다. 주어진 순간순간 선택의 주체는 오로지 나이다.  이세상에 태어나고 자연스럽게 죽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선택이다. 내 일만 묵묵히 정성을 다하여 하며 정직하기로 선택한다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 진다. 진리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심각히 생각해볼 일이다. 믿음과 사랑의 삶을 선택하고 살지를...  
유난히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절절하게 생각나는 이즈음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우리의 역사에 이러한 분이 계셨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요즈음에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민초들이 이렇게 산다. 그리하여 오늘에도 위로가 있고 희망이 있다. 이러한 원칙으로 정직하고 묵묵히 순간의 모든 상황의 선택을 한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내가 천국을 만드는데 동참할지 지옥을 만드는 선택을 할지도 실상 전부가 나의 몫이다.  

믿음의 회복이 절실한 지경이다. 이제 각자의 삶에 대한 사랑의 회복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다. 사랑은 온갖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사랑이란 흔히 생각하듯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 자연에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일에의 열정과 사랑, 사물에의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등이 다 포함된 삶 전체에의 열정이다. 나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찌 거짓이 나오며, 배반이 있을 것인가? 믿음과 사랑의 선택이 있다. 그러면 희망은 저절로 생긴다.  

봄이 오고 있다. 따뜻한 기운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마음들이 따뜻해졌으면 한다. 한번 밖에 없는 이 소중한 삶을, 미워하며, 남에게 해를 주며, 아프게 하면 살 것인가! 어찌 시간을 보내든지 봄날은 간다. 시간이 간다. 다시한번 믿음과 사랑의 회복된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하며 이 따뜻한 봄날을 살면 좋겠다. 이 세상을 온유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