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고!  아니고 비가 왔지. 관계 없음.

선생이 씩씩하니까 애들도 씩씩함.

애들 에너지만 받아도 절로 힘이 남.

어제 예선전, 오늘 본선 토너먼트.

 

화장실 옆에 <제 2회 우리학교 탁구 국가 대표 선발전> 딱 붙여 놓고 신청을 받았지.

총 24명이 신청을 했어.

우리 학교 애들 총 인원이 104명이야. 참 많이 신청했지?

음~   24명에게 모두 선물이 돌아가게 해야지.

 

저번 모임에서 받은 흰 쟘바는 건모 줘야지.  너무 커서 맞을 놈은 그 놈밖에 없어. 특별상.

청각장애에 자폐, 그리고 편마비의 중복 장애지만 랠리를 39회나 하는 놈.

충분해.

 

저번에 무수히 교장과 싸우며, 행정실장과 싸우며 탁구대 2대를 들여 놓았지.

그 때 서비스로 받은 싸구려 팬홀드 라켓을 모두 쉐이크로 바꿔야지. 모두 아홉 개니까 9등까지 주고.

좋은 라켓을 주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야.

한 5회 정도 되면 그 때 두 명만 좋은 라켓 줘야지.

 

어! 양말 안 신고 왔다 하며 우리 관장님한테 강탈한 양말 몇 개, 탁구 모임에서 뺏어 놓은 양말 7개, 나가지도 않은 서울시 대회에서 나온 노란 색 티셔츠.

내가 갖고 있는 탁구 수건, 친구가 준 요가 매트, 옆 교실 선생님이 찬조해 주신 공책 모두 40권.

같이 탁구 치는 선생님이 빵 무지하게 많이(남았음).

옆 반 선생님이 떡, 음료수.

 

탁구부 반장 재석이한테 네가 진행해! 말했지.

물론 나는 보이지 않게 도와야지.

탁구반(방과 후 학교)에 있는 아이가 우승하기를 바라지만 져도 괜찮아.

더 분발할 테니까.

저번에 탁구반인 재석이가 준우승하고 태권도반인 승규가 우승했거든.

이 놈 운동 신경이 장난이 아니야.

 

예선을 하고 나서 토너먼트 조를 짜니 재석이와 승규가 같은 조에 속했더라구.

살짝 손질을 했지.

 

여자 애들도 네 명이나 본선에 진출.

다음엔 여자 남자 갈라서 할 거야.

 

여자 애들 할 때는 노골적으로 밴치를 봤지.

아우~ 씩씩한 아마조네스의 후예들. 모두 깨꼬닥~~

여자 애들 너무 예뻐.

 

한 번 해 봤다고 애들이 아주 잘 하더라구. 진행도 잘 하고.

선생님들도 여러 명 와서 신기한 듯 구경하고, 이런 일이 뭐 별 거라고....

이런 일이라면 맨날이라도 하겠다.

 

놀라운 것은 거의 매 게임이 5세트를 가는 거야.

참 뿌듯했어.

일부러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일찍 가서 대걸레로 청소 두 번씩 하고, 탁구대도 세 대인데 두 대로 만들어 놓고

상품도 진열해 놓고, 대진표 크게 해서 붙여 놓고, 응원하는 애들 양쪽으로 몰아 놓고, 찍사 한 명 정해 놓고 주심, 부심 두 명 있게 하고, 난 팔짱 끼고 딱 버티고 있었지.

 

결국 재석이랑 승규랑 결승에서 붙었는데 재석이가 2 대 0으로 이기더라구.

그러더니 다시 승규가 2 세트를 따고 결국 5세트.

제대로 된 포어를 하는 재석이가 괴이한 커트를 구사하는(!!!???) 승규를 결국 이기더라구.

 

악수하고 껴안고 박수치고 히히하하호호~~~~

 

나 이런 일이 참 즐거워.

힘들지 않아.

거의 네 시간 동안 서 있어서 종아리가 뻐근하긴 했지만 아이들이랑 이런 재미나는 일 하는 거 좋아.

이런 거만 했으면 좋겠어.

 

철없이 늙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아.

이런 일을 빙자하여 나한테 많은 물건을 강탈당한 여러 벗님들이 고마울  뿐이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강탈 당하길 바랄뿐이고.

3회가 또 있을 거니까.

 

그냥 기뻐서,  그리고 이런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나한테 탁구를 가르쳐 준 모든 선생님들이 고마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