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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달려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하나하나가 반갑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지 모른다.  


길가에 핀 꽃한송이도 가지를 늘어 뜨리고 서있는 나무 한그루도 잔디 위에서 노니는 오리들도 매일 매일 보건만 볼 때마다 새롭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까맣고 무뚝뚝한 인도계의 가족들도, 생긋생긋 웃는 백인 할머니도 모두 마주치면 반가운 이웃들이다.  

 

오늘 교회에서 만난 JAMA의 김장로님은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를 감동시키셨다.   암과 싸우면서도  우리의 청소년들을 마약과 갱, 동성애와  게임중독에서 구하고자 피곤도 잊으채 온 몸을 던져 헌신하고 계신 분이시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힘이 솟아나고 도전 받게 된다. 

 

지금 정옥이가 기다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고 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면서 여고 동창을 만난다는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혜경이도, 전화 목소리가 들뜬 마음인 것 같다.   

 

정옥이 딸이 다니는 교회는 언덕위,  태평양 바닷가 절벽 위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교회 앞에서 기다리고 서있는 정옥이와 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가움에 손을 들어 소리 지른다.  정옥아!” 

 

갸름한 딸이 예쁘다.  정숙해 보인다.  역시 수줍음도 내숭도 정옥이에겐 없다.  

쾌활하고 시원시원하니 좋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같이 마음도 시원하게 해준다.  

 

혜경이가  Elephant Bar 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밝은 정옥이의 말을 신기한듯 재미있게 듣고 있다. 

멀고 먼 알라바마에 가까운 플로리다  바닷가에 사는데 한 낚시줄에 낚시를 여섯개 매어 드리우면 한번에 삼치가 다섯마리나 올라온댄다. 인천에서 삼치집다니던 분들 침 넘어 가겠다. 

 

할머니 이야기를 물었다.  할아버지가  인천여상 교장선생님, 우리 인천여중 초대 교장선생님 이셨는데  아이고, 초대 교장 선생님 할아버지 생각해서라도 정옥이한테 잘 해야겠다.   육이오 때 미군들에게 학교를 조금 빌려주는 댓가를 받아 원형교사을 지으셨댄다. 그 건물 허물면 정옥이 섭섭하겠다.   

 

정옥이의 웃음띤 이야기는 계속된다.

우리 딸 둘인데 예쁘게 다 잘 컸으니 데리고 가라고 농담반 넉살을 부린다. 

내가봐도 욕심나는 예쁘고 착한 커리어 우먼인데,  내 아들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혜경이는 전보다 더 편안해 보인다. 교회생활이 좋은가보다.  집에 제비가 들어와 집을 짓는댄다. 아마 올해는 무언가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아쉬움은 크지만 사진이라도 찍고 헤어지자.  정옥이 딸이 차에서 내려 얌전하게 인사한다. 
,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집으로 가는 길은 무언가 빠진듯 허전하다.  정신없이 달려가 만나고, 먹고 헤어지는 짧은 만남이었다.  아마 정옥이의 이야기에 쏙 빠져  더욱 그런가보다. 

 

우리 친구 정옥이 참 좋죠?”

그래, 인일여고인걸! 그 친구하고는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즐겁겠어. 아마, 과일로 치면 빨간 석류같다 할까?  속이 알갱이가 알알이 꽉차게 들어있거든.  정 많고 사랑많은 알갱이들일거야.  빙긋빙긋 웃는 얼굴 보면 알 수 있지. “ 

 

그래, 밝게 웃는 네 모습 예뻤어, 정옥아. 

나도 덕분에 많이 웃고 마음이 밝아졌단다. 고마워. 

우리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주 연락하자.

너 보고싶으면 따님 만나봐도 될까?

혹시, 아니? 

 

 

                                                                                6 8 2008

                                                                                       San Francisco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