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인 것 같지만 고작 3 년 반 전의 일이다.
이곳 피닉스에 생전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은 집부터 사라고 아우성이었다.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피닉스 역사 이래 처음인 호경기에 몹시 들떠 있었다.
우주의 초라한 변두리 같던 피닉스가 미국의 5 번째 도시로 부상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2 년만에 집 값이 두배로 뛰었다나 너도나도 집 팔고, 집 짓고, 이사하느라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인기있는 써버브 어떤 동네는 사고 싶은 사람이 하도 많아서
뽑기를 하며 경쟁을 하였고, 순서를 몇달씩 기다려야 했다.

과연 다녀보니 일주일 간격으로 값이 오르고 있었다.
부랴사랴 이사 오기 전에 작은 집부터 샀다.
우리 아들이 살 집이었는데 그 집을 사겠다고 동시에 오퍼를 낸 사람이 셋이나 되어 부른 가격보다 더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2 천불이나 더 올려 내고서야 차지하게 되었다.
내놓는 집마다 그렇게 하루 이틀만에 팔렸던 좋은 때였으니까...

어떤 사람은 집을 몇달에 한번씩 짓고 또 팔고 하면서 집이 오른 부분을 생활비로 쓴다고 했다.
일년에 세채만 그렇게 하면 먹고 살 것이 떨어지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날마다 골프만 친다고 했다.

우리들도 덩달아 비지니스도 정하지 않고 전에 살던 집보다 더 나은 집을 먼저 짓기로 한 것은 약간의 배짱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람들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서 작심을 하였고 며칠만에 전망이 좋은, 산의 능선이 보이는 곳의 빈터를 택했다.
집 뒤뜰에는 골프장이 연결이 되어있는 드림 하우스였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 값이 손에 만져지고 눈에 보이는 현실이라니,
내 평생 처음 만난 기회요, 집만 사면 모두가 벼락부자가 될것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릴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기가 서서히 식어갔고 우리 집은 지어가는데
급히 잡은 사업은 기대만큼 잘 되지는 않았던 것.
아니, 잘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큰 근심의 소낙비를 만난 셈...미국와서 만난 두번째의 위기였다.
예전보다 돈을 잘 벌어보고 싶었는데 그런 행운은 여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돈 잘버는 것보다 못 버는 것이 더 다행인지는 잘 모르지만....)

집 모게지를 갚아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어서
차라리 집을 포기하고자 했더니 남편이 다 지은 집에 못 들어와 산다니 너무나 억울하다고 난리였다.
몇 달이라도 살아 보자고..

마침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 아들의 집이 일년 만에 얼마의 이익을 남기고 팔렸다.
정말 막차를 잘 탄 것이었다.
그 집을 판 직후부터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 붙었으니까.
그때로부터 2 년 반 가까이 된 지금까지 이 집에서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이 집에 사는 것 자체가 괴로운 세상살이를 잊게 해주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을 맛보게도 해주어서,
또한 그 때문에 피닉스를 얼마나 좋아하게 되었는지,
남편 말을 들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고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팔고 싶은 집이 아주 많이 있다. 아마도 절반 이상일 것이다.
그 집들은 자기들이 친히 살려고 산것이 아니라 투자용으로 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집들, 즉 아무도 살지 않는 집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안 사는 집 앞엔 잡초가 더부룩하여 볼성이 사나운 때가 많다.

작년에는 두 세집 마다 하나씩 세일 팻말을 달고 있었는데 하도 안 팔려서 모두들 포기를 한 것 같다.
지금은 팻말을 대개 내리고 렌트들을 주어서 어느 정도는 채워졌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만한 동네에 집들이 이렇게 많이 비어 있다니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슬픈 일이다.

한편에 집이 없는 사람이 많은 것도 슬프지만, 한편에 많은 집이 비어있는 것도 슬픈 일이다.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이 아파트 렌트비만 내고 좋은 집에 살수 있는 것은 다행일까?..




그당시 그렇게 멀지 않은 엘에이에서 집을 하나 팔면 이곳에서는 집 하나,
가게 하나가 나온다고 많은 사람이 엘에이에서 쏟아져 들어 왔었다.
그러나 자리를 못잡고 다시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집 두집 건너에도 세채의 집을 짓고 이사온 한국 사람이 있었는데
집들을 세 놓고 도로 엘에이로 떠난지 오래다.

그러나 피닉스 뿐만 아니라 엘에이도, 미국도,또 세계적으로도 경기가 안 좋으니
모처럼 투자를 한다고 무리를 한,  집이 한 두채가 아닌 서민들이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을까.
'서투른 도둑이 첫날밤에 들킨다'던데 어쩌다 욕심에 발목 잡힌 것에 얼마나 발등을 찍으며 후회할까.

사상 최악의 부동산 불경기와 모게지 적자로 차압을 당하는 집들이 수도 없이 많다니
그런 괴로운 이야기까지 더 이상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만
얼마나 한숨 나오고 가슴 아픈 일들이 곳곳에 쌓여 있을까?

오늘 아침 우리 동네 사람에게 들으니 리 파이넨싱을 하려는데
집 감정을 해보니 그동안 자기집 가치가 십만불씩이나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이상한 것은 경기가 언제나 풀릴지 알수 없는데 집은 계속적으로 짓고 있는 것.
넓으나 넓은 땅이 더더욱 집 경기를 힘들게 가중하는 문제인 것이다.

개스값이 치솟고 식품비도 올라간다고 하며 들리는 소리마다 힘들어질 전망 뿐이다.
오늘 뉴스에는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희망이 없고
돈 때문에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것을 읽었다.
서민들에게는 알수 없는 미래가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렇지만 이 와중에도 꿈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
이 동네 한인회장 김석환씨..
애리조나를 제이의 한국으로 만들자는 꿈이 있다.
그에게는 애리조나가 자연 재해가 전혀 없고 미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란 확신이 있다.
그는 미국 방방 곡곡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보았는데 이곳 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한다.
가까운 예로 엘에이는 너무나 복잡하지만 피닉스는 얼마나 땅도 넓고 길도 좋고 살기도 좋은가 말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미국과 한국이 무비자가 될것이라고 하였는데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가 믿기로 무비자가 되면 한국사람들이 몰려 올텐데 한국 사람들에게
피닉스-애리조나를 선전하여 이곳으로 모으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제이의 한국으로 한국타운을 건설하면 그 모든 문제들은 없어진다는 것!
부지런한 한국 사람들이 이 땅을 차지하고 살면 다시 모두가 잘 살게 될것 이라는 것!
'민족 대 이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얼마나 신나는 꿈인가?
제발 그의 꿈이 이루어져 다시 한번 이곳에 해뜰날 오기를 비는 맘이다.
그리고 모두가 다 잘 사는 때가 왔으면 정말 좋겠다.
혼자서만 아무리 잘 살아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모두가 다 잘 살아야만 정말로 안심하며 살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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