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3219.JPG


     


오늘, 오랜만에 한가롭습니다.


지난 2월부터,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학교에 가야하고, 중간에 화요일은 그림 그리는 날이라 바쁘게 지내는데,

최근에는 주말에도 나가야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모처럼 그 어떤 약속도 없는 오늘은,

밀린 빨래를 하며 집안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당연히 음악도 볼륨을 높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전 악장을 듣습니다.


아~ 나는 오늘, 집에서 이 한가함이 참 행복합니다.

일을 마치면 손톱도 다듬고, 모처럼 메니큐어도 할 것입니다.


올 봄, 엘에이 근교는 정말 환상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난겨울에 비가 제법 내려서 이기도하지만,

작년에 바람이 많이 불어 사방에 꽃씨가 날린 탓일까요,

온통 산과 들이 노랑, 연두, 초록의 물감을 확 풀어놓은 듯 해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마음이 들떠,

학교 가는 길, 오는 길 뿐 아니라, 어디나 황홀하여

꿈꾸는 듯, 취한 듯,

그렇게 삼월을 보내고, 또 사월을 보내는 중입니다.


어제는 해 질 녁에 혜옥이와

말리부 바닷가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들꽃 만발한 들녘에 서니,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집들이 보입니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바닷가 집들이 있는 곳에 닿았습니다.


바닷가로 내려 갔습니다.

그 곳은 프라이빗 비치이더군요.


‘왜 태양은 빛나며

왜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일까....‘

옛날 팝송이 우물우물 불러지고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한적한 바닷가 모래 위를 걸었습니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는 이 곳,

이처럼 환상적인 곳에서 느끼며, 꿈꾸며, 즐길 줄 아는 우리는

개츠비만큼이나 위대 합니다.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

     아아,

     나는 아파라‘


     하는 어느 시 구절이 확 와 닿습니다.


     목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캘리포니아의 자연환경을 사랑하면,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어진다 구요.


확 부풀었다 스러져 가는 꽃망울들.

켈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로는,

저  가녀린 노랑연두의 꽃망울이, 그 대궁이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곧 사라질 이 아름다운 연둣빛 산과 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어쩌겠습니까.


‘천하에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성경 전도서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 해 봅니다.

‘꽃이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나니....’


우리네 인생과 꼭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