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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갑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한바퀴 걷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한시간 걸렸는데  이제는 40분정도 걸으면 됩니다. 

테니스 치는 사람들을 보며 공원을 지나면 하얀꽃이 송이송이 탐스럽게 만발한 가로수도 보고 물오른 가지에 싹이 돋아 예쁜 플라타너스도 보며 걸어갑니다. 잔디밭엔 청둥오리 한쌍이 서로 몸을 의지하고 앉아 지나가는 우리를 쳐다봅니다. 
어제 만난 젊은 청년은 오늘도 열심히 풍성한 머리를 날리며 달려오고 있습니다.   “ 하이!” 내일도 또 만나겠지요.   

 

이번 주말에 빅 베이슨 레드우드 팍으로 등산을 가는데 내가 너무 느려 걱정도 됩니다. 
그 곳은 우람하게 큰 레드우드가 많아 아름답습니다.  쭉죽 뻗어오른 나무 숲을 걸으면 마음을 수그러지게 하고 주님을 찬양하게 합니다. 오랜 세월을 서로서로 의지하며 붙어 서 있는 나무를 보며 가족을 생각하게하고 친구를 생각하게 하고 주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구구팔팔이삼사라 하지만 홀로 외로이 산다면 무슨 기쁨이 있을까.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곁에 가족이 있고 가까이에 친구가 있고 늘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셔야 오래사는 가치가 있지. 

 

잘 걷네. 다리 안 아퍼?”  괜찮아요. 바람이 좀 차네요.”

“‘부러운 여자얘기 알지?  힐러리같이 똑똑한 여자는 예쁜여자를 당할 수 없고. 예쁜여자는 돈많은 여자를 당할 수 없대나?  그런데 돈많은 여자도 건강한 여자는 당할 수 없다고 했지?  당신이 건강해서 나는 참 행복한 남자야.” 

 

길건너 문틈으로 보이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추는 여자들이 건강해 보입니다. 엘카미노에 오면 예쁘게 포장한 See’s 캔디가 환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등산가서 점심은 어떻게 할거예요?”그건 당신이 준비해 주었으면 해. 함께 먹는건 중요하지.”  

 

지난 부활주일에 찬양과 성만찬, 말씀이 모두 하나가 되어 예배드리니 참 은혜스러웠지?  매주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배 후 오찬이 있어 더욱 좋았어. 남회원들도 처음으로 함께 모였잖아.”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되는 것도 여러가지지만 누가는 엠마오에서 두 제자가 함께떡을 뗄 때' 믿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누가는 함께 식사하는 일을 신앙공동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거지. 

아마 옛날 예수님이 살아 계실 때 함께 떡 떼던 일을 생각나게 하셨을거야. 두 제자는 기쁘고 놀라 이 일을 전해주려고 예루살렘으로 즉시 올라 갔는데 그 곳엔 이미 그들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본 제자들이 있었던거야.” 

그럼 이제 남은건 모두 일어나 그 소식을 세상에 전하러 나가는 일이었겠네요.”맞았어!”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딸과 함께 엄마가 옆에서 뛰며 한국말로 이야기합니다. 

까페엔 젊은 남녀들이 쌍쌍이 앉아 다정하게 속삭이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빅 베이슨의 Ocean View Summit 에서 만난 젊은 연인들이 생각납니다. 한쌍은 따뜻하게 햇빛을 쬐며 바위에 걸터 앉아 싸온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한쌍은 Summit Point 에 올라와 서서 허깅을 하고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또 한쌍은 산악 자전거를 타고 그 곳까지 올라왔습니다. 좋을 때라고, 참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빅 베이슨 레드우드 숲은 걷기 참 좋은 곳입니다. 낙엽이 쌓인 길을 우뚝우뚝 솟은 레드우드를 보며 걷습니다. 
옆엔 시냇물이 돌틈사이로 소리내어 흐르고 새소리와 어울려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레드우드 아래엔 이름모를 풀이 아주 작은 흰꽃을 수줍게 피우고, 노란 바나나 슬러그가 더듬이를 세우고 아주 천천히 기어갑니다.

 

숲속을 걸으면 함께 나누는 대화도 좋고, 말씀묵상도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걷기는 사색하기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교회 식구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주님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걷고 싶습니다. 

 

 

 

                                                                             4 3 2008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