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석달만 참았다가

지난 주일 예배때 장로님께서 광고하시기를

상처하신지 1 년 3 개월 되신 우리 목사님이 새 장가를 드신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동안 목사님은 재혼이라는 말을 누가 꺼낼까봐 지레 알러지 반응을 보였고

매 월요일 쉬는 날마다 사모님의 무덤을 찾아가시는 등, 

옛 부인을 도저히 잊지 못하시는 애처가의 남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혼자서 살려고 하는 줄만 알아서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걱정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돌아가신 사모님같이 절대 순종하는 여자가 어디 또 있을까?

그런 사람을 혹 다시 찾으시려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고 까지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사모님 없는 목회란 한 날개 없는 비행이랑 비슷하지 않던가?

공연히 도와드리지도 못하면서 혼자 사시는 목사님이

무얼 잡숫는가도 가끔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아무튼 그 광고로 갑자기 여러가지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광고에 의하면 3 월 31일에 시카고에 가서 결혼 하신다는 것이었다.

아, 두달 전쯤 시카고 가신 일이 그것 때문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로님은  광고 끝에

"당회에서 우리 사모님을 청빙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라고 익살을 부렸는데

목사님은 하나도 웃지 않으시고 딴청만 하셨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마디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그동안 기도해 주신것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탁합니다.."정도 말이다.

 

오늘 삼일 예배에 그분을 소개 하셨다.

"시카고에서 오신 분을 소개 합니다." 하셔서

우리는 대번에 누구인지 짐작하고 와 뒤를 돌아 보았다. 

예전 사모님이 앉으시던 뒷자리에

아주 건강하고 인상이 좋은 한 사람이 일어나서 웃고 계셨다.

 

사모님은 너무 미인이어도 안되고 너무 못생겨도 안된다고들 하는데

이분은 사모님으로서 딱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옛날 부터 아시던 분이요,

목사님의 아이들 주일학교 반사를 하시기도 하셨던 전도사 출신이라

일사천리로 연결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후덕해 보이는 웃음 때문인지 모두가 단번에 안심이 된 모습이었다. 

얼마나 다행하고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소식을 처음 접했을때 어떤이는 정말 잘 되었다고 환영 하였지만

어떤이는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그 이야기 끝에 나는 내 옆에 앉으신 권사님께

"뭐가 빨라요? 나는 남편에게 나 죽으면 석달만 참았다가 재혼하라고 하는데.."

했더니 그 권사님도 나와 똑같은 의견이라고 하시며 웃어 주셨다.

그런데 그동안 내 의견에 그대로 동의해 준사람은 그 권사님 빼놓고 별로 못 봤었다.

 

여자는 혼자 살수 있어도

남자는 옆에 아내가 없으면 당장에 구질스러워 지니까

재혼을 될수있는 대로 빨리 해야 한다는 뜻인데

어떤 사람은 자기는 남편에게 자기 죽으면 절대로 재혼하지 말란다고

유언하고 죽는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사랑하니까 혼자만 차지하고 남에게 주기 아까운 마음일까만

그런 말은 좀 치기 어린 이기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재혼을 하는게 좋다는 사람들도

대체로 석달은 너무 짧고, 육개월도 짧고, 일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나랑 우리 권사님은 "이왕 할 것 뭘 기다리는가?

한살이라도 나이 더 들기 전에 재혼 해야 한다"로

"석달이면 충분하다"에 완전 의견 일치이다.

 

남자는 자기 아내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가만히 웃는다고 한다.

새 마누라 얻을 일이 좋아서...


젊었을때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럴 수도 있는 것이구나 

확 쇼크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내 남편이 새 장가 가고 싶어 나 죽을 것 기다리는 남편이 아닐 것을 빈다.

적어도 내가 8 살이나 어리고, 할머니 말씀대로 내 손금에 명줄이 길어서

남편보다 일찍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남자가 여자보다  8 년쯤 더 일찍들 죽는다고 하니

아마도 내가 혼자 사는 세월이 8 년에 8 년, 16 년은 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아는가?

사모님도 목사님 보다 5 살이나 어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니까...

......................................................

죽으면 남자는 석달 열흘 울다가 따라 죽을걸

세상에서 없이 못사는 오직 사람

                   (자작시, 하나뿐이 없는 남편에서)

....................................................................

내 착각인지는 모르나 내 남편은 나 죽으면 석달 열흘 울다가 따라 죽을 것 같다.

내가 허락하고, 도장 찍고, 다짐을 받고 죽는다고 해도 두번 장가 들 일은 없을 것 같다.

보나마나 덜 울어서 나 따라 죽지는 못할 것이요,, 그렇다면 부디 새장가 들어야 할텐데

누가 못난 내 남편에게 시집 오겠는가 말이다.

가난하고 늙은 남자에게,. 별 볼것 하나 없이 팍팍 늙어가는 남자에게...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불쌍해진다.

악착같이 남편 보다는 더 오래 살아야 겠다.

자꾸만  어릿해지는 늙은 남편 놔두고 눈이 감아지지 않을 것 같다.

하나님이 우리 부부 해로하고 장수하는 은혜를 주실 것으로 믿는다. 

(2008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