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피닉스의 2 월

 

 

 

참 좋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서 하는 말.

이층 가족실에 앉아 있다가 밖을 내다 보며 하는 말.

내 방 베란다를 여는 슬라이딩 도어 앞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며 하는 말.

부엌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산보를 한다.
노란 꽃이 만발하다못해 흐들흐들 떨어져 발밑에 밟히는
골프장 안의 오솔길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며
또 "정말 참 좋다!"

하루에 백번이나 '참 좋다!'를 해대는 남편...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모양이다.

나에게도 남편의 좋은 기분이 전염된다.

 

더구나 최근에 창문에 틴팅을 해서 약간 어두운 듯하면서 시원해진

유리창의 새 모습으로 봄이 오는 바깥을 내다보는 것은 새 기분이다.

그동안 블라인드를 내려 놓았었는데 틴팅한 계기로 활짝 열어 놓았더니  

이층 내방엔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드나들 때마다 내 입에서도 '참 좋다!'가 절로 나오고

한밤중 자다깨서 밤 풍경을 보면서도 '참 좋다!'가 나오는 중이다.

그래, 피닉스의 2월은 참 아름답다.  

 

밖에서 향긋한 봄 내음이 들어온다.

파란 잔디밭과 이제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들.

나무마다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봄이라 그런지 새소리도 아주 가볍다.

 

너무나 많이 열려서 다 못 먹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자몽과 오렌지와 레몬.

오늘도 금요예배 끝나니 어떤 분이 레몬 한 봉지를 주신다.

기막힌 향내가 따라와서 우리 집을 가득히 새로 채운다.

집집마다 오렌지 꽃이 나무마다 피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뒤뜰에 심은 두 나무도 부지런히 자라서 남에게도 나눠 줄만큼 많이 열렸으면...

 

쌀쌀했던 공기가 훈훈해지자 마자 제일 먼저 한것은 민들레 나물을 뜯어온 것이다.

벌써 몇번이나 싱싱한 것으로 쌈장에 쌈을 싸먹고

쓴 물을 빼서 나물로도 해먹었다.

민들레, 씀바귀가 당뇨나 현대인의 병에 좋다는 말을 들어서 만이 아니라

옛날 어릴적 냉이 나물 뜯어 먹었을 그 시절이 그리워서 열심히 뜯어 먹는다.

 

우리 동네 어떤 빈집 앞에는 무더기로 나 있어서 오분만 따내도 한 바구니에 가득하다.

쌉쌀한 것에 맛을 들여 그것 한가지로도 풍성한 봄의 식탁이 되는 것이다.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 밑으로 물이 점점 불어난다.

지난 겨울에 비가 꽤 많이 와서 여름내 거의 물이 흐르지 않던 시내가 물이 차 올라

멋지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아리조나 북쪽의 산 속의 눈이 녹아 여기까지 흘러 내려 오는 중인가 보다.

아, 저 너른 강이 물로 가득차면 얼마나 좋을까..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사막에 꽃이 피어 향내내리라~하는 노래처럼.

 

시카고엔 아직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주 딴 세상이니 상상이 안간다.

사실 시카고 이번 겨울은 너무했다. 

고모에게 날마다 눈이 또 왔다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셀수가 없다.

세상에 2월 마지막까지, 어제도 왔다는 것이다.

 

주유소를 하는 동생네는 눈 한번 쓸면 100불씩을 내야 하는데

지난 겨울 내내 너무 한다고 비명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눈을 쳐야할 때도 있으니까...

눈이 많이 온 것 뿐 아니라 추워서 다른 해보다 난방비가 곱으로 들었다고 울상들이다.

어느 집은 700불이나 들었다 하니 믿기가 어렵지만 고모네도 450불이나 내야 한다고 하니

엔간히 벌어서 그걸 다 어찌 갚는단 말인가?

그런 지루한 겨울을 잊어버리고 살수 있는 것은 황홀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동네 친구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라보엠에서 가난한 미미가

굴뚝과 지붕만 보이는 옥탑 방에서

"첫번째 햇빛은 나의 것, 4월의 첫번째 훈풍은 나의 것..," 이라고 노래를 했는데

이곳은 두 달 먼저지만 그녀의 마음과 똑 같으다.

예술은 가난하더라도 백만장자의 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태어난다고 했지...

 

비록 내 주머니 가볍고, 나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피닉스의 봄은 내 것이고

2 월의 따뜻한 훈풍이 내 것인데 무엇이 부족하리...  

                                              (2008년 2월)

 

          (사진기가 어디로 가서 대신 한국의 봄 사진들을 퍼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