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세번째 수다방이 열렸습니다.
이 방에서는 푸른 하늘에 띄워 보낼만큼 고운 사연들을 써 보시지요.
가을이니까요.
다 잊었던 기억의 조각이라도 찾아내고픈 계절이니까요.
아직은 내가 쓸만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으니까요.


**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다  **

우리는 처음 얼마나 작게 시작했던가
날아 오르는 저 종이연을 지탱해주는 가느다란 실처럼
우리는 얼마나 가늘게 매달려 살아왔던가

얼마나 가늘게 시작했던가
막 찌어낸 밥알이 맞붙어 있는 것처럼

서로 놓지 못한 손목을 저 종이연에 매달고
얼마나 함께하고 싶었던가

얼마나 영원하길 바랬던가
이제 당신은 나에게 꺼지지 않는 허기진 사랑이요
차오르지 않는 공복이요
내 생애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뼛속의 문신이라지만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긴 시간 너에게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내 그리움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은 그 마음 때문에....

내 그리움을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다
당신에게만은 들키고 싶다         .........................김종원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