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을 조금 넘긴 연초록으로 가득 차 있는 산.
그 산위에 우뚝 서 있는 왕관을 쓰고 있는 형상의 바위, 秀바위.
그 바위 옆에 깊이 숨어 있는 비경, 화암사.

미시령 고개로 접어드는 초입에 있는 화암사 앞 골짜기에 공중걸이 하고 있는 찻집.
바람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와 잘 어울리는 명상음악.
가까이 들리는 사시 예불 독경소리.
정갈한 다다미 바닥.

송화가루에 꿀을 넣어 마시는 <송화밀차> 한잔.
바라보기만 해도 든든하게 훌쩍 큰 아이의 맑은 눈빛, 미소.
낳고 키우던 모든 순간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좌르륵 돌아가면서 가슴이 뭉클...
이제 2주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군인.
어느새 다 자랐구나.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감사하고
그로인해 내 속에서 물씬 피어오르는 행복감.
눈물이 핑그르르.

남자가 군대에 가서 훈련을 받으면서 힘이 들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고향에서 기다리실 어머니라고 하던데...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내 아들이 힘들 때 버팀목이 되겠구나.
약해지지 말고 의연한 모습 보여 줘야지.

나이 오십이 되도록 살면서
군인의 애인도 해 봤고
군인의 아내도 해 봤고
군인의 에미도 해 봤는데
제일 가슴이 절절하고 애틋한 것이 에미더라.

아들이 군복을 입고 있을 적에는
자나깨나 아들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향해 있어서
일기예보도 내가 사는 곳보다 아들이 있는 곳을 먼저 보게 되고
떨어지는 가랑잎에도 뒷통수가 깨진다는 병장 말년까지 다 마치기 전에는
한 순간도 마음에서 군인 아들을 내려놓을 수 없더라.
그냥 내 모성 본능이 그리 시키더라.

아들을 하나만 낳을걸 그랬나.
산고를 두번 겪었듯이 두번 치르는 일.
작은 아들 또 군대에 보내기.
마음은 힘들지만 그래도 둘 낳기를 잘했다.

첫 애는 첫째라 애틋했는데
둘째는 막내라 애틋하다.

이렇게 해서 나도 철이 들고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인생의 여정.
나도 머리로는 다 안다.
마음이 짠해서 그렇지...

아들아 ~
건강하게 잘 다녀오너라.
입대할 때의 모습에서 머리칼 하나 훼손하지 말고
오히려 지금 모습에다 <철>을 더 보태서 나오게 되기를
네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으마.

나는 죽어도 고무신 거꾸로 신을 수 없는 바보같은 애인,
군인의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