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네...
캘거리 스탬피드가 무르익어 가는 요즈음 나의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이다.

매일 아침 각 빌딩들이 돌아가면서 팬케익에 소세지를 곁들인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점심시간에는 밴드까지 초대되어 노래와 춤이 한바탕 벌어진다.

이민오던 첫해에, ESL에 다닐 때는 올림픽 프라자에서 주는 아침을 얻어먹으려고 일부러 일찍 나오기도 했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스탬피드에 대한 관심도 적어지고 있다.

페트로 캐나다 빌딩에서도 스탬피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내부 장식을 바꾸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웨곤, 농기구들, 카우보이 모자와 벨트등...

어느 날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사나이 뱃지를 나누어 주기도 하였고, 지난 주에는 점심을 주었는데 기다리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 그 큰 빌딩을 한 바퀴 돌아 겹줄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거기에 동참하기 보다는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나라의 일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대이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8 AVE(스티븐 애비뉴)로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임시로 설치해 놓은 간이무대 위에서  악단들이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거리 위에서는 지나가는 행인들이 스퀘어 댄스를 하고 있었다.

행사를 지도하는 주최 측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지나가는 행인들과 관광객들  같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노인 분들이 많았는데 ...
할머니들은 화장을 곱게 하셨고 할아버지들도 청바지 위에 바쳐 입은 남방에 한껏 모양을 내셨다.

춤을 추시는 동작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 ...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서로 서로 손을 잡고 도는 모습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가슴에 따스한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 연세에도 인생을 저렇게 즐기시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픈 하우스를 해도 집이 안팔린다고...
이제 겨우 일주일 되었는데...
임자는 따로 있다고 하더라... 마음 편히 갖자.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아이 손을 잡고 나도 그 무리에 끼여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캘거리의 여름, 스탬피드 축제를   하며 즐기는 이들처럼 나도 이 여름을 즐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