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가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도나로부터 받은 작은 카드였다. 은종 두개가 리본으로 엮어진, 어찌보면 매우 평범한 모양의 것인데 나는 그 카드를 정리하지 못하고 수첩에 넣은 채  여름이 다 오도록 넣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드 위로 도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메니카에서 온 40대의 흑인노처녀, 내가 갖고 있던 흑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여자- 도나를 떠올리면 이런 말들이 그녀를 따라온다.

이민온 지 얼마 되지않아, 영어학교를 다닐 때 나는 수업이  끝나면 같은 학교 건물 1층에 있는 대이캐어에서 일했었고 도나는 그 때 한 방에서 같이 근무했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흑인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왠지 성격이 거칠것 같았고 우리와 많은 문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나의 잘못된 예상은 첫날부터 깨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몸에 밴 친절한 태도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면 늘 성경을 읽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중에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다 싶으면 곁에서 도와주는 그 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온 한 여자는 가끔 얼굴이나 몸에 상처를 입고 출근하였다.
그녀의 한 쪽 눈이 시퍼렇게 부풀어 올랐던 날, 우리는 재떨이에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의 폭력에 상습적으로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그 후, 그녀를 YWCA 여성 쉘터 쎈터로 보내준 것도 도나였다.

그 날은 도나가 성경책 대신 아주 작은 소책자를 보고 있었다.
"Our Dairy Bread" 라는 제목이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다달이 나오는 이 선교용 작은 책을 매달 전해 주었다.
그 일은 내가 다른 쎈터로 옮긴 후에도 계속 되었고 나중에는 우편으로 직접 받아보게 되었다.
비록 크기는 작았으나, 나는 그 안에서 영어의 여러가지 표현법과 인생의 여러가지 기쁨, 슬픔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도나가 내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애나, 나 그만두게 될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만두다니..."

도나는 이미 바이블컬리지에 등록 했다는 것이었다. 그 녀의 꿈은 선교사가 되는 것이란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비상을 하는 한마리의 검은 새, 도나!
도나에게 축복있기를...

그녀로부터 받은 한 장의 작은 카드는, 내게  카드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