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페트로 캐나다 빌딩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백화점 베이가 있다.

점심시간에는 가끔 운동삼아 아이쇼핑을 가기도 하고  또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백화점의 역사만큼이나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물건들의 질이 좋은 것을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곧 졸업을 앞둔 아들아이의 정장을 사러 갔었다.
사실은 이곳 저곳 여러군데를 다니며 값을 비교하려고 베이에 먼저 갔었는데 그 직원의 친절과 정성어린 태도에 우리는 그만 다른 곳에 가기도 전에 결심을 굳혀버리고 말았다.

아들아이는 이 옷 저 옷을 계속 입었다 벗었다 하기를 여러 번 하는데도 그 직원은 눈살 한번 찌푸리지않고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해주며 정성어린 서비스를 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아이는 그 직원의 태도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노라고 하면서  다른 곳에 가보지도않은 것을 후회하는 눈치였었다.

그런데 몇일 전, 그 백화점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뒤엎는 일을 당하고 말았다.

요즈음 점점 햇살이 강해지면서, 밖에 나갈 때마다 눈 가장자리가 가렵고 눈이 쉬 피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민올 때 가져온 선글라스는 색이 너무 짙어서 운전할 때도 불편하고, 대이캐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도 편치를 않은데...

얼마전 세일광고를 본 기억이 나서 이번에 투명한 것으로 하나 장만을 하자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하나 구입하였다.
그런데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몇일 후 선글라스 가운데를 연결하는 나사가 떨어져나가면서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아무래도 리펀드를 해야겠구나...
영수증을 찾아 들고 두 조각난 선글라스를  챙겨 부지런히 베이로 갔다.

전통의상 사리를 입은 것으로 보아 인도 여자 같았다.
영수증을 이리 저리 보더니 이 영수증은 2001년도 것이란다.

아니 이럴 수가...
이건 분명 지난 달 영수증인데...
영수증에는 이렇게 찍혀 있었다.

05/04/01

그녀의 말인즉 연도는 제일 마지막에 찍는단다.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인가보다.

정신을 차리자.
그래, 당신 말대로 연도는 마지막에 찍는다고 하자, 그렇지만 나는 2001년도 영수증을 갖고 있지도않고
이 영수증을 찍는 사람이 년도를 제일 먼저 찍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왜 생각안하느냐...

"여기에 찍힌 날짜는 2005년 4월 1일이다" 라는 나의 주장과  2001년 5월 4일이라는 그녀의 주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 보던 일본 점원이 나를 거들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올해 나온 신제품이라는 말로...

나는 인도 여자를 제껴놓고 일본 점원과 리펀드 일정을 모두 마쳤다.
도저히 분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리펀드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나는 조용히 매니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안경을 낀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악수를 한 후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는데...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매니저로부터 사과의 말을 들었고 그 점원에게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단다.

이민생활 5년째...
말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웬만한 일에는 벙어리로 살아왔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바라거니와, 그 인도 점원이 친절의 참의미를 다시 찾기 바라고, 우리 이민자들 모두에게는 불의를 당했을 때 바르게 고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