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고모"  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부르면

뒷동산 너머
방송국 있던
그 버스 정류장에서
보리밭 사잇길
종종 걸음 오시는
고모 발자국 소리 들려온다

땅콩엿 고소한
그 향기 아니어도
정겨운 고모 목소리
귓가에 들리는 저녁이면
아무 것도 부럽지 않았던 유년의 날들

우리는
그 따스함으로
그 저녁의 웃음소리로
벌거숭이 들판에서도
이렇게 자랐다

황해도 어느 들판에서
진달래 꿈꾸던 소녀

서울 한복판 삼선교에서
외동딸 재롱에 행복하던 젊은 새댁
그 고모는
지금 어디에......

스카이라인
아름답도록 슬퍼서
미시건 호수도 고요한 오후
저 이국의 도시

철새들이 날아가는
저 하늘가

고모의 왼손은
새털처럼 가볍기만한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시내를 이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