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따스한
양지뜸에서
단발머리 손질해 주시던
그 손길
지금 어디에

하이얀 감자꽃 시들어 떨어질 때
밭고랑  뒤따라
알갱이 작은 것들
주워담던 그 바구니

"얘야,
너무 무겁게 많이 담지 말아라" 하시던
그 목소리
지금 어디에

늦은 저녁
외출에서 돌아오실 때
한아름 들고 오시던
크림빵과 쎈베과자


그 향기로
얼굴 부비실 때
그 따끔따끔하던 짧은 수염의 기억
지금 어디에

난로 위에 주전자
보글보글 김오를 때

유리창에 그리던
동물 인형들
지금 어디로

늘 고향집에 가야한다고
이산 가족 상봉 때마다
마음 졸이시더니

이제
임진강 건너
자유다리 지나서
잘 도착하셨나요

노루잡이에 꿩사냥하던
그 벽성군 마을들판을
마구 달리시나요

거기도
지금 눈발이 날리고
꿩 잡은 매 방울 소리

쩔--렁
울려퍼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