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허허롭게 느껴지는
토요일 아침

쟈스민 차 한 잔으로
마음 달래는데

어디선가 날아 온
겨울새 한마리

뒷 뜰
울타리에 앉아
맑고 청아한
노래 부르네

여름내
흐드러지게 피던 꽃들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

첫 눈 내리던
그 날 아침까지도
의연하던 능소화 꽃송이
눈바람 따라 가버린 지금

내 마음의 뜨락도
저와 같이 황량하리

무심한 새소리
나의 속내 뜨락 찾아와
두드리고 두드리는데

사는 것이
허허로운
오늘 같은 날

창가까지 다가와
기쁨 주려는
저 겨울새가
고향마을 까치처럼
반가워

딸아이의
반가운 탄성소리

"어머, 저 새 좀 봐."

깊은 강물처럼
소리없이 흐르던
적막한 그 숲에

한 자락 빛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