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봄날은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중년 고개를 넘긴 선후배가 함께 모여
마음 모아 사랑을 나누면서 알차게 이모작하는 곳입니다.다양함과 자유로움을 다 수용하는 것이 우리 봄날의 참모습입니다
봄날의 2006년도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연작소설, 뜰안채 이야기 ~
광희언니가 올린 지난번 정기모임 사진(뜰안채 이야기)에서 착안을 했지요.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근사한 연애소설을 한 편 써 봅시다.
참가 자격은 남,녀,노, 소, 직업, 학력, 체중, 신장, 재력, 지명도, 미모는 물론 문장력도 불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말없이 눈팅만 하셨던 아랫집 윗집 옆집 뒷집 손님들도
원하시면 누구나 다 참여를 하실 수 있습니다.
단, 기껏 썼는데 다른 사람과 박치기를 하여
내가 공들여 쓴 이야기가 못 생긴 덧니처럼 되면 안되겠지요?
그래서 글을 쓰실 때는 반드시
자기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겹치지 않게 글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스토리는 가급적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되게 구상을 해 주세요.
너무 일찍 소설이 끝나지 않도록 수위 조절도 부탁드립니다.
댓글란을 이용해서 만천하에 공개하고 쓰는 연작소설.
재미 있을것 같지 않으세요?
많은 참여 부탁해요 ~~
2006.01.21 09:18:45 (*.234.131.125)
처음엔 그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헤림이.
지난 30년 동안 한번도 그의 입에 올려 본 적이 없는 이름.
가끔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들이 그녀의 이름을 술안주 삼아 들먹일 때도
그는 그저 듣기만 할 뿐 한번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누구시라고요?
"병인아... 나야. 혜림이...."
순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목소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깊은 호소력을 지닌 그녀만의 색깔이 선명한 목소리.
"그래... 혜림이구나."
마음과는 달리 아주 담담하고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을했다.
"상호가 네 전화번호 알려 줘서 그냥 해 봤어. 잘 지내지?"
"응.. 그럭저럭... "
"상호가 그러는데 너 아주 잘 나가는 교수님이라더라."
"잘 나가기는 뭘..."
"결혼도 했다며?"
"응"
"아이는?"
"둘이야.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렇구나... 나는 아들만 하나야."
"나는 서울에 사는데 너도 서울 사니?"
"아니.. 나는 아주 먼 데 살아. 미국...."
"그럼, 지금 국제 전화야?"
"아니... 지금은 한국이야. 잠시 다니러 왔어."
헤림이.
지난 30년 동안 한번도 그의 입에 올려 본 적이 없는 이름.
가끔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들이 그녀의 이름을 술안주 삼아 들먹일 때도
그는 그저 듣기만 할 뿐 한번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누구시라고요?
"병인아... 나야. 혜림이...."
순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목소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깊은 호소력을 지닌 그녀만의 색깔이 선명한 목소리.
"그래... 혜림이구나."
마음과는 달리 아주 담담하고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을했다.
"상호가 네 전화번호 알려 줘서 그냥 해 봤어. 잘 지내지?"
"응.. 그럭저럭... "
"상호가 그러는데 너 아주 잘 나가는 교수님이라더라."
"잘 나가기는 뭘..."
"결혼도 했다며?"
"응"
"아이는?"
"둘이야.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렇구나... 나는 아들만 하나야."
"나는 서울에 사는데 너도 서울 사니?"
"아니.. 나는 아주 먼 데 살아. 미국...."
"그럼, 지금 국제 전화야?"
"아니... 지금은 한국이야. 잠시 다니러 왔어."
2006.01.21 10:28:31 (*.222.111.140)
그는 전화 중간 중간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깊은 숨을 내 쉬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무덤덤하게 나오는 목소리뒤에는 참을 수 없는
지난날의 상흔들이 파도처럼 다가왔다 사라진다.
그녀 또한 담담하게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전화기 속에 목소리를
전해왔다.
"내가 이렇게 불쑥 .......전화 한 이유는........."그녀가 잠시 망서리는
듯하다 전화를 일순간에 끊어버렸다.
그는 안보이는 저쪽에 그녀가 애써 버티다 몰려오는 설음에겨워
감정절제를 그리하는 이유를 알듯도했다.
이렇게 그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바람처럼 다가왔다
몸속깊이 스며드는 짙은 안개를 대동하고서 삼십년전에 그날처럼
아무렇지도 않은듯 무덤덤하게 나오는 목소리뒤에는 참을 수 없는
지난날의 상흔들이 파도처럼 다가왔다 사라진다.
그녀 또한 담담하게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전화기 속에 목소리를
전해왔다.
"내가 이렇게 불쑥 .......전화 한 이유는........."그녀가 잠시 망서리는
듯하다 전화를 일순간에 끊어버렸다.
그는 안보이는 저쪽에 그녀가 애써 버티다 몰려오는 설음에겨워
감정절제를 그리하는 이유를 알듯도했다.
이렇게 그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바람처럼 다가왔다
몸속깊이 스며드는 짙은 안개를 대동하고서 삼십년전에 그날처럼
2006.01.21 23:20:47 (*.238.113.69)
산자락 어귀엔 "J,S 크럽" 이란 팻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고 화살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군데 군데 고즈넉히 자리한 유럽풍의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전에 온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소나무 가지엔 바람이 살랑거릴때마다 눈이 포르를 흩날리고 있었다.
집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이름이 하나씩 붙어있었다.
<늠냇골><산내들><느티나무><머루랑 다래> ~~~~<뜰안채>
나무판의 이정표에서 <뜰안채>란 이름을 보는 순간 그는 갑자기 가슴이 쿵 내려앉는것 같았다. 몇집을 거슬러 올라가니 <뜰안채>란 이름의 빌라형식의 목조건물이 보였다,
그 옆 빈터에 차를 세우고 내린 그는 코트깃을 세우고 석양에 물들어가는 호수를 조용히 내려다 보며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는 심호흡을 했다.
담담하게 인사하려는 다짐과는 달리 그의 가슴은 아련한 아픔이 느껴지며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녀는 어째서 뚜렷한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채 그렇게 홀연히 가버렸을까?
어떠한 일도 그녀가 가버린 그 공허함을 채워주진 못했다.
마치 섬그늘에 굴따러간 엄마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었다.
잔설을 밟으며 <뜰안채>의 문에 다가선 그는 조그만 초인종을 살짝 눌러보았다.
며칠전에 온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소나무 가지엔 바람이 살랑거릴때마다 눈이 포르를 흩날리고 있었다.
집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이름이 하나씩 붙어있었다.
<늠냇골><산내들><느티나무><머루랑 다래> ~~~~<뜰안채>
나무판의 이정표에서 <뜰안채>란 이름을 보는 순간 그는 갑자기 가슴이 쿵 내려앉는것 같았다. 몇집을 거슬러 올라가니 <뜰안채>란 이름의 빌라형식의 목조건물이 보였다,
그 옆 빈터에 차를 세우고 내린 그는 코트깃을 세우고 석양에 물들어가는 호수를 조용히 내려다 보며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는 심호흡을 했다.
담담하게 인사하려는 다짐과는 달리 그의 가슴은 아련한 아픔이 느껴지며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녀는 어째서 뚜렷한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채 그렇게 홀연히 가버렸을까?
어떠한 일도 그녀가 가버린 그 공허함을 채워주진 못했다.
마치 섬그늘에 굴따러간 엄마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었다.
잔설을 밟으며 <뜰안채>의 문에 다가선 그는 조그만 초인종을 살짝 눌러보았다.
2006.01.22 13:32:42 (*.222.111.140)
안에는 인기척이 없어보였고 문에 달려있는 초인종도 그저 모양만 갖춘
벙어리인듯해서 그는 슬쩍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모든 외곽지대에 위치한 별장들이 그렇듯이 밖 풍광이 잘 보이도록
건물은 유리로 사면을 둘렀으며 안쪽으로 나있는 계단옆으로 깊숙히
실내가 보이고 하얀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분몇개가 정갈하게
놓여있어 한눈에도 주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서쪽끝으로 석양이 나무사이를 뚫고 붉은 빛을 비추는곳을 향해 그는
한발짝 다가섰다.
그녀가 하필이면 이 시점에 이런 장소에 왜 있을가 하는 의구심은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오랜동안 모르고 지나친 사실들이 그냥 그대로 멀지감치 흔적조차 남기지않고 신기루처럼 사라질가봐 애써 생각을 멈췄다.
그때 층계쪽에서 발소리와 더불어 누군가가 내려오는 인기척에 그는
코트주머니에서 슬며시 손을 빼고 돌아다 보았다.
2006.01.22 13:36:25 (*.126.134.181)
언니가 들어오시래요 자그마한 여자가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으며 층계를 가리켰다.
병인은 눈인사를 건성하고 삐걱거리는 층계를 올라갔다.
그래 그 때 그 찻집도 층계를 밟으면 삐거덕댔었는데...
개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던 캠퍼스
갑자기 스스로 거두어야할 시간이 넘쳐나 늘 뭔가 초조하던 대학 일학년 삼월
병인은 애늙은이같은 표정으로 신입생 무리들을 바라본다
2006.01.22 18:33:15 (*.245.22.205)
"이봐! 라스콜리니코프"
병인이 돌아보니 부숭부숭한 머리를 제멋대로 기른 태형이가 날씨에 안맞는 검은 군용쟘바 옆구리에 책 뭉치를 끼고 실실 웃고 있었다.
"쳇, 저번에는 뫼르소라더니 오늘은 죄와 벌이냐? 그래 벌 받고 있다"
"그렇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게 여신의 맨스라는데, 개나리는 지천이요 손에 안 잡히는 여학생들 또한 지천이니 우리 중생들이 으찌 벌 안 받겠냐? 괜찮다.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냐? 누가 널 이렇게 만드는 거야? 어디 보자"
태형이는 화사한 모습으로 무리지어 혹은 혼자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눈으로 흝어 보며 털퍼덕 병인 옆에 앉는다.
병인은 태형이가 옆에 앉아도 혼자 있는 것만 같다.
순간 사라진 검은 자켓의 그녀의 머리 숙인 모습이 잔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밝은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그 어둡고 쓸쓸한 길을 마음으로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병인이 돌아보니 부숭부숭한 머리를 제멋대로 기른 태형이가 날씨에 안맞는 검은 군용쟘바 옆구리에 책 뭉치를 끼고 실실 웃고 있었다.
"쳇, 저번에는 뫼르소라더니 오늘은 죄와 벌이냐? 그래 벌 받고 있다"
"그렇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게 여신의 맨스라는데, 개나리는 지천이요 손에 안 잡히는 여학생들 또한 지천이니 우리 중생들이 으찌 벌 안 받겠냐? 괜찮다.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냐? 누가 널 이렇게 만드는 거야? 어디 보자"
태형이는 화사한 모습으로 무리지어 혹은 혼자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눈으로 흝어 보며 털퍼덕 병인 옆에 앉는다.
병인은 태형이가 옆에 앉아도 혼자 있는 것만 같다.
순간 사라진 검은 자켓의 그녀의 머리 숙인 모습이 잔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밝은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그 어둡고 쓸쓸한 길을 마음으로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2006.01.22 20:28:37 (*.183.209.233)
...........................................................................
청바지에 상큼한 핑크빛 쟈켓을 바쳐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발랄한 모습의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청바지에 상큼한 핑크빛 쟈켓을 바쳐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발랄한 모습의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2006.01.22 20:53:22 (*.245.22.205)
" 어? 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거 허락됐나? 히야.... 저건 축복이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군."
흘낏 병인을 쳐다보던 태형이는 무슨 생각에 깊이 사로잡힌 듯한 병인을 보며 일부러인 듯 큰 소리로 말한다.
"아.... 순호 보고 싶다. 고 계집애 내 마음 알까? 매일 피아노만 끼고 살구 말야.
난 가끔 피아노 연습실을 기웃거리다가 순호가 정신없이 치는 피아노를 보면 질투가 나서 피아노를 부숴버리고 싶더라니까. 아니 내가 피아노였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근데 이상하게 그애 앞에만 서면 암말도 못 하겠으니.... 아악.......! 내 청춘 왜 이러냐?"
병인의 가슴에 ' 내 청춘 왜 이러냐'는 말이 닿는다.
아니 '그 아이'의 청춘은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아이.
언제였지?
흘낏 병인을 쳐다보던 태형이는 무슨 생각에 깊이 사로잡힌 듯한 병인을 보며 일부러인 듯 큰 소리로 말한다.
"아.... 순호 보고 싶다. 고 계집애 내 마음 알까? 매일 피아노만 끼고 살구 말야.
난 가끔 피아노 연습실을 기웃거리다가 순호가 정신없이 치는 피아노를 보면 질투가 나서 피아노를 부숴버리고 싶더라니까. 아니 내가 피아노였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근데 이상하게 그애 앞에만 서면 암말도 못 하겠으니.... 아악.......! 내 청춘 왜 이러냐?"
병인의 가슴에 ' 내 청춘 왜 이러냐'는 말이 닿는다.
아니 '그 아이'의 청춘은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아이.
언제였지?
2006.01.22 22:43:37 (*.245.22.205)
그 아이가 밤 늦게 내 하숙방에 찾아 온 게.
"나 재워 줘요."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허방에 빠진 듯한 그녀의 표정은 얼른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 재워 줘요."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허방에 빠진 듯한 그녀의 표정은 얼른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06.01.22 23:37:40 (*.126.197.221)
어머~! 이게 누구야? 병인이 아냐? "
동시에 둘이가 뒤돌아 보니 방금 자전거를 타고 지났던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층계 위 건물 입구 평평한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내려오는 그 녀의 뒤로 노오란 개나리가
하늘 가득 넘치고 있었다.
내 청춘 운운하던 병인과 태형이 은밀한 무엇인가를 들킨 듯 그녀의 화사함에 음찟하느라
미처 그 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이 ,
개나리처럼 흐드러지고도 거리낌없는 낭랑한 목소리로 그 녀가 말했다.
"헤이~~ 나야, 호호홋~~얘, 나 다희야....혜림이 친구...."
때 마침 층계 옆 동아리 건물에서 신들린 듯 한 드럼연주가 폭발했다.
뒤 이어 짙은 섹스폰과 높은 괴성을 지르는 창법의 째즈가 흘러나왔다.
그 녀는 묶었던 머리를 한꺼번에 휙 풀어 흔들며 손으로 넘기면서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그제서야 병인은 그 녀를 알아보았다.
텔레파시란 이런 걸까..........................
동시에 둘이가 뒤돌아 보니 방금 자전거를 타고 지났던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층계 위 건물 입구 평평한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내려오는 그 녀의 뒤로 노오란 개나리가
하늘 가득 넘치고 있었다.
내 청춘 운운하던 병인과 태형이 은밀한 무엇인가를 들킨 듯 그녀의 화사함에 음찟하느라
미처 그 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이 ,
개나리처럼 흐드러지고도 거리낌없는 낭랑한 목소리로 그 녀가 말했다.
"헤이~~ 나야, 호호홋~~얘, 나 다희야....혜림이 친구...."
때 마침 층계 옆 동아리 건물에서 신들린 듯 한 드럼연주가 폭발했다.
뒤 이어 짙은 섹스폰과 높은 괴성을 지르는 창법의 째즈가 흘러나왔다.
그 녀는 묶었던 머리를 한꺼번에 휙 풀어 흔들며 손으로 넘기면서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그제서야 병인은 그 녀를 알아보았다.
텔레파시란 이런 걸까..........................
2006.01.23 01:02:40 (*.222.111.140)
이층 거실로 통하는 복도 왼편 벽에 작은 화폭의 유화 한점이
그의 시선을 붙잡는다.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힐끗 쳐다본그림속에 여인을 어디서 본듯한 느낌에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본다
그때 거실쪽 유리문이 살포시 열리며 문에 얼비추는 유리너머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듯한 그녀가 나타난것이.
"아"하고 그는 짧은 탄성을 질렀다.
그림속에 여인이 바로 자기앞에 서있고 그가 허위단심 달려오게 만든
그녀 혜림이가 중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서있는것이다
그의 시선을 붙잡는다.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힐끗 쳐다본그림속에 여인을 어디서 본듯한 느낌에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본다
그때 거실쪽 유리문이 살포시 열리며 문에 얼비추는 유리너머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듯한 그녀가 나타난것이.
"아"하고 그는 짧은 탄성을 질렀다.
그림속에 여인이 바로 자기앞에 서있고 그가 허위단심 달려오게 만든
그녀 혜림이가 중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서있는것이다
2006.01.23 03:10:24 (*.17.98.83)
한때 지독한 열병을 앓듯 빠져들어 20대 초반의 그의 삶중에서
'혜림'이란 단어를 빼면 남는 기억이 없을 정도로 모든 사고와 행동이
그녀로 인해 벌어지고 마무리 되고, 모든 것이 희열에 차 있다가도
다시 수천길 낭떠러지로 추락되기도 하였던,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 알알한
그리움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그녀가 그렇게 서있는 것이다.
심장에서 무언지 모를 것이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수도 없는 원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헤어진 이유도, 그동안의 행적도, 그녀에 대한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그녀와의 통화 한번에 감지덕지 허위허위 달려온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초라해보여
등을 돌려 그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눈을 들어 다시 찬찬히 그녀를 바라봤다.
Black, Violet.... 그리고 쟈스민... 그녀를 보며 느낀 단어.
"I'm A Fool To Want You, I'm A Fool To Want You, To want a love that ~~"
유리문이 열리는 동시 그녀의 뒷쪽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빌리 홀리데이의 흐느적 거리는 노랫소리에
병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함과 동시 안도감을 느꼈다.
재즈는 언제부터인가 그들 주변을 늘 맴돌았었다.
2006.01.23 09:42:23 (*.234.131.125)
" 잘 있었어?"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치 어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은 그녀를 보는 순간
병인은 온 몸에 열기가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웠다. 너무도 더웠다.
"오랜만인데, 악수 해야지."
장난하는 어린애 마냥 손을 내밀고 서 있는 그녀는 여전히 스무살 먹은 그 여자였다.
얼결에 그 손을 잡았다.
여전히 작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환상처럼 기억하고 있던 그 촉감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의 심장이 터지려는 듯 요동치고 있었다.
병인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확 끌어 당겼다.
그녀의 몸이 중심을 잃고 잠시 기우뚱하더니 풀 이파리처럼 가볍게
그의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향기.
그녀의 체취는 말로 설명할 수없는 향기였다.
그래서 늘 그를 목마르게 하고 안타깝게 했던 그 향기가 그를 아뜩하게 했다.
"이러지 마. 악수나 하자니까..."
그녀가 몸을 비틀어 빼내며 곱게 눈을 흘겼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스무살이 아니었다.
그는 머쓱해져서 거실로 따라 들어갔다.
이번에는 손끝부터 차갑게 식어오고 있었다.
문득 담배라도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목이 말랐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치 어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은 그녀를 보는 순간
병인은 온 몸에 열기가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웠다. 너무도 더웠다.
"오랜만인데, 악수 해야지."
장난하는 어린애 마냥 손을 내밀고 서 있는 그녀는 여전히 스무살 먹은 그 여자였다.
얼결에 그 손을 잡았다.
여전히 작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환상처럼 기억하고 있던 그 촉감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의 심장이 터지려는 듯 요동치고 있었다.
병인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확 끌어 당겼다.
그녀의 몸이 중심을 잃고 잠시 기우뚱하더니 풀 이파리처럼 가볍게
그의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향기.
그녀의 체취는 말로 설명할 수없는 향기였다.
그래서 늘 그를 목마르게 하고 안타깝게 했던 그 향기가 그를 아뜩하게 했다.
"이러지 마. 악수나 하자니까..."
그녀가 몸을 비틀어 빼내며 곱게 눈을 흘겼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스무살이 아니었다.
그는 머쓱해져서 거실로 따라 들어갔다.
이번에는 손끝부터 차갑게 식어오고 있었다.
문득 담배라도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목이 말랐다.
2006.01.23 14:21:52 (*.222.111.140)
그녀는 유난히 눈오는날을 좋아했다
둘이는 약속이 없었어도
눈이 오는날이면 학교 분수대앞에서 서로를 기다리곤 했었다
국문과 학생들이 잘 모여드는 분수대앞 동쪽길을 따라 나서면 학교뒷산이 나즈막하게 있어서 답답한 젊음의 숨통을 트여주곤했는데
그날도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언제나처럼 둘이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올려다보는 하늘은 온통 회색의 짖푸름 이어서 머리에 어깨에
내려앉는 눈이 하얗다는것이 신기하다고 그녀는 곧잘 나리는 눈을
손으로 받아 녹는 눈을 들여다 보곤했었다.
둘이는 약속이 없었어도
눈이 오는날이면 학교 분수대앞에서 서로를 기다리곤 했었다
국문과 학생들이 잘 모여드는 분수대앞 동쪽길을 따라 나서면 학교뒷산이 나즈막하게 있어서 답답한 젊음의 숨통을 트여주곤했는데
그날도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언제나처럼 둘이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올려다보는 하늘은 온통 회색의 짖푸름 이어서 머리에 어깨에
내려앉는 눈이 하얗다는것이 신기하다고 그녀는 곧잘 나리는 눈을
손으로 받아 녹는 눈을 들여다 보곤했었다.
2006.01.23 19:55:52 (*.238.113.69)
"혜림아~ 니 전화받고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렇게 소식이 없더니 왠일이래니~
어디보자. 어? 김교수 먼저 와있네"
순호가 예의 그 낭랑한 목소리로 태형과 같이 들어섰다.
"순호야~ 살아있으니 이렇게 만나네"
혜림과 순호는 얼싸안으며 발을 동동 구른다.
"병인이 왔구나, 잘찾아 왔네. 아니 내가 길을 좀 헤맨다고 이사람이 계속 이혼이야~ 열번도 더 종알대는거 있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하는데 말야.
그나저나 혜림아 정말 오랫만이다. 죽은줄 알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연락두절이냐?"
태형은 투덜거리면서도 순호가 귀엽다는 표정이다.
키위쏘스를 얹은 신선한 쎌러드에 큼지막하게 썰은 무를 넣고 졸인 병어조림. 밤과 은행을 넣오 푹 졸인 갈비찜.
어디보자. 어? 김교수 먼저 와있네"
순호가 예의 그 낭랑한 목소리로 태형과 같이 들어섰다.
"순호야~ 살아있으니 이렇게 만나네"
혜림과 순호는 얼싸안으며 발을 동동 구른다.
"병인이 왔구나, 잘찾아 왔네. 아니 내가 길을 좀 헤맨다고 이사람이 계속 이혼이야~ 열번도 더 종알대는거 있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하는데 말야.
그나저나 혜림아 정말 오랫만이다. 죽은줄 알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연락두절이냐?"
태형은 투덜거리면서도 순호가 귀엽다는 표정이다.
키위쏘스를 얹은 신선한 쎌러드에 큼지막하게 썰은 무를 넣고 졸인 병어조림. 밤과 은행을 넣오 푹 졸인 갈비찜.
2006.01.23 20:15:22 (*.238.113.69)
더덕을 채썰어 잣과 함께 무친 더덕무침, 무와 배추와 살얼음과 함께 동동 뛰워진 나박김치.
김을 부스려서 함께 무친 묵무침. 얌전하게 부친 호박전. 그리고 미역국,
한 눈에도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 니들은 결혼할줄 알았어. 태형인 순호를 그렇게도 좋아하더니~"
혜림의 말에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나? ~" 병인이 말을 받으며 물끄러미 혜림을 바라본다.
순간 그의 눈빛이 젖어든다.
잊으려고 했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너를 ~ 혜림아~
그의 눈빛은 또다시 흔들리며 혜림을 놓아주지 않는다.
김을 부스려서 함께 무친 묵무침. 얌전하게 부친 호박전. 그리고 미역국,
한 눈에도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 니들은 결혼할줄 알았어. 태형인 순호를 그렇게도 좋아하더니~"
혜림의 말에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나? ~" 병인이 말을 받으며 물끄러미 혜림을 바라본다.
순간 그의 눈빛이 젖어든다.
잊으려고 했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너를 ~ 혜림아~
그의 눈빛은 또다시 흔들리며 혜림을 놓아주지 않는다.
2006.01.23 21:54:56 (*.234.131.125)
" 너 솔직히 말해. 병인이 보니까 어때?"
거들어 준답시고 주방에 따라 들어 온 순호는 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계속 혜림에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해댔다.
"어떻기는 뭐가 어때? 니들 보는 거나 같지 뭐."
"에이....거짓말 ...아직도 전기가 찌릿하게 오고 그러지 않어?
니들은 그 시절에 워낙 유난스럽게 사랑했잖니?
그리 쉽게 잊혀지지는 않았을텐데... 빨리 말 해 봐. 막 떨리지? 지금..."
"얘야.. 내 나이를 생각 해 봐라.
오십이 넘었다. 좀 있으면 할머니 소리 들을텐데 전기는 무슨...
객적은 소리 그만 하고 이거 간이나 좀 봐 주렴."
혜림은 미역국 국물을 순호에게 건네며 애써 말꼬리를 돌렸다.
사실 아까 만나는 순간 바로 전까지 그녀는 그의 얼굴이 생각 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이름은 화석이 되어 그녀에게는 어떤 현실감도 없었다.
그저 30년 전에 잠시 알았던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가 그저 악수나 하려던 그녀를 와락 껴안는 순간,
다 말라 버린 줄 알았던 그녀의 마음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수만 볼트의 전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그의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가 기대한 만남의 순간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약간은 어색하고 담담하게 씨익 웃으며 인사나 하게 될 줄 알았다.
자기는 이미 충분히 늙었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딘가에 동결 건조 시켜서 잘 보관해 두었던 체세포라도 있었던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설렘과 전율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녀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그에게서 빠져 나와 차를 끓여 내 놓았다.
차가 식어 가는데도 그는 마시지 않았다.
그녀를 자기 눈 속에 집어 넣으려는 듯 그는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예전엔 사람의 눈빛이 그렇게도 이글거리며 타오를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저렇게 타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사람이 있다니....
그녀는 도저히 그를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주방에 음식을 보러 간다는 핑계로 총총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마음이 하나도 식지 않았구나.
우리가 만나기에는 아직 충분히 늙지 않았구나.
한 10년 쯤 더 지난 후에, 손주들이 주렁주렁 생기고 난 후에나 만날 걸 그랬구나.
순호네가 오기 전까지 부엌에서 혼자 빙빙 돌며 그녀는 수없이 후회했다.
마음이 제 멋대로 요동을 치는 걸 다스릴 재간이 없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왜 진작 몰랐을까.
"간이 딱 맞네.
하여간 너는 못하는 게 없다. 음식도 이리 잘하고....
여보 ! 다희랑 상호랑 오고 있는지 전화 좀 해 볼래요?
음식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거든요."
순호가 곁에서 부산을 떨어 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이제는 친구들 앞에서 떨리는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들어 준답시고 주방에 따라 들어 온 순호는 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계속 혜림에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해댔다.
"어떻기는 뭐가 어때? 니들 보는 거나 같지 뭐."
"에이....거짓말 ...아직도 전기가 찌릿하게 오고 그러지 않어?
니들은 그 시절에 워낙 유난스럽게 사랑했잖니?
그리 쉽게 잊혀지지는 않았을텐데... 빨리 말 해 봐. 막 떨리지? 지금..."
"얘야.. 내 나이를 생각 해 봐라.
오십이 넘었다. 좀 있으면 할머니 소리 들을텐데 전기는 무슨...
객적은 소리 그만 하고 이거 간이나 좀 봐 주렴."
혜림은 미역국 국물을 순호에게 건네며 애써 말꼬리를 돌렸다.
사실 아까 만나는 순간 바로 전까지 그녀는 그의 얼굴이 생각 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이름은 화석이 되어 그녀에게는 어떤 현실감도 없었다.
그저 30년 전에 잠시 알았던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가 그저 악수나 하려던 그녀를 와락 껴안는 순간,
다 말라 버린 줄 알았던 그녀의 마음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수만 볼트의 전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그의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가 기대한 만남의 순간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약간은 어색하고 담담하게 씨익 웃으며 인사나 하게 될 줄 알았다.
자기는 이미 충분히 늙었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딘가에 동결 건조 시켜서 잘 보관해 두었던 체세포라도 있었던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설렘과 전율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녀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그에게서 빠져 나와 차를 끓여 내 놓았다.
차가 식어 가는데도 그는 마시지 않았다.
그녀를 자기 눈 속에 집어 넣으려는 듯 그는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예전엔 사람의 눈빛이 그렇게도 이글거리며 타오를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저렇게 타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사람이 있다니....
그녀는 도저히 그를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주방에 음식을 보러 간다는 핑계로 총총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마음이 하나도 식지 않았구나.
우리가 만나기에는 아직 충분히 늙지 않았구나.
한 10년 쯤 더 지난 후에, 손주들이 주렁주렁 생기고 난 후에나 만날 걸 그랬구나.
순호네가 오기 전까지 부엌에서 혼자 빙빙 돌며 그녀는 수없이 후회했다.
마음이 제 멋대로 요동을 치는 걸 다스릴 재간이 없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왜 진작 몰랐을까.
"간이 딱 맞네.
하여간 너는 못하는 게 없다. 음식도 이리 잘하고....
여보 ! 다희랑 상호랑 오고 있는지 전화 좀 해 볼래요?
음식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거든요."
순호가 곁에서 부산을 떨어 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이제는 친구들 앞에서 떨리는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6.01.24 00:22:48 (*.222.111.140)
그녀가 고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이민생활의 세월이 훨씬 많이 흘렀다고
느꼈을때 어느날 그녀앞에 남편은 초로에 점잖은 신사가 되어있었다
이십대 초반 생기발랄할 나이에도 항상 남자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킬만큼 연약하고 가녀린 그녀에게 남편은 험한 세상의 방패막이로
또는 믿고 따를만한 인생의 선배로 끊임없는 배려와 사랑을 항상
넘치게 주었다.
미국에서도 켈리포니아 LA 다운 타운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에 그녀의 집은 백인들만 사는 고급주택지역이다
그녀의 남편은 사업수완이 그의 성격만큼 좋아서 부동산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사업가로 또 피아노사를 운영하면서 승승장구 뻗어나가
사업의기틀을 단단히 세워 경제적으로 흔들려본적이 없었다.
이젠 다운 타운의 큰 빌딩을 소유한 빌딩 건물주가 되어
노년의 삶을 여유롭고 한가롭게 보내고있다.
그러던중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던차에 한국에있는 친척에 소개로
이곳 별장지를 사들이게 되어 몇년에 걸쳐 이곳을 꾸미고 가꾸게
된것이었다.
그것도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서
혜림은 고국에서의 짧은 청춘동안 겪었던 가난의 질곡으로부터
헤어나고 싶었고 그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서 도망치듯 떠난것에대한 미안함을 애써 자신에게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주지 시키고 살아왔다.
사랑했음으로 헤여졌다는 그런 어설픈 대사는 그녀에게는 와닿지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녀는 당당했고 또 담담하게 그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밖으로 빨간색 스포츠카가 한대 뜰안채 마당으로 들어서는것이 보인다.
느꼈을때 어느날 그녀앞에 남편은 초로에 점잖은 신사가 되어있었다
이십대 초반 생기발랄할 나이에도 항상 남자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킬만큼 연약하고 가녀린 그녀에게 남편은 험한 세상의 방패막이로
또는 믿고 따를만한 인생의 선배로 끊임없는 배려와 사랑을 항상
넘치게 주었다.
미국에서도 켈리포니아 LA 다운 타운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에 그녀의 집은 백인들만 사는 고급주택지역이다
그녀의 남편은 사업수완이 그의 성격만큼 좋아서 부동산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사업가로 또 피아노사를 운영하면서 승승장구 뻗어나가
사업의기틀을 단단히 세워 경제적으로 흔들려본적이 없었다.
이젠 다운 타운의 큰 빌딩을 소유한 빌딩 건물주가 되어
노년의 삶을 여유롭고 한가롭게 보내고있다.
그러던중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던차에 한국에있는 친척에 소개로
이곳 별장지를 사들이게 되어 몇년에 걸쳐 이곳을 꾸미고 가꾸게
된것이었다.
그것도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서
혜림은 고국에서의 짧은 청춘동안 겪었던 가난의 질곡으로부터
헤어나고 싶었고 그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서 도망치듯 떠난것에대한 미안함을 애써 자신에게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주지 시키고 살아왔다.
사랑했음으로 헤여졌다는 그런 어설픈 대사는 그녀에게는 와닿지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녀는 당당했고 또 담담하게 그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밖으로 빨간색 스포츠카가 한대 뜰안채 마당으로 들어서는것이 보인다.
2006.01.24 05:10:56 (*.158.101.226)
‘상호와 다희도 오는구나.
쟤들도 그렇게 그렇게 붙어다니며 티격태격도 많이 하더니 결혼해서 사는구나.
나는...? ‘
다시금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병인이 순수하고 다정했지만 소극적이었지.
그리고 집안도 그녀보다 나을 것이 없었고
그가 학교다니다가 군대에 가기전에 한번 만났었다.
평소 별로 안하던 술도 꽤 마시고 심각하게 말했었다.
“우리 나중에 같이 살까? ”
“너 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니? 너 군대갔다와서 학교 졸업하려면 멀었어.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내고 나중에 생각해보자.“
그러면서 그와 결혼해서 살 생각을 해보았다.
나나 그나 가진 것이 별로 없었고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인데.
그리고 그는 좀 나약해 보여. 이 험한 세상 헤쳐나가기는....
그가 풀이 죽은 듯이 고개를 떨구었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오늘밤 우리 같이 지낼까?”
“술 마시고 용기있는 척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
인생 마지막처럼 그러지 말고“
그가 한번쯤 더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는 말없이 그냥 손만 잡았었다.
그날 밤 같이 지냈으면 지금은 서로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쟤들도 그렇게 그렇게 붙어다니며 티격태격도 많이 하더니 결혼해서 사는구나.
나는...? ‘
다시금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병인이 순수하고 다정했지만 소극적이었지.
그리고 집안도 그녀보다 나을 것이 없었고
그가 학교다니다가 군대에 가기전에 한번 만났었다.
평소 별로 안하던 술도 꽤 마시고 심각하게 말했었다.
“우리 나중에 같이 살까? ”
“너 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니? 너 군대갔다와서 학교 졸업하려면 멀었어.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내고 나중에 생각해보자.“
그러면서 그와 결혼해서 살 생각을 해보았다.
나나 그나 가진 것이 별로 없었고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인데.
그리고 그는 좀 나약해 보여. 이 험한 세상 헤쳐나가기는....
그가 풀이 죽은 듯이 고개를 떨구었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오늘밤 우리 같이 지낼까?”
“술 마시고 용기있는 척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
인생 마지막처럼 그러지 말고“
그가 한번쯤 더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는 말없이 그냥 손만 잡았었다.
그날 밤 같이 지냈으면 지금은 서로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2006.01.24 06:31:35 (*.238.113.69)
언젠가 몹시 울적한 날 혜림은 병인의 하숙을 찾아 갔었다.
모든것을 다 팽개치고 싶던 날이었다.
엄마가 동네의 그 형사와 만나는 걸 목격한 날이었다.
눈이 가늘게 찢어지고 입가엔 항상 비웃음을 흘리던 기분나쁜 그 남자는 엄마의 구멍가게를 늘 빙빙 돌았었디.
그래도 엄마는 가물에 콩나듯이 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날도 안절부절하던 엄마가 나가는 걸 본 혜림은 곧바로 엄마를 따라 나가 보았다.
가게 옆에는 형사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가 야비한 웃음을 띄우며 엄마의 손을 이끈뒤 볼에 입을 맞추었다.
혜림은 분노에 치를 떨며 무작정 집을 뛰쳐 나왔다.
얼마전 엄마의 손 가방에서 분홍 잠옷을 발견하곤 의아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병인의 하숙에 도착했을때 병인은 재워달라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쓰러지듯 무너지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둑거리고는 밤새 그옆에서 밤을 지새웠다.
맘속에서 치열하게 지킬박사와 하이드 처럼 두개의 자신과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과 지켜줘야 한다는 절제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지만
그의 육신은 혜림에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녀리고 해맑은 그녀를 보면 언제나 탐욕보다는 지키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병인에게 혜림은 그의 전부였다.
2006.01.24 07:34:15 (*.238.113.69)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에 모두 일어서서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드럼 연주가 일품이었던 상호, 언제나 발랄했던 다희가 들어섰다.
"어머머머~ 살다가 이럴수도 있네.
혜림아~ 너 내 단짝 친구 맞지? "
얼싸안은 다희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어른거린다.
"미안해. 이렇게 짜~ 잔 하고 나타나니 더 반갑지? 너 여전히 귀엽구나"
혜림은 눈물이 글썽한 다희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야~ 오늘 병원 문까지 일찍 닫고 왔어. 혜림이 정말 반갑다"
상호가 혜림의 손을 잡고 흔든다.
시끌벅적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하며 그러는 와중에도 병인은 혜림을 지그시 바라본다.
분명 꿈은 아니겠지~ 꿈이걸랑 조금만 더 오래 머물거라.
드럼 연주가 일품이었던 상호, 언제나 발랄했던 다희가 들어섰다.
"어머머머~ 살다가 이럴수도 있네.
혜림아~ 너 내 단짝 친구 맞지? "
얼싸안은 다희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어른거린다.
"미안해. 이렇게 짜~ 잔 하고 나타나니 더 반갑지? 너 여전히 귀엽구나"
혜림은 눈물이 글썽한 다희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야~ 오늘 병원 문까지 일찍 닫고 왔어. 혜림이 정말 반갑다"
상호가 혜림의 손을 잡고 흔든다.
시끌벅적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하며 그러는 와중에도 병인은 혜림을 지그시 바라본다.
분명 꿈은 아니겠지~ 꿈이걸랑 조금만 더 오래 머물거라.
2006.01.24 08:27:51 (*.126.134.181)
혜림은 병인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녀는 애써 떠들석한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다희와 상호,순호와 태형 그렇게도 티격태격하더니...부부로 살고...우리는...
쉽게쉽게 인생을 풀어가는 듯한 그들이 부러워서 그녀는 쓸쓸하다.
그녀는 애써 떠들석한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다희와 상호,순호와 태형 그렇게도 티격태격하더니...부부로 살고...우리는...
쉽게쉽게 인생을 풀어가는 듯한 그들이 부러워서 그녀는 쓸쓸하다.
2006.01.24 09:42:22 (*.106.127.107)
병인이 입대 하던 날.
혜림은 새벽부터 수선을 떨며 도시락을 싸느라 여념이 없다.
도시락을 싸는 손길이 자꾸 떨림은 왠일일까?
전쟁터로 가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별이 준비된 기차역은 많은 사람들로 술렁이고
수없이 많은 꿈을 담고 있을 건장한 청년들은
획일화된 모습 속에 모든 것이 감추인 체 너무도 초라한 모습으로 격리되고
그 속에 불안한 시선으로 병인이 누군가를 끈임없이 찾아 헤멘다.
가족들의 격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기차는 떠나려는 듯 기적소리를 울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병인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하다.
혜림은 사람들 속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병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남겨진 도시락처럼 혜림은 수많은 사람 속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하곤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병인이 떠난 캠퍼스엔 황량한 바람이 불어 옷 벗은 나목들이 더욱 스산해 보인다.
문득 혜림은 썩은 나무 등걸처럼 버려졌다는 생각에 옷깃을 여며 보지만
뼈 속까지 스미는 추위는 어쩌지 못한다.
이곳에 다시 봄이 오기는 할 것인가?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혜림은 새벽부터 수선을 떨며 도시락을 싸느라 여념이 없다.
도시락을 싸는 손길이 자꾸 떨림은 왠일일까?
전쟁터로 가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별이 준비된 기차역은 많은 사람들로 술렁이고
수없이 많은 꿈을 담고 있을 건장한 청년들은
획일화된 모습 속에 모든 것이 감추인 체 너무도 초라한 모습으로 격리되고
그 속에 불안한 시선으로 병인이 누군가를 끈임없이 찾아 헤멘다.
가족들의 격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기차는 떠나려는 듯 기적소리를 울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병인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하다.
혜림은 사람들 속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병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남겨진 도시락처럼 혜림은 수많은 사람 속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하곤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병인이 떠난 캠퍼스엔 황량한 바람이 불어 옷 벗은 나목들이 더욱 스산해 보인다.
문득 혜림은 썩은 나무 등걸처럼 버려졌다는 생각에 옷깃을 여며 보지만
뼈 속까지 스미는 추위는 어쩌지 못한다.
이곳에 다시 봄이 오기는 할 것인가?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2006.01.24 11:26:42 (*.126.197.221)
쨍그랑~!!
혜림은 쓸쓸함과 상념의 늪에서 깜짝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 호호호~아유,깜짝이야, 스푼 떨어진 소리보다 너 놀라는 모양새에 더 놀랐다,야!!"
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이다.
"흠.. 하늘이 무너져도 뻔뻔히 앉아있을 우리들보다야 참 소녀적이네,그치?여보?
아...근데 이 음악 넘 좋네... 혜림아 이 거 무슨 곡이니?"
예나지금이나 순발력있게 혜림을 감싸주는 다희.
혜림은 주시하는 병인의 시선에 생각까지 들킨 것 같아 더욱 곤혹스러움을 느끼며
"스푼 다시 가져올께~!! ....어 이 곡은... 아! 너 알지? 네가 말해주라...."
아차 내가 더 촌스러운 짓을 하네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혜림이 병인에게 이렇게 말해버린 자신을 후회하고 있었다.....
" 이건.... Once there was a love.......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 "
도망치 듯 주방을 향하는 혜림의 등 뒤에서 병인이 말했다.
혜림은 쓸쓸함과 상념의 늪에서 깜짝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 호호호~아유,깜짝이야, 스푼 떨어진 소리보다 너 놀라는 모양새에 더 놀랐다,야!!"
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이다.
"흠.. 하늘이 무너져도 뻔뻔히 앉아있을 우리들보다야 참 소녀적이네,그치?여보?
아...근데 이 음악 넘 좋네... 혜림아 이 거 무슨 곡이니?"
예나지금이나 순발력있게 혜림을 감싸주는 다희.
혜림은 주시하는 병인의 시선에 생각까지 들킨 것 같아 더욱 곤혹스러움을 느끼며
"스푼 다시 가져올께~!! ....어 이 곡은... 아! 너 알지? 네가 말해주라...."
아차 내가 더 촌스러운 짓을 하네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혜림이 병인에게 이렇게 말해버린 자신을 후회하고 있었다.....
" 이건.... Once there was a love.......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 "
도망치 듯 주방을 향하는 혜림의 등 뒤에서 병인이 말했다.
2006.01.24 14:44:13 (*.222.111.140)
넓은 주방 한편에 스탠드 의자에 걸터앉으며 혜림은 계산없이
과거로의 회귀를 그리워 한 자기의 처사에 당혹감이 앞서고
애써 쌓아온 그 동안의 오랜 세월의 나는 누구였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편 그러면서도 나도 나를 속여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추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혜림은 그동안 스스로도 놀랄만큼 변한 미국에서의 자기 존재를
이때쯤이면 고국에 돌아와 옛 친구들에게 보여주어도 큰무리가
없지 않을가 싶었기도 했고 아니 그보다 더더욱 시간의 여유가 생겨
무료해지는 자기가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귀국을 단행했던것이다.
14년이나 연상인 남편은 언제나 혜림을 아직도 어린아이
보살피듯하고 어느 장소에서이든지 보여주는 아내의젊음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동안 남편은 끊임없이 혜림이 우아하고 교양있는 여인으로 변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알게 모르게 이끌어 나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그녀 혜림도 꿈같은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했다
그녀는 유명한 대학 음악교수들에게 피아노 레슨도 다년간 받아
크고 작은 모임에서 작은곡 하나쯤 연주할 실력도 키웠다.
주말이면 아트센타에서 그림과 문학수업도 받아 그녀로서는 다른곳으로눈을 돌릴 수 없을만큼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결혼생활에서 그녀가 크게 한 일이라고는 아들 종혁을(제이슨)낳아
남편의 대를 이어주고 유모에게 맡긴 일이었다.
"언니 저 다녀왔는데요........."
심부름 보냈던 친정쪽으로 먼 동생뻘인 인애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작은키에 수줍은 성격의그녀는 결혼에 실패하고 이곳에 살면서
그녀에게 한국음식 만드는법도 가르쳐주고 집안 살림을 맡아주고있다.
과거로의 회귀를 그리워 한 자기의 처사에 당혹감이 앞서고
애써 쌓아온 그 동안의 오랜 세월의 나는 누구였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편 그러면서도 나도 나를 속여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추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혜림은 그동안 스스로도 놀랄만큼 변한 미국에서의 자기 존재를
이때쯤이면 고국에 돌아와 옛 친구들에게 보여주어도 큰무리가
없지 않을가 싶었기도 했고 아니 그보다 더더욱 시간의 여유가 생겨
무료해지는 자기가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귀국을 단행했던것이다.
14년이나 연상인 남편은 언제나 혜림을 아직도 어린아이
보살피듯하고 어느 장소에서이든지 보여주는 아내의젊음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동안 남편은 끊임없이 혜림이 우아하고 교양있는 여인으로 변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알게 모르게 이끌어 나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그녀 혜림도 꿈같은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했다
그녀는 유명한 대학 음악교수들에게 피아노 레슨도 다년간 받아
크고 작은 모임에서 작은곡 하나쯤 연주할 실력도 키웠다.
주말이면 아트센타에서 그림과 문학수업도 받아 그녀로서는 다른곳으로눈을 돌릴 수 없을만큼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결혼생활에서 그녀가 크게 한 일이라고는 아들 종혁을(제이슨)낳아
남편의 대를 이어주고 유모에게 맡긴 일이었다.
"언니 저 다녀왔는데요........."
심부름 보냈던 친정쪽으로 먼 동생뻘인 인애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작은키에 수줍은 성격의그녀는 결혼에 실패하고 이곳에 살면서
그녀에게 한국음식 만드는법도 가르쳐주고 집안 살림을 맡아주고있다.
2006.01.24 22:24:29 (*.75.114.48)
지금까지의 등장인물
병인 : 남주인공(남매를 둠,아들-준영, 아내-강희).서울에 사는 국문과교수, 혜림의 옛 애인
혜림 : 여주인공(남편은 부유한 미국교포, 외아들 종혁-제이슨),
태형 : 병인의 친구, 혜림의 친구인 순호와 결혼 (딸-예은)
성호 : 병인의 친구
다희 : 혜림의 친구
인애 : 가정부
병인 : 남주인공(남매를 둠,아들-준영, 아내-강희).서울에 사는 국문과교수, 혜림의 옛 애인
혜림 : 여주인공(남편은 부유한 미국교포, 외아들 종혁-제이슨),
태형 : 병인의 친구, 혜림의 친구인 순호와 결혼 (딸-예은)
성호 : 병인의 친구
다희 : 혜림의 친구
인애 : 가정부
2006.01.24 22:39:53 (*.222.111.140)
병인이 군대로 떠난뒤 혜림이도 학교를 휴학하고 말았다
근근히 가게를 운영하시던 혜림네엄마도 불행한 사생활의 연속과
처자식과 발길을 끊은 남편에게서 경제적인 도움이 거의 끊긴 상태여서
그녀의 학비를 조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혜림도 당장 두 동생들과
네 식구가 살아가기에도 숨이차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럴즈음 군대로 떠난 병인한테서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항상 가까이 곁에 있어 언제든지 자기 의지만 있으면
볼 수 있을때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말했던가
같은 캠퍼스에서 운 좋게도 사춘기때도 못해본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그녀가
병인에게는 군대입영이라는 크나큰 울타리가 발을 묶어버리고
그녀또한 닥쳐온 현실에 중압감으로 병인을 향한 그리움을 안고 살기에
는 너무나 다급했다. 그녀에게 닥친 가난의 회호리가...
대학 2년 재학중 휴학한 실력으로 그녀가 취직할만한곳은 그 시절에는
아무곳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초등학교때 배운 주산실력과 암산 실력으로 혜림은
조그만 개인 신용금고에 취직이 되었다.
물론 그녀의 해끔한 용모와 대학중퇴라는 학벌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몇명안되는 신용금고에 직원들도 그녀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곤 했다.
병인이 대답없는 편지를 안타까워 할 무렵 그녀는 군대로 떠나는날
마지막으로 싸 주었던 도시락을 전하지도 못한것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친구인 다희가 바쁜 대학생활중에도 혜림을 찾아오곤 했다
항상 발랄하고 어려움이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던 다희도
친구인 혜림의 동 떨어진 생활로 인해 만나는 회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혜림의 암울한 스물두살의 겨울은
다가왔다.
근근히 가게를 운영하시던 혜림네엄마도 불행한 사생활의 연속과
처자식과 발길을 끊은 남편에게서 경제적인 도움이 거의 끊긴 상태여서
그녀의 학비를 조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혜림도 당장 두 동생들과
네 식구가 살아가기에도 숨이차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럴즈음 군대로 떠난 병인한테서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항상 가까이 곁에 있어 언제든지 자기 의지만 있으면
볼 수 있을때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말했던가
같은 캠퍼스에서 운 좋게도 사춘기때도 못해본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그녀가
병인에게는 군대입영이라는 크나큰 울타리가 발을 묶어버리고
그녀또한 닥쳐온 현실에 중압감으로 병인을 향한 그리움을 안고 살기에
는 너무나 다급했다. 그녀에게 닥친 가난의 회호리가...
대학 2년 재학중 휴학한 실력으로 그녀가 취직할만한곳은 그 시절에는
아무곳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초등학교때 배운 주산실력과 암산 실력으로 혜림은
조그만 개인 신용금고에 취직이 되었다.
물론 그녀의 해끔한 용모와 대학중퇴라는 학벌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몇명안되는 신용금고에 직원들도 그녀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곤 했다.
병인이 대답없는 편지를 안타까워 할 무렵 그녀는 군대로 떠나는날
마지막으로 싸 주었던 도시락을 전하지도 못한것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친구인 다희가 바쁜 대학생활중에도 혜림을 찾아오곤 했다
항상 발랄하고 어려움이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던 다희도
친구인 혜림의 동 떨어진 생활로 인해 만나는 회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혜림의 암울한 스물두살의 겨울은
다가왔다.
2006.01.24 23:36:44 (*.75.114.48)
그해 겨울에 순호에게서 편지가 왔었다.
친구들과 기차 안에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잠자고,눈만 반짝이는 얼굴로 겨우 목포항에 도착했다는 얘기,
페리호를 줄줄이 올라 타고 하얗게 부서져 떠내려가는 겨울 파도의 거품을 신이 나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
헝클어진 머리로 둘러앉아 맥주를 먹고는 화장실을 드나들며 smoking도 했다는 치기어린 장난 이야기,
자정이 넘은 시간에 거울 보고 맛사지 하며 남학생들 이야기로 배꼽을 잡던 얘기,
그리고 자기를 쫓아다니는 태형이가 이제는 측은해 보인다는 얘기,
오늘 밤의 마음을 자기도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그 때 그 때마다
똑같은 관제엽서에 때로는 빼곡이, 때로는 급히 써서 보내주었다.
하지만 혜림은 그 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순호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순호들이 누리는 자유를 느끼기는 커녕 더욱 더 온 몸이 옥죄는 듯한 일상에 숨쉬는 것조차
거북해서 이젠 미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 하기도 했던 암울한 겨울이었다.
순호에게서도 차츰 연락이 줄더니 어쩌다 만난 동창들에게서 간간이 태형이 소식과 함께 듣는 정도에 그쳤다.
친구들과 기차 안에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잠자고,눈만 반짝이는 얼굴로 겨우 목포항에 도착했다는 얘기,
페리호를 줄줄이 올라 타고 하얗게 부서져 떠내려가는 겨울 파도의 거품을 신이 나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
헝클어진 머리로 둘러앉아 맥주를 먹고는 화장실을 드나들며 smoking도 했다는 치기어린 장난 이야기,
자정이 넘은 시간에 거울 보고 맛사지 하며 남학생들 이야기로 배꼽을 잡던 얘기,
그리고 자기를 쫓아다니는 태형이가 이제는 측은해 보인다는 얘기,
오늘 밤의 마음을 자기도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그 때 그 때마다
똑같은 관제엽서에 때로는 빼곡이, 때로는 급히 써서 보내주었다.
하지만 혜림은 그 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순호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순호들이 누리는 자유를 느끼기는 커녕 더욱 더 온 몸이 옥죄는 듯한 일상에 숨쉬는 것조차
거북해서 이젠 미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 하기도 했던 암울한 겨울이었다.
순호에게서도 차츰 연락이 줄더니 어쩌다 만난 동창들에게서 간간이 태형이 소식과 함께 듣는 정도에 그쳤다.
2006.01.25 07:01:10 (*.238.113.69)
서른 일곱의 노총각 진수는 운도 좋았지만 노력형의 사람이었다.
집이 어려워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이 되었다.
그는 짜투리 시간도 활용해야 직성이 풀리고 24시간도 모자라 하루를 48시간으로 늘려쓰는 사람이었다.
은행에 다니며 야간대학을 졸업한 그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항상'여기서 머물수는 없다.내겐 더 큰 미래가 있다"고 되뇌었다.
팔년동안 다니던 은행에서 대리가 되었지만 과감하게 사표를 내었다.
야간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사업계획서를 면밀하게 작성하여 잘 사는 사촌형을 찾아갔다.
은행에서 알뜰살뜰 모은 돈과 사촌형에게 빌린돈으로 다 쓰러져가는 가방공장을 인수했다. 그즈음 정부에서는 수출에 모든 기대를 걸고 힘을 실어주었기에 진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방공장은 순조롭게 운영되어 그는 큰 돈을 만지게 되었다.
은행의 경험을 살려 신용금고를 차린지 일년여 만에 혜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앞만보고 달린 진수에게 여자는 아무런 호기심도 주지 않았고 의미도 없었다.
결혼은 성공 뒤의 일로 미루워 두었다.
어느날 여직원 면접을 하게 됬을때 진수는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그 무엇이 가슴을 훑고 지나감을 느꼈다.
보는 순간 운명을 직감했다.
흔히 듣는 처음보는순간에 어쩌구 ~ 하는 말을 코웃음 치던 진수였다.
해맑은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의 그 여자는 많이 지친 표정이었다.
잘못하면 울것 같아 제대로 면접이 될것 같지도 않았다.
그날밤 진수는 잠자리에서 수도 없이 몸을 뒤척였다.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는 그는 혜림의 눈물이 쏟아질것 같던 눈망울과 지친 표정이 어른거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여자를 봐도 아무런 감흥도 관심도 없던 자기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남이 신기하고 어이없기조차 했다.
이년여의 헌신적인 사랑 끝에 진수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나이어린 신부 혜림을 아내로 맞게 되었다.
집이 어려워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이 되었다.
그는 짜투리 시간도 활용해야 직성이 풀리고 24시간도 모자라 하루를 48시간으로 늘려쓰는 사람이었다.
은행에 다니며 야간대학을 졸업한 그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항상'여기서 머물수는 없다.내겐 더 큰 미래가 있다"고 되뇌었다.
팔년동안 다니던 은행에서 대리가 되었지만 과감하게 사표를 내었다.
야간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사업계획서를 면밀하게 작성하여 잘 사는 사촌형을 찾아갔다.
은행에서 알뜰살뜰 모은 돈과 사촌형에게 빌린돈으로 다 쓰러져가는 가방공장을 인수했다. 그즈음 정부에서는 수출에 모든 기대를 걸고 힘을 실어주었기에 진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방공장은 순조롭게 운영되어 그는 큰 돈을 만지게 되었다.
은행의 경험을 살려 신용금고를 차린지 일년여 만에 혜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앞만보고 달린 진수에게 여자는 아무런 호기심도 주지 않았고 의미도 없었다.
결혼은 성공 뒤의 일로 미루워 두었다.
어느날 여직원 면접을 하게 됬을때 진수는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그 무엇이 가슴을 훑고 지나감을 느꼈다.
보는 순간 운명을 직감했다.
흔히 듣는 처음보는순간에 어쩌구 ~ 하는 말을 코웃음 치던 진수였다.
해맑은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의 그 여자는 많이 지친 표정이었다.
잘못하면 울것 같아 제대로 면접이 될것 같지도 않았다.
그날밤 진수는 잠자리에서 수도 없이 몸을 뒤척였다.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는 그는 혜림의 눈물이 쏟아질것 같던 눈망울과 지친 표정이 어른거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여자를 봐도 아무런 감흥도 관심도 없던 자기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남이 신기하고 어이없기조차 했다.
이년여의 헌신적인 사랑 끝에 진수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나이어린 신부 혜림을 아내로 맞게 되었다.
2006.01.25 22:24:48 (*.221.69.97)
달팽이.
그날 뜬금없이 하숙방에 찾아 와 딱히 병인에게 하는 말이랄 수도 없는 말을 하고는 지친 듯 푹 쓰러지던 혜림이.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동그랗게 구부리며 그대로 방바닥에 가라앉던 혜림이 모습을 병인은 생각한다.
병인에게는 그 애가 자기 자리에서 너무 멀리 떠나 온 작은 달팽이로 보였다.
'달팽이야, 어디를 헤매다 온 거니? 누가 너를 아프게 했니? 내가 도와줄게.
너무 구부리지 마. 그럼 가슴이 아프잖아. 아, 어떻게 하면 이 달팽이가 더 가라앉지 않을까.... 내가 이 달팽이가 쉴 수 있는 물이나 풀이었음 좋겠다...'
그 때 병인에게 그 애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혜림이는 지쳐 보였다.
그냥 따뜻이 쉬게 해 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더구나 몸을 옹크리고 잠이 든 그 애에겐 아주 얇은 껍데기가 있었다.
너무나 얇아서 오히려 부서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껍데기.
'부서질 것 같은 껍데기를 만질 수는 없었어' 병인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회한에 젖어 병인은 머리를 젓는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것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모든 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린 바람처럼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 거짓처럼 지금 그녀는 병인이 앞에 있고, 병인이 눈에 보이는 그녀는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껍데기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견고한 치장 속에서도 병인은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병인은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그녀는 왜 나타난 걸까?
'달팽이야, 왜 나타난 거니? 무엇이 너를 또 아프게 했니?
그런데 얘야,
난 어쩜 너를 도와줄 수 없을 지도 몰라. 날........ 힘들게 하지 마. 제발.....'
그날 뜬금없이 하숙방에 찾아 와 딱히 병인에게 하는 말이랄 수도 없는 말을 하고는 지친 듯 푹 쓰러지던 혜림이.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동그랗게 구부리며 그대로 방바닥에 가라앉던 혜림이 모습을 병인은 생각한다.
병인에게는 그 애가 자기 자리에서 너무 멀리 떠나 온 작은 달팽이로 보였다.
'달팽이야, 어디를 헤매다 온 거니? 누가 너를 아프게 했니? 내가 도와줄게.
너무 구부리지 마. 그럼 가슴이 아프잖아. 아, 어떻게 하면 이 달팽이가 더 가라앉지 않을까.... 내가 이 달팽이가 쉴 수 있는 물이나 풀이었음 좋겠다...'
그 때 병인에게 그 애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혜림이는 지쳐 보였다.
그냥 따뜻이 쉬게 해 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더구나 몸을 옹크리고 잠이 든 그 애에겐 아주 얇은 껍데기가 있었다.
너무나 얇아서 오히려 부서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껍데기.
'부서질 것 같은 껍데기를 만질 수는 없었어' 병인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회한에 젖어 병인은 머리를 젓는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것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모든 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린 바람처럼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 거짓처럼 지금 그녀는 병인이 앞에 있고, 병인이 눈에 보이는 그녀는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껍데기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견고한 치장 속에서도 병인은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병인은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그녀는 왜 나타난 걸까?
'달팽이야, 왜 나타난 거니? 무엇이 너를 또 아프게 했니?
그런데 얘야,
난 어쩜 너를 도와줄 수 없을 지도 몰라. 날........ 힘들게 하지 마. 제발.....'
2006.01.26 00:33:48 (*.234.131.125)
밤 새도록 포커를 치고 놀거라고 큰소리를 탕탕 치던 상호가
술 몇잔에 그자리에 꼬부라져 잠이 드는 바람에 술자리가 싱거워졌다.
하긴 그들 중에 술을 즐기는 주당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이젠 술을 마시는 것을 두려워 할 나이가 되어서인지
태형도 그리 술을 땡겨다 마시지 않았다.
"난 그만 가 볼게."
상호를 부축해 방에다 뉘우고 나오며 병인이 말했다.
"늦었는데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가지. 준영 엄마한테 내가 전화 해 줄게."
태형이 붙잡았지만 병인은 굳이 가겠다고 나섰다.
"야 임마, 내가 넌 줄 아냐? 전화는 무슨....
내일 아침 일찍 세미나가 있어.
새벽에 가는 것보다 지금 가서 좀 쉬었다 가는게 더 낫거든. 갈게."
"그래? 정 그렇다면 가야지. 조심해서 운전해라. 졸지 말고....
그래도 혜림이한테 인사는 하고 가라.
너희들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때문에 얘기도 못했지?"
"할 얘기가 뭐 있겠어? 그냥 얼굴 보았으면 된거지. 그냥 조용히 갈게."
병인은 태형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얼른 코트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 바람이 차가워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그림처럼 새까만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가 한꺼번에 와르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가슴 깊은 곳으로 바람 할 줄기가 휙 ~휘감고 지나갔다.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깊은 숨이라도 토해야 살 것 같았다.
"왜 그냥 가려구?"
급히 뛰어 나왔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된 그녀가 막 자동차 문을 열고 타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응"
그는 돌아보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조심해서 가라구...
니가 이렇게 잘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 때 내가 네 곁을 떠나길 참 잘했다는 말도 해 주고 싶었어.
내가 네 옆자리를 비워 주길 정말 잘했어.
덕분에 니가 그렇게 좋은 아내 만나서 잘 살게 되었으니까 말야.
나랑 계속 같이 있었으면 너나 나나 다 힘들었을거야.
그 때 내가 떠난게 오히려 니 인생에 축복이 된거 같아서 다행이다.
나 이젠 더 이상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지?
니가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까 말야."
그의 등에다 대고 그녀가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술 몇잔에 그자리에 꼬부라져 잠이 드는 바람에 술자리가 싱거워졌다.
하긴 그들 중에 술을 즐기는 주당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이젠 술을 마시는 것을 두려워 할 나이가 되어서인지
태형도 그리 술을 땡겨다 마시지 않았다.
"난 그만 가 볼게."
상호를 부축해 방에다 뉘우고 나오며 병인이 말했다.
"늦었는데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가지. 준영 엄마한테 내가 전화 해 줄게."
태형이 붙잡았지만 병인은 굳이 가겠다고 나섰다.
"야 임마, 내가 넌 줄 아냐? 전화는 무슨....
내일 아침 일찍 세미나가 있어.
새벽에 가는 것보다 지금 가서 좀 쉬었다 가는게 더 낫거든. 갈게."
"그래? 정 그렇다면 가야지. 조심해서 운전해라. 졸지 말고....
그래도 혜림이한테 인사는 하고 가라.
너희들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때문에 얘기도 못했지?"
"할 얘기가 뭐 있겠어? 그냥 얼굴 보았으면 된거지. 그냥 조용히 갈게."
병인은 태형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얼른 코트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 바람이 차가워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그림처럼 새까만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가 한꺼번에 와르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가슴 깊은 곳으로 바람 할 줄기가 휙 ~휘감고 지나갔다.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깊은 숨이라도 토해야 살 것 같았다.
"왜 그냥 가려구?"
급히 뛰어 나왔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된 그녀가 막 자동차 문을 열고 타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응"
그는 돌아보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조심해서 가라구...
니가 이렇게 잘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 때 내가 네 곁을 떠나길 참 잘했다는 말도 해 주고 싶었어.
내가 네 옆자리를 비워 주길 정말 잘했어.
덕분에 니가 그렇게 좋은 아내 만나서 잘 살게 되었으니까 말야.
나랑 계속 같이 있었으면 너나 나나 다 힘들었을거야.
그 때 내가 떠난게 오히려 니 인생에 축복이 된거 같아서 다행이다.
나 이젠 더 이상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지?
니가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까 말야."
그의 등에다 대고 그녀가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2006.01.26 21:46:28 (*.183.252.228)
혜림이 미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접한 정혜는
시시때때로 혜림에게 전화를 하여
둔내로 놀러 오기를 통사정 하다시피 졸라대는 바람에
병인과 강희, 그리고 상호와 다희,그리고 혜림 이렇게 다섯이서
정혜가 있는 성우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간다.
뜰안체 에서 못다 푼 만남의 정도 풀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야기도 할 겸….
태형과 순호는 구정을 며칠 앞둔 종손 맏며느리인 관계로
둔내행에 안타깝게 참석을 못했다.
둔 내 톨게이트에 근접하자
산과 논, 밭 에 펼쳐진 환상처럼 소복 히 쌓여있는 눈.
“오홋~눈…눈이다…….”
“오갱끼데스까~~~~~킥킥킥”
다희에 달뜬 목소리에 일행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와 우~~~~~소나무에 쌓인 눈 봐라”
탄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운다.
“여보! 긍게 시방 여기가 스키장이란 말이지?
아~~~넘 머찌다. 어떻게 이 산골구석에 이런 곳이 있다니?”
스키장에 처음 온 다희는 두리번 두리번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곤 리조트 전체에 신나게 퍼지고 있는 MC몽 이 부르는 “챔피온”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다희가 상호에게 애교 섞인 눈 웃음을 보내며 행복해 한다.
요즘 다희는 밸리댄스에 흠뻑 빠져있는데 이 음악에 맞춰 안무해 발표회를 가졌었다.
일행은 콘도에 짐을 품과 동시에
빠른 몸놀림으로 스키복과 스키장비를 갖추고
가벼운 스트레칭 으로 몸을 푼 다음
혜림의 자상한 초보강습을 마치고 스키장으로 나섰다.
온통 하얀 세상….
이들의 행복한 나들이를 축하해 주는 듯
소담스럽게 내리기 시작한 눈….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산뜻한 스키복을 입은 스키어들….
스키부츠를 신고 걸어가자면 부츠의 모양과 딱딱함으로
모든 이 들의 걸음걸이가 리듬에 맞춰 춤을 추 듯…
건달들이 건들건들 걸어가는 듯….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모두 기분이 살짝 업 되어서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병인과 강희,상호와 다희,혜림은 리프트를 타구
슬롭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약간 쌀쌀하지만 상큼함에 가까운 기분 좋은 바람을 맘껏 받으며 정상에 선 순간.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다희가....
너무 기분이 업 되었었나 보다.
“어…어…어… 여~~~~~봉~~~~~~~!
“꺅!!! 어떻게~~~~~~~~~~”
네 사람이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서서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다희.
병인과혜림, 상호가 다급히 턴을 해 내려간다.
어이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던 다희는
가속이 붙어 정신 없이 미끄러지다 슬롭 가장이 에 설치한
안전그물망에 사정없이 쳐 박히고 만다.
“으…으…으…음”
“괜찮아?”
“많이 다치지 안았어?”
“일어나봐…일어날순 있겠어???”
상호와 병인의 다급한 물음에
다희는 엎어져 안전 망에 엉켜져 있는 자신의 몸을 어찌해 볼라 하지만
혼자의 힘으론 불가항력 이다.
짧지 않은 시간 두 사람은
정신 없이 사력을 다해 다희를 안전 망 에서
분리 시킨 뒤 한숨을 돌린 다음
다친 곳이 없나 상호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라 그 작은 눈이 휘둥그래 진다.
“어…어…어.눈이 어떻게 된 거야?”
다희가 넘어 지면서 고글이 얼굴에 충격을 주어 눈주위가 고글 모양으로
벌겋게 멍이 들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다희의 부상에 일행은
일단 숙소로 들어가서
상호의 정성 어린 응급 조치 후 다희를 안정시키고,
간단한 다과와 함께 시간이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슬그머니 아내의 상태가 궁금한 상호는
다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살피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어대기 시작한다.
“풋핫하하하~~~~”
“이게 누구야? 우리 이쁜마눌은 어디에 가고……..”
“너구리야? 바두기야?”
“쿡….쿡…쿡…”
“음…그럼 우리 이쁜마눌 너구리는 그렇고 바두기로 하자”
“어이~ 친구들 바두기 어때?”
시시때때로 혜림에게 전화를 하여
둔내로 놀러 오기를 통사정 하다시피 졸라대는 바람에
병인과 강희, 그리고 상호와 다희,그리고 혜림 이렇게 다섯이서
정혜가 있는 성우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간다.
뜰안체 에서 못다 푼 만남의 정도 풀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야기도 할 겸….
태형과 순호는 구정을 며칠 앞둔 종손 맏며느리인 관계로
둔내행에 안타깝게 참석을 못했다.
둔 내 톨게이트에 근접하자
산과 논, 밭 에 펼쳐진 환상처럼 소복 히 쌓여있는 눈.
“오홋~눈…눈이다…….”
“오갱끼데스까~~~~~킥킥킥”
다희에 달뜬 목소리에 일행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와 우~~~~~소나무에 쌓인 눈 봐라”
탄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운다.
“여보! 긍게 시방 여기가 스키장이란 말이지?
아~~~넘 머찌다. 어떻게 이 산골구석에 이런 곳이 있다니?”
스키장에 처음 온 다희는 두리번 두리번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곤 리조트 전체에 신나게 퍼지고 있는 MC몽 이 부르는 “챔피온”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다희가 상호에게 애교 섞인 눈 웃음을 보내며 행복해 한다.
요즘 다희는 밸리댄스에 흠뻑 빠져있는데 이 음악에 맞춰 안무해 발표회를 가졌었다.
일행은 콘도에 짐을 품과 동시에
빠른 몸놀림으로 스키복과 스키장비를 갖추고
가벼운 스트레칭 으로 몸을 푼 다음
혜림의 자상한 초보강습을 마치고 스키장으로 나섰다.
온통 하얀 세상….
이들의 행복한 나들이를 축하해 주는 듯
소담스럽게 내리기 시작한 눈….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산뜻한 스키복을 입은 스키어들….
스키부츠를 신고 걸어가자면 부츠의 모양과 딱딱함으로
모든 이 들의 걸음걸이가 리듬에 맞춰 춤을 추 듯…
건달들이 건들건들 걸어가는 듯….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모두 기분이 살짝 업 되어서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병인과 강희,상호와 다희,혜림은 리프트를 타구
슬롭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약간 쌀쌀하지만 상큼함에 가까운 기분 좋은 바람을 맘껏 받으며 정상에 선 순간.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다희가....
너무 기분이 업 되었었나 보다.
“어…어…어… 여~~~~~봉~~~~~~~!
“꺅!!! 어떻게~~~~~~~~~~”
네 사람이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서서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다희.
병인과혜림, 상호가 다급히 턴을 해 내려간다.
어이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던 다희는
가속이 붙어 정신 없이 미끄러지다 슬롭 가장이 에 설치한
안전그물망에 사정없이 쳐 박히고 만다.
“으…으…으…음”
“괜찮아?”
“많이 다치지 안았어?”
“일어나봐…일어날순 있겠어???”
상호와 병인의 다급한 물음에
다희는 엎어져 안전 망에 엉켜져 있는 자신의 몸을 어찌해 볼라 하지만
혼자의 힘으론 불가항력 이다.
짧지 않은 시간 두 사람은
정신 없이 사력을 다해 다희를 안전 망 에서
분리 시킨 뒤 한숨을 돌린 다음
다친 곳이 없나 상호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라 그 작은 눈이 휘둥그래 진다.
“어…어…어.눈이 어떻게 된 거야?”
다희가 넘어 지면서 고글이 얼굴에 충격을 주어 눈주위가 고글 모양으로
벌겋게 멍이 들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다희의 부상에 일행은
일단 숙소로 들어가서
상호의 정성 어린 응급 조치 후 다희를 안정시키고,
간단한 다과와 함께 시간이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슬그머니 아내의 상태가 궁금한 상호는
다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살피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어대기 시작한다.
“풋핫하하하~~~~”
“이게 누구야? 우리 이쁜마눌은 어디에 가고……..”
“너구리야? 바두기야?”
“쿡….쿡…쿡…”
“음…그럼 우리 이쁜마눌 너구리는 그렇고 바두기로 하자”
“어이~ 친구들 바두기 어때?”
2006.01.27 15:09:40 (*.183.252.228)
리조트에서 이벤트 행사로 치러지는 횃불 스키와 환상의 불꽃 놀이..........
“수와 솔 산방” 에서 충분한 휴식과 찜질을 한 후
한층 상큼해진 다희는
강희 와의 수다가 아직 미진 했던지
조잘 조잘... 재잘 재잘.... 끝 이 없다.
강희 또한 발그레 하게 상기된 혈색 좋은 얼굴이 조신하니 더더욱 사랑스럽다.
“어..어..엇 저것 좀 봐! 여보~~~혜림아~강희야”
“와~~~머찌지? 어머 어머…웬일이니?대단하다.얘”
수선스럽기 까지 한 다희의 호들갑에
웃는 듯 마는 듯 살짝 미소를 머금은 강희…
병인에게 사랑스런 미소를 보내며 병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환상의 불꽃을 음미하는 듯 조용히 바라본다.
황홀하게 이어져 가는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에 다희는 혜림을 와락 끌어 안는다.
“혜림아~~~~~~넘 좋아. 행복해야 해…..”
“자갸….….. 싸랑해….쬭!!!”
“병인아 강희야…..사랑해~”
다희의 정겨운 몸짓을 시작으로 병인과 상호가 남자들만의 진한 포옹을 하고….
이에 질세라 다희가 혜림을 끌어 안고, 거기에 강희가 끌어 안기고….
그리고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다섯이 하나가 된다.
“아…….너무 좋다….”
병인이 자신도 모르게 옆에 기대어 있는 강희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혜림 에게 따뜻한 눈 웃음을 짓는다.
밤12시에 정각에 정확히 시작하는
현란한 불꽃과 함께 시작하는 송구영신의 시간…
혜림이는 그때 무엇을 생각 했을까?
병인은 무엇을 꿈 꾸었을까?
.
스키복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 오구
칼 바람 같은 그 차디찬 공기가 얼굴을 스쳐서
에이는 듯한 그 느낌이
오히려 짠~ 하니 상큼 해서 좋왔다.
병인은 짧은 시간이지만
혜림과 함께 한 겨울을 영원히 사랑하구,
사랑하는 겨울에만 있는 눈이기에 눈을 사랑하구,
사랑하는 눈과 함께 하는 것이 스키 이기에
무작정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란 언제나 흘러가는 물과 같다 지만 그 시간 속에서 영원히 머물 수만 있다면….
병인은 긴 한숨을 내뿜는다.
“수와 솔 산방” 에서 충분한 휴식과 찜질을 한 후
한층 상큼해진 다희는
강희 와의 수다가 아직 미진 했던지
조잘 조잘... 재잘 재잘.... 끝 이 없다.
강희 또한 발그레 하게 상기된 혈색 좋은 얼굴이 조신하니 더더욱 사랑스럽다.
“어..어..엇 저것 좀 봐! 여보~~~혜림아~강희야”
“와~~~머찌지? 어머 어머…웬일이니?대단하다.얘”
수선스럽기 까지 한 다희의 호들갑에
웃는 듯 마는 듯 살짝 미소를 머금은 강희…
병인에게 사랑스런 미소를 보내며 병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환상의 불꽃을 음미하는 듯 조용히 바라본다.
황홀하게 이어져 가는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에 다희는 혜림을 와락 끌어 안는다.
“혜림아~~~~~~넘 좋아. 행복해야 해…..”
“자갸….….. 싸랑해….쬭!!!”
“병인아 강희야…..사랑해~”
다희의 정겨운 몸짓을 시작으로 병인과 상호가 남자들만의 진한 포옹을 하고….
이에 질세라 다희가 혜림을 끌어 안고, 거기에 강희가 끌어 안기고….
그리고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다섯이 하나가 된다.
“아…….너무 좋다….”
병인이 자신도 모르게 옆에 기대어 있는 강희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혜림 에게 따뜻한 눈 웃음을 짓는다.
밤12시에 정각에 정확히 시작하는
현란한 불꽃과 함께 시작하는 송구영신의 시간…
혜림이는 그때 무엇을 생각 했을까?
병인은 무엇을 꿈 꾸었을까?
.
스키복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 오구
칼 바람 같은 그 차디찬 공기가 얼굴을 스쳐서
에이는 듯한 그 느낌이
오히려 짠~ 하니 상큼 해서 좋왔다.
병인은 짧은 시간이지만
혜림과 함께 한 겨울을 영원히 사랑하구,
사랑하는 겨울에만 있는 눈이기에 눈을 사랑하구,
사랑하는 눈과 함께 하는 것이 스키 이기에
무작정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란 언제나 흘러가는 물과 같다 지만 그 시간 속에서 영원히 머물 수만 있다면….
병인은 긴 한숨을 내뿜는다.
2006.01.31 15:19:53 (*.234.131.125)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연구실에서 사브작사브작 겨울이 여물어가고 있는 창 밖을 내다보고 서 있던 병인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양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뜰안채를 다녀 온 후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허상을 잡으려고 기를 쓰는 것보다 더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혜림은 한 순간도 그의 손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라고나 할까.
30년 만에 본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우아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그의 마음은 제어장치가 파열된 폭주 기관차마냥 그녀를 향해 질주하는데 비해
그녀의 태도는 너무나도 담담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갈팡질팡 하는 자신과는 달리 평상심을 잃지 않던 그녀는 너무도 멀기만 했다.
그 때 내 곁을 떠나기를 잘했다고?
내 옆자리를 비워 주었기에 더 좋은 아내를 만났다고?
그녀가 등 뒤에다 대고 던진 그 말이 끝내 넘어가지 않았는지 자꾸 걸렸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휴가조차 나가지 않고 죽은 사람처럼 벙커에 파묻혀 일만 하던
군복무 시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의 마음 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아픔들이 올올이 되살아 났다.
연구실에서 사브작사브작 겨울이 여물어가고 있는 창 밖을 내다보고 서 있던 병인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양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뜰안채를 다녀 온 후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허상을 잡으려고 기를 쓰는 것보다 더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혜림은 한 순간도 그의 손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라고나 할까.
30년 만에 본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우아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그의 마음은 제어장치가 파열된 폭주 기관차마냥 그녀를 향해 질주하는데 비해
그녀의 태도는 너무나도 담담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갈팡질팡 하는 자신과는 달리 평상심을 잃지 않던 그녀는 너무도 멀기만 했다.
그 때 내 곁을 떠나기를 잘했다고?
내 옆자리를 비워 주었기에 더 좋은 아내를 만났다고?
그녀가 등 뒤에다 대고 던진 그 말이 끝내 넘어가지 않았는지 자꾸 걸렸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휴가조차 나가지 않고 죽은 사람처럼 벙커에 파묻혀 일만 하던
군복무 시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의 마음 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아픔들이 올올이 되살아 났다.
2006.01.31 18:14:11 (*.222.111.140)
병인이 돌아온 캠퍼스의 봄은 쓸쓸했지만 복학한 대학 생활의 시작은
그런대로 바쁘게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허전하고 외로웠다
그런 그에게
학보사 벽보에 붙인 연극반 모집 광고는
한줄기 빛이 였다면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었으리라
해마다 두 차례에 정기 공연을 하곤 했던 대학 연극반은
1학기말에 올릴 공연을 위해 연극반 단원을 추가 모집한다는 것이다
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않던 병인에게
가슴속 깊은곳에서 고개를 드는 소리없는 아우성
"아 이것이다.....내가 미치고 싶은 곳이"
그래서 그는 또다른 자기를 위해 자연스럽게 미쳐가기 시작했다
아니 미치지 않기위해 미쳐가기 시작한 몸부림이었다
국문과 재학생중엔 문학예술의 큰 뜻을 두고 글쓰는 작업에 몰두
하는 문학도와 학업에만 열중하고 그냥 저냥 졸업이나 마치고
서둘러 직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느라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국어교사가 되려는 크게 두 종류의 학생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병인은 어느쪽에도 끼어들지 못한채 자신이 빠져들어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더 급급했다.
"로미오와 쥬리엣" 연습은
수업이 끝난 오후늦은 시간에 연극반 써클룸에서 비좁은 대로
각자의 대사 연습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조금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던 그에게 어디서 그런 열정이 솟아
나는지 병인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웠다.
그런대로 바쁘게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허전하고 외로웠다
그런 그에게
학보사 벽보에 붙인 연극반 모집 광고는
한줄기 빛이 였다면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었으리라
해마다 두 차례에 정기 공연을 하곤 했던 대학 연극반은
1학기말에 올릴 공연을 위해 연극반 단원을 추가 모집한다는 것이다
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않던 병인에게
가슴속 깊은곳에서 고개를 드는 소리없는 아우성
"아 이것이다.....내가 미치고 싶은 곳이"
그래서 그는 또다른 자기를 위해 자연스럽게 미쳐가기 시작했다
아니 미치지 않기위해 미쳐가기 시작한 몸부림이었다
국문과 재학생중엔 문학예술의 큰 뜻을 두고 글쓰는 작업에 몰두
하는 문학도와 학업에만 열중하고 그냥 저냥 졸업이나 마치고
서둘러 직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느라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국어교사가 되려는 크게 두 종류의 학생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병인은 어느쪽에도 끼어들지 못한채 자신이 빠져들어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더 급급했다.
"로미오와 쥬리엣" 연습은
수업이 끝난 오후늦은 시간에 연극반 써클룸에서 비좁은 대로
각자의 대사 연습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조금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던 그에게 어디서 그런 열정이 솟아
나는지 병인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웠다.
2006.02.01 09:17:43 (*.222.111.140)
연극 연습후 병인은 대학총동창회장인 선배를 찾아 스폰서를 부탁하러
연출맡은 졸업반 선배인 송 민기와 명동에 있는 동창회장의 회사를 찾아갔다.
다행히 대 선배인 동창회장은 선선히 스폰서를 허락하여 주었다.
"병인아...요번 연극은 감이 좋다...어깨에 짐이 덜어진 느낌이다
그 선배 생각한것보다 멋진 싸나이네...히히히"
연출을 맡은 민기형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했다.
"야 ....기분이다...우리 오늘 무교동 낙지집에서 한잔하고 가자.
내 ...쥬리엣 맡은 고 희선 좀 불러 내야겠다....그 가시네 집이
남산쪽 어디메라 하니까 금새 나올수 있을거다...."
"형.....이 늦은 시간에 ...나올 수 있겠어요...그만두죠...연출 한다고
이건 좀 횡포에 가까운거 아닐까요...허허허"
"야 병인아 ....요새 갸가 대사가 영 아닌데...초장이라 내 주인공역을
딴 애로 바꿀가 하는 맘도 생기기도 하는데말야...
오늘 갸 데리고 다시한번 슬쩍 타진을 해 봐야 쓰겄어....인물만
반반하지 ...어디 맥아리가 있어야 말이지...달구쳐서 물건이
될려는지 말야."
연출맡은 민기형이 공중전화로 달려갔고 얼마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돌아왔다.
"하숙집인가본데 지 전화도 달아놓고 사는 뽐세가 말이지..제주도에서
귤 나무 꽤나 갖고있는 귤농장집 딸이래지 아마..."
그는 연극반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거의 꿰뚫고 있는듯 싶었다
저녁도 거른 그들이 스적스적 걸어서 무교동 낙지골목 단골집에
당도해서 소주와 곁들인 안주로 막 허기진 속을 채우려는데
쥬리엣역에 고 희선이 그들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연출맡은 졸업반 선배인 송 민기와 명동에 있는 동창회장의 회사를 찾아갔다.
다행히 대 선배인 동창회장은 선선히 스폰서를 허락하여 주었다.
"병인아...요번 연극은 감이 좋다...어깨에 짐이 덜어진 느낌이다
그 선배 생각한것보다 멋진 싸나이네...히히히"
연출을 맡은 민기형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했다.
"야 ....기분이다...우리 오늘 무교동 낙지집에서 한잔하고 가자.
내 ...쥬리엣 맡은 고 희선 좀 불러 내야겠다....그 가시네 집이
남산쪽 어디메라 하니까 금새 나올수 있을거다...."
"형.....이 늦은 시간에 ...나올 수 있겠어요...그만두죠...연출 한다고
이건 좀 횡포에 가까운거 아닐까요...허허허"
"야 병인아 ....요새 갸가 대사가 영 아닌데...초장이라 내 주인공역을
딴 애로 바꿀가 하는 맘도 생기기도 하는데말야...
오늘 갸 데리고 다시한번 슬쩍 타진을 해 봐야 쓰겄어....인물만
반반하지 ...어디 맥아리가 있어야 말이지...달구쳐서 물건이
될려는지 말야."
연출맡은 민기형이 공중전화로 달려갔고 얼마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돌아왔다.
"하숙집인가본데 지 전화도 달아놓고 사는 뽐세가 말이지..제주도에서
귤 나무 꽤나 갖고있는 귤농장집 딸이래지 아마..."
그는 연극반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거의 꿰뚫고 있는듯 싶었다
저녁도 거른 그들이 스적스적 걸어서 무교동 낙지골목 단골집에
당도해서 소주와 곁들인 안주로 막 허기진 속을 채우려는데
쥬리엣역에 고 희선이 그들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006.02.01 19:51:10 (*.222.111.140)
"어이 희선이....여기다 여기..........."
민기형은 얼른 술 한잔을 털어넣고 팔을 들어 흔들어댄다
항상 긴 생머리를 가지런히 내리고 다니던 그녀가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가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보는 그녀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잘 됐네요...저도 저녁식사는 안 했거든요...."
"그래...우리 연극의 완성도를 위해서 좀 친밀해 질 필요가 있을것같아
내 일부러 불러 내자 했거든....괜찮겠지?...."
연출자의 자세로 민기형은 조금은 위엄을 갖추워 어깨를 들썩했다
셋이서 연극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학교 생활의 이런 저런 사건 사고를
들추어 내는 동안 그들은 소주 서너병은 족히 마신것 같았다
"병인아 ....그리고 다음주 부터는 남자 배역들은 모두 펜싱 연습을
해야 하니 모두들 시간을 잘 맞추어 연습 할 수 있게 해라...
예술대학 학장님이 우리 어마마마 오빠 시거든 모든 도구와 강사까지
빌려 주신다잖니...흐흐흐....예술대학 연극과 아이들보다 우리가
큰일 좀 내삐리쟈...갸네들 보다 우리가 작품해석 빠르지 ...머리가
텅빈 갸네들 보다 우리가 더 나아도 나아야 되지 않겠어..."
술 기운 오른 민기형이 자기말에 흥이 나기 시작 하는것같았다
다소곳이 오고가는 말들을 듣기만하던 희선이 무언가 말을 할듯하다
그만두는것 같아 병인은 그녀에게 술 한잔을 건네었다.
내 사양하던 그녀가 술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마셔버리고 입을 떼었다
"저...연극은 처음이지만....어떤 일이 있어도 이 역은 잘 하고 싶어요
대사 때문에 혼이 나지만 제 나름대로 훈련을 열심히 할게요."
단호한 어조로 희선은 또박 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그녀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는듯 싶었다.
"야..야 ..야...됐다 됐어....우리 연극이 무르익어 갈 조짐이 보인다
보여...하하하하...내 뭐랬냐...기분이다 우리 이차 갈까나...
"형...시간이 많이 지났네요....우리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쯤 하죠.."
그들이 무교동 밤거리에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거의 임박해서였다.
병인은 머큐쇼 역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펜싱도 연극에 필요한 부분만이 아니라 한발 나아가 적극적으로 훈련을 했다
에페,샤브르,플뢰레 모두를 섭렵하느라 한 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았고 연극도 성공리에 올려졌다
병인은 중세에 결투를 위해 필요했던 칼 싸움에서 투쟁심과 자제력
집중력,순발력을 체득했고 강한 의지력을 키웠다.
또 연극속에 머큐쇼가 한동안 그의 내부 깊숙히 자리잡았다.
"사랑 때문에 우는 소리를 하는건, 마치 막대기를 구멍속에다 감추려고
아래 위로 뛰어 굴러다니는 천생 바보같은 거야..."
머큐쇼에 대사가 병인에게 살아 움직이는 동안 그 누구도 다가올 수가
없을것 같았다.
민기형은 얼른 술 한잔을 털어넣고 팔을 들어 흔들어댄다
항상 긴 생머리를 가지런히 내리고 다니던 그녀가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가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보는 그녀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잘 됐네요...저도 저녁식사는 안 했거든요...."
"그래...우리 연극의 완성도를 위해서 좀 친밀해 질 필요가 있을것같아
내 일부러 불러 내자 했거든....괜찮겠지?...."
연출자의 자세로 민기형은 조금은 위엄을 갖추워 어깨를 들썩했다
셋이서 연극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학교 생활의 이런 저런 사건 사고를
들추어 내는 동안 그들은 소주 서너병은 족히 마신것 같았다
"병인아 ....그리고 다음주 부터는 남자 배역들은 모두 펜싱 연습을
해야 하니 모두들 시간을 잘 맞추어 연습 할 수 있게 해라...
예술대학 학장님이 우리 어마마마 오빠 시거든 모든 도구와 강사까지
빌려 주신다잖니...흐흐흐....예술대학 연극과 아이들보다 우리가
큰일 좀 내삐리쟈...갸네들 보다 우리가 작품해석 빠르지 ...머리가
텅빈 갸네들 보다 우리가 더 나아도 나아야 되지 않겠어..."
술 기운 오른 민기형이 자기말에 흥이 나기 시작 하는것같았다
다소곳이 오고가는 말들을 듣기만하던 희선이 무언가 말을 할듯하다
그만두는것 같아 병인은 그녀에게 술 한잔을 건네었다.
내 사양하던 그녀가 술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마셔버리고 입을 떼었다
"저...연극은 처음이지만....어떤 일이 있어도 이 역은 잘 하고 싶어요
대사 때문에 혼이 나지만 제 나름대로 훈련을 열심히 할게요."
단호한 어조로 희선은 또박 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그녀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는듯 싶었다.
"야..야 ..야...됐다 됐어....우리 연극이 무르익어 갈 조짐이 보인다
보여...하하하하...내 뭐랬냐...기분이다 우리 이차 갈까나...
"형...시간이 많이 지났네요....우리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쯤 하죠.."
그들이 무교동 밤거리에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거의 임박해서였다.
병인은 머큐쇼 역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펜싱도 연극에 필요한 부분만이 아니라 한발 나아가 적극적으로 훈련을 했다
에페,샤브르,플뢰레 모두를 섭렵하느라 한 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았고 연극도 성공리에 올려졌다
병인은 중세에 결투를 위해 필요했던 칼 싸움에서 투쟁심과 자제력
집중력,순발력을 체득했고 강한 의지력을 키웠다.
또 연극속에 머큐쇼가 한동안 그의 내부 깊숙히 자리잡았다.
"사랑 때문에 우는 소리를 하는건, 마치 막대기를 구멍속에다 감추려고
아래 위로 뛰어 굴러다니는 천생 바보같은 거야..."
머큐쇼에 대사가 병인에게 살아 움직이는 동안 그 누구도 다가올 수가
없을것 같았다.
2006.02.03 23:38:27 (*.234.131.125)
그때 연극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병인에게 있어서 연극은 허물을 벋는 작업이었다.
자기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자기를 꺼내는 작업이었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는 행위였다.
미친듯이 대사를 외우고 감정에 몰입하여 울고 웃고 죽고 죽이는 과정을 되풀이 연습하여
무대 위에다 신기루같은 집을 지었다가 부수는 행위.
그것이 바로 연극이었다.
남의 인생을 몰래 훔쳐다가 살아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공연을 마치고 막을 내리고 난 후에 세트를 허물어 낼 때면 너무나 허무해서 죽고싶었다.
그래서 쫑파티를 할 때면 언제나 미친듯이 술을 마셔야 했다.
앞으로 다시는 연극을 하지 않겠다고 울면서 이를 갈았고...
하지만 연극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트를 허물고 난 허무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대를 짓게 되는 것이
연극의 속성이었으니까.
처음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단역으로 시작을 한 연극은 병인을 졸업할 때까지 붙잡았다.
그는 연기는 물론 무대감독, 연출까지 두루 섭렵하며 연극에 깊이 빠져 들었다.
국문과를 다니는 것인지 연극과를 다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연극쟁이가 되었다.
그렇게 연극에 미치고 나니 혜림은 물론
더 이상 사랑이니 이별이니 하는 것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덕분에 그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조교가 될 수 있었다.
병인에게 있어서 연극은 허물을 벋는 작업이었다.
자기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자기를 꺼내는 작업이었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는 행위였다.
미친듯이 대사를 외우고 감정에 몰입하여 울고 웃고 죽고 죽이는 과정을 되풀이 연습하여
무대 위에다 신기루같은 집을 지었다가 부수는 행위.
그것이 바로 연극이었다.
남의 인생을 몰래 훔쳐다가 살아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공연을 마치고 막을 내리고 난 후에 세트를 허물어 낼 때면 너무나 허무해서 죽고싶었다.
그래서 쫑파티를 할 때면 언제나 미친듯이 술을 마셔야 했다.
앞으로 다시는 연극을 하지 않겠다고 울면서 이를 갈았고...
하지만 연극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트를 허물고 난 허무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대를 짓게 되는 것이
연극의 속성이었으니까.
처음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단역으로 시작을 한 연극은 병인을 졸업할 때까지 붙잡았다.
그는 연기는 물론 무대감독, 연출까지 두루 섭렵하며 연극에 깊이 빠져 들었다.
국문과를 다니는 것인지 연극과를 다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연극쟁이가 되었다.
그렇게 연극에 미치고 나니 혜림은 물론
더 이상 사랑이니 이별이니 하는 것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덕분에 그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조교가 될 수 있었다.
2006.02.04 02:37:37 (*.222.111.140)
"하이... 맘..... "
잠결에 혜림은 전화통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꿈결인가 생시인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으면서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잠시 그러고 있었다
저쪽에서 "헤이헤이 .....아들 이요....아들 ....아들 보고 싶지도 않아"
전화기 속에서 시끄러운 메탈 음악이 들려와서 아들 제이슨의 전화
인것을 그녀는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오...그래 ....너로구나...종혁이......으응...여긴 한밤중이다...이것아
아이구....우리 아들이로구나...너 지금 운전중이니"
대학 일년생인 제이슨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면서 가끔 돌출적인
행동을 해서 그녀를 놀래키곤한다.
"종혁아....차 새로 바꾼것...너무 빠르지 않니?...웬만하면
엄마 렉서스를 타려무나....페라리...학생신분으론 너무 과하다..."
제이슨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2세들이 겪는 이중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한동안 사춘기를 어렵게 보낸적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짧게
부모들을 걱정시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엄마....맘.....걱정 말아....학교 갈때는 안 갖고 갈께....
그런데 아빠도...한국에 잠시 다녀 온다는데...맞아.."
그녀는 아들 제이슨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만은 철저하였지만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가 영어 라서인가 제이슨은 두 언어의 충돌을
느끼는듯했고 식구와의 언어구사도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하는것에 불과했다.
그들 진수부부는 자본주의 최상의 국가인 미국에서 이민간 교포사회
에서 부러움을 살만큼 성공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인 진수는 아들이 한국인 종혁이기를 바랬고 종혁은 미국에서 미국인 제이슨으로 생활하는것을 편해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아들이 사업을 맡아 주기를 바라고 고국에
터전을 잡기 시작했지만 혜림은 그것이 어려운일이라는것을 알기에
부자가 갖고있는 생각 틈새를 나름대로 메꾸려면 그녀 자신의
역활이 중요한 시점이라는것을 실감하고 있는것이다
사업의 운은 탄탄대로를 달린다해도 인간의 정신을 한곳으로 잡아
둘 수 있는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비록 자식일지라도....
잠결에 혜림은 전화통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꿈결인가 생시인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으면서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잠시 그러고 있었다
저쪽에서 "헤이헤이 .....아들 이요....아들 ....아들 보고 싶지도 않아"
전화기 속에서 시끄러운 메탈 음악이 들려와서 아들 제이슨의 전화
인것을 그녀는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오...그래 ....너로구나...종혁이......으응...여긴 한밤중이다...이것아
아이구....우리 아들이로구나...너 지금 운전중이니"
대학 일년생인 제이슨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면서 가끔 돌출적인
행동을 해서 그녀를 놀래키곤한다.
"종혁아....차 새로 바꾼것...너무 빠르지 않니?...웬만하면
엄마 렉서스를 타려무나....페라리...학생신분으론 너무 과하다..."
제이슨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2세들이 겪는 이중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한동안 사춘기를 어렵게 보낸적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짧게
부모들을 걱정시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엄마....맘.....걱정 말아....학교 갈때는 안 갖고 갈께....
그런데 아빠도...한국에 잠시 다녀 온다는데...맞아.."
그녀는 아들 제이슨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만은 철저하였지만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가 영어 라서인가 제이슨은 두 언어의 충돌을
느끼는듯했고 식구와의 언어구사도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하는것에 불과했다.
그들 진수부부는 자본주의 최상의 국가인 미국에서 이민간 교포사회
에서 부러움을 살만큼 성공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인 진수는 아들이 한국인 종혁이기를 바랬고 종혁은 미국에서 미국인 제이슨으로 생활하는것을 편해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아들이 사업을 맡아 주기를 바라고 고국에
터전을 잡기 시작했지만 혜림은 그것이 어려운일이라는것을 알기에
부자가 갖고있는 생각 틈새를 나름대로 메꾸려면 그녀 자신의
역활이 중요한 시점이라는것을 실감하고 있는것이다
사업의 운은 탄탄대로를 달린다해도 인간의 정신을 한곳으로 잡아
둘 수 있는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비록 자식일지라도....
2006.02.04 19:31:58 (*.238.113.69)
종혁의 전화로 잠이 깬 혜림이 시계를 보니 밤 2시가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진 않았다.
잠옷 위에 까운을 걸친 그녀는 커피보트의 전기를 꼽아놓고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멀리 보이던 호수도 숲 속의 집들도 모든것은 적막하게 어둠에 묻혀있고 군데 군데 불을 밝힌 가로등이 어슴프레 그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헤이즐넛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뜨거운 커피가 목젖을 적시자 짜릿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열심히 살았고 남편을 존경했고 아들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지난날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둠에 불 밝힌 가로등처럼 무언가가 내 가슴에 피어오르는 것일까?
그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순간 혜림에게 병인의 안타까운 눈빛이 떠오른다.
'내가 어떻게 너를 미워해, 이 바보야~"
"다시는 내 입으로 너를 부르지 못하는줄 알았다"
얼마전 병인이 절규에 가깝게 내 뱉은 말과 뜨거운 입맞춤의 여운을 상기하곤 혜림은 가벼운 전율을 느낀다.
알수 없는 나른한 쾌감, 아~ 오늘밤은 그냥 이대로 이 감정에 묻혀버리고 싶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진 않았다.
잠옷 위에 까운을 걸친 그녀는 커피보트의 전기를 꼽아놓고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멀리 보이던 호수도 숲 속의 집들도 모든것은 적막하게 어둠에 묻혀있고 군데 군데 불을 밝힌 가로등이 어슴프레 그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헤이즐넛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뜨거운 커피가 목젖을 적시자 짜릿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열심히 살았고 남편을 존경했고 아들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지난날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둠에 불 밝힌 가로등처럼 무언가가 내 가슴에 피어오르는 것일까?
그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순간 혜림에게 병인의 안타까운 눈빛이 떠오른다.
'내가 어떻게 너를 미워해, 이 바보야~"
"다시는 내 입으로 너를 부르지 못하는줄 알았다"
얼마전 병인이 절규에 가깝게 내 뱉은 말과 뜨거운 입맞춤의 여운을 상기하곤 혜림은 가벼운 전율을 느낀다.
알수 없는 나른한 쾌감, 아~ 오늘밤은 그냥 이대로 이 감정에 묻혀버리고 싶다.
2006.02.10 23:20:45 (*.234.131.250)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아직 따끈한 열기가 가시지 않은 것이 목줄기부터 가슴까지 따뜻하게 하며 넘어간다.
혜림은 깜깜한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오늘따라 자기 모습이 낯설다.
-어떻게 내게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
나는 이미 여자를 다 졸업해 버린 줄 알았는데...
정말 그랬다.
언제부터라고 딱히 그 시점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혜림은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저 김진수 사장의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였고, 제이슨의 엄마였다.
그러고 보니 김진수 사장도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남편이고 제이슨의 아버지일 뿐...
그는 처음 겷혼할 때부터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었다.
자기 인생에서 얻은 가장 귀한 보물은 혜림이라며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주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매너가 좋은 신사.
그녀에게 있어서 남편은 가까운 친구이자 아버지였고 오라버니였다.
무슨 말이든지 다 할 수 있고, 가끔은 생떼를 써도 무방한 삶의 후견인. 보호자...
그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몰두를 하면서 부터
남편은 그녀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짜릿한 느낌이 드는 존재는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그와 살을 섞고 매일 한 침대에서 부비고 잠들기는 했지만 그 또한 일상이었다.
마치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굴러가는 일상 속에 무슨 설렘이 있을까.
설렘은 없지만 안정된 평화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런 설렘은 철없던 시절에나 추구하는 실속없는 감정에 불과한 것이어서
철이 들고 나면 소멸되어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 나이를 먹으면 나이 값을 하고 사는게 멋있는 거야.
어른이 어른 노릇을 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울게 있는 거라구.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혜림은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녀는 중후하게 중년 고개를 넘긴 초로의 남편에게 어울리는 아내로 만족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이미 회갑을 넘긴 남편보다 너무 젊어 보이지 않고 어른스러웠다.
정말 그랬다. 그랬는데....
커피잔이 어느새 다 비어 버렸다.
빈 잔을 들이키며 그녀는 다시 병인의 말을 곱씹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미워해..."
그의 눈빛이 떠오르고 죽음보다 강렬하던 그의 감촉이 되살아나자
혜림은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한줄기 가느다란 호리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 바람이 광풍이 되어 자기를 단번에 날려 보낼까봐 두려우면서도
그 달짝지근하고 짜릿한 감정이 자기 속에서 되살아 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문득 병인이 보고 싶었다.
만나면 딱히 할 말도 없는데 그냥 그가 보고 싶었다.
아니, 그가 보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 그 나른한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이미 다 말라서 고목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영혼에 물이 오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어떻게 만나지?
내가 그를 얼마나 아프게 하고 떠났었는데...
이미 30년 전에 버렸던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 염치는 죽어도 없지만
제 속에서 자꾸 피어오르는 사그라들 줄 모르는 막연한 그리움을 잠재울 자신도 없다.
혜림은 정말 난감했다.
나이 오십은 어디로 먹었단 말인가.
그녀는 제 마음 하나 다스릴 수 없어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어떻게든 우연을 핑계로 그를 만나고 싶어서 목이 마르다.
이게 무슨 이율배반적인 심사란 말인가.
그녀는 다시 커피잔을 채웠다.
오늘 밤에 잠 자기는 이미 틀렸다.
아직 따끈한 열기가 가시지 않은 것이 목줄기부터 가슴까지 따뜻하게 하며 넘어간다.
혜림은 깜깜한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오늘따라 자기 모습이 낯설다.
-어떻게 내게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
나는 이미 여자를 다 졸업해 버린 줄 알았는데...
정말 그랬다.
언제부터라고 딱히 그 시점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혜림은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저 김진수 사장의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였고, 제이슨의 엄마였다.
그러고 보니 김진수 사장도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남편이고 제이슨의 아버지일 뿐...
그는 처음 겷혼할 때부터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었다.
자기 인생에서 얻은 가장 귀한 보물은 혜림이라며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주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매너가 좋은 신사.
그녀에게 있어서 남편은 가까운 친구이자 아버지였고 오라버니였다.
무슨 말이든지 다 할 수 있고, 가끔은 생떼를 써도 무방한 삶의 후견인. 보호자...
그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몰두를 하면서 부터
남편은 그녀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짜릿한 느낌이 드는 존재는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그와 살을 섞고 매일 한 침대에서 부비고 잠들기는 했지만 그 또한 일상이었다.
마치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굴러가는 일상 속에 무슨 설렘이 있을까.
설렘은 없지만 안정된 평화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런 설렘은 철없던 시절에나 추구하는 실속없는 감정에 불과한 것이어서
철이 들고 나면 소멸되어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 나이를 먹으면 나이 값을 하고 사는게 멋있는 거야.
어른이 어른 노릇을 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울게 있는 거라구.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혜림은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녀는 중후하게 중년 고개를 넘긴 초로의 남편에게 어울리는 아내로 만족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이미 회갑을 넘긴 남편보다 너무 젊어 보이지 않고 어른스러웠다.
정말 그랬다. 그랬는데....
커피잔이 어느새 다 비어 버렸다.
빈 잔을 들이키며 그녀는 다시 병인의 말을 곱씹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미워해..."
그의 눈빛이 떠오르고 죽음보다 강렬하던 그의 감촉이 되살아나자
혜림은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한줄기 가느다란 호리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 바람이 광풍이 되어 자기를 단번에 날려 보낼까봐 두려우면서도
그 달짝지근하고 짜릿한 감정이 자기 속에서 되살아 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문득 병인이 보고 싶었다.
만나면 딱히 할 말도 없는데 그냥 그가 보고 싶었다.
아니, 그가 보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 그 나른한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이미 다 말라서 고목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영혼에 물이 오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어떻게 만나지?
내가 그를 얼마나 아프게 하고 떠났었는데...
이미 30년 전에 버렸던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 염치는 죽어도 없지만
제 속에서 자꾸 피어오르는 사그라들 줄 모르는 막연한 그리움을 잠재울 자신도 없다.
혜림은 정말 난감했다.
나이 오십은 어디로 먹었단 말인가.
그녀는 제 마음 하나 다스릴 수 없어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어떻게든 우연을 핑계로 그를 만나고 싶어서 목이 마르다.
이게 무슨 이율배반적인 심사란 말인가.
그녀는 다시 커피잔을 채웠다.
오늘 밤에 잠 자기는 이미 틀렸다.
2006.04.29 18:26:36 (*.234.131.250)
* 1장 ~ 3장까지의 줄거리
병인과 태형, 상호, 순호, 혜림은 모두 대학 동창생들이다.
특히 병인과 혜림은 대학 시절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혜림은
대학을 중퇴하고 신용금고에 취직을 하고 병인은 군대에 가면서 헤어졌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병인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고
혜림은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었다.
병인은 3살 연하의 강희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1남 1녀를 두었고
혜림은 14살 많은 진수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두었다.
한국에다 별장형 리조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귀국한 혜림이
제천의 충주호 부근에 마련한 별장 이름이 <뜰안채>.
혜림은 30년만에 옛친구들을 뜰안채로 초대를 하면서 병인도 함께 불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즐거운 시간들.
3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예전에 사랑했던 감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혜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병인도 30년 동안 꾹꾹 눌러 놓았던 열망이 자기도 모르게 확 피어 올라 방황하게 된다.
뜰안채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충주를 지나 제천과 청풍이 갈라지는 길목에서 충주호를 향해 길을 잡고 달리자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 아래 강처럼 굽이굽이 느리게 흐르는 물길이 나타났다. 호수였다.
도로 왼편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끼고 간신히 차 두대가 비켜 갈 수 있는 좁은 산길에서도 오른 쪽으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물을 볼 수 있어서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가도 좋으련만 목적지가 가까워 질수록 그의 마음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보다 더 속력을 내고 있었다.
산 앞에도 산이 있고 산 뒤에도 산이 있어서 하늘마저 좁아 보이는 길은 좀처럼 끝이 날 것 같지 않고 마음껏 속도를 낼 수도 없게 되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다.
그나마 차량 운행이 뜸해서 자기가 제어할 수 있는 최대 속도로 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같은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물길은 왼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에 그림처럼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났다.
그는 차를 길 옆에 세우고 약도를 꺼내 찬찬히 살펴 보았다.
그리 세밀하게 그린 지도는 아니지만 자기가 찾는 곳이 바로 거기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겹겹이 둘러 쳐 있는 산 자락에 점점이 박혀 있는 그 많은 집 중에서 뜰안채를 찾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가야 해.
산 속 마을의 길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녀가 있다는 뜰안채를 찾으려면 얼마나 더 헤매야 할 지 모르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뛰고 그의 입술이 마르기 시작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물병을 찾아 벌컥벌컥 몇 모금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보면 반가워할까?
막상 그녀 가까이에 왔다고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 나는 어떤 마련도 없이 허위단심 그녀를 보러 달려왔다.
그녀의 소식은 30여 년 동안 감무소식이었었다.
가끔 대학 시절 같은 서클친구들을 만나도 한결같이 그녀의 소재를
아는 친구가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잊혀져갔다
다만 나와 그녀가 대학 때 만나 서클에서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시절
둘의 사이를 은근히 질투하던 성호 녀석이 가끔 동기모임에서
그녀를 들추어내서 놀리는 일 빼고는 다른 친구들은 내 상처를 건드리는 그 어떤 일도 안하려고했고 그렇게 30년을 지내왔던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는 경계선상의 쓸쓸함이 몰려 올 때면
문득 그녀와의 가을의 이별이 울컥 떠올려지곤 했었다.
그의 대학시절 거의 열병처럼 앓았던 그녀와의 이별이 다시
오지는 않을 일이였다
그것도 학교일로 눈 코 뜰 새 없이 지내는 동안 이젠 그런 감정의
동요도 없어지고 그녀의 존재가 거의 잊혀졌다 싶은 시점에
어제 문예창작과 마지막강의를 마치고 서둘러 연구실을 나오려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교수님 전화요" 조교의 상냥한 목소리가 그를
불러 세웠다.
``김 병인(屛仁)입니다``
``..........................``
``여보세요? 말씀하시지요``
``저(기운없는 목소리) 저 ,,,,,,,,, 나 혜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