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이 없어 냉동실을 뒤지다가 노가리 한 봉지를 발견해서 볶았습니다.
노가리는 친정 어머니께서 좋아하셔서 끝까지 잡수시고 싶다했던 마른 반찬입니다.
제가 병원으로 해다 드린 마지막 반찬도 노가리 볶음이었습니다.
새 봉지 뜯어서 딱 한 번 해다 드렸는데 어머니는 하늘 나라로 가시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것 제가 마저 볶아 먹으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어머니가 몹시도 그리웠습니다.

말기 신부전 환자로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 투석을 받으시면서도, 꽤 오래 사실 것처럼 이것 저것 애착을 갖고 놓지 못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우리 남매가 떨어져 살아 잘 돌보아 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홀로 있는 자신에게 있는 얼마 안 되는 현금이 자기를 끝까지 지켜주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저라도 그런 상황에선 그랬겠지요만, 안스러워서 소망을 하늘나라에 두시고 주님만 의지하기를 권면할 때마다 말로는 그런다고 하면서 언제나 가치는 돈에 두시려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연로하신 노인들을 뵈면 대부분이 그러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고 지키려 했던 자신의 돈을 어머니는 다 써 보시지도 못하고 가셨습니다.
마지막 두 달 동안에는 쓸 데 없는 줄 알면서도 일 년 투병 생활에 들어가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한꺼번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제 남은 얼마간의 현금과 사시던 집은 우리 남매의 손에 부수어져 우리 각자의 욕심대로 쓰이겠지요.

집정리 하면서 옷이랑 살림살이들을 줄 사람 주고 버릴 것 버리면서, 우리 삶의 자취를 정리해 가며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생각했습니다.
투병 생활 하시면서 누리지 못한 삶이 아쉬웠던지 옷도 많이 사시고, 약도 많이 사시고, 최고급 화장품도 많이 사셨습니다만, 제대로 입어 보시지도, 잡숴 보시지도, 써 보시지도 못하고 다 저의 손에 의해 남 주고 버려지고 태워졌습니다.

대충 어머니의 살림이 정리된 뒤 저도 옷장, 이불장, 싱크대 다시 정리했습니다.
이젠 있는 것들 알뜰살뜰 다 쓰고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절대로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을 넘치도록 나에게만 썼던 모습이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전도서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참으로 이 땅에서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에 아둥바둥하는 우리 삶의 모습은 허무한 것 같습니다.
우린 참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목을 메고 사는 존재들인지요.

어제도 전도서 또 한 번 읽으면서 한 마디만 붙잡았습니다.
'창조주를 기억하라."

매 순간 창조주를 기억하는 삶만이 제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