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덥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가고 아침 저녁 창틈으로 한기가 스며들더니 조금은 성글어진 나뭇잎 사이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 듭니다
여름의 더위를 막아준 삼베 홋이불과  대자리를 치우고 아들, 딸의 방에 차렵이불을 깔아 놓으며 추운 곳에서 신혼 살림을 차린다고 목화솜이불을 특별히 두껍게 마련하셨던 친정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어떡하든지 젊어 보이려 애쓰며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조종하고 헬스다 교양강좌다 좇아다니는 현대 어머니들 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절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족들 입을 것 덮을 것 마련하며 세월의 흐름을 순리로 받아 들였던 옛날 어머니들의 성숙함이 가슴 한 편을 뭉클하게 합니다
여름을 화려하고 무성한 계절로 만드시고 이어 오는  가을을 차분하고 소박한 계절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경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열매는 정열이 극에 달하였을 때가 아닌 열정이 태풍처럼 지나간 후에 맺어지는 정제된 결과[ESSENCE]라는 것입니다
가을빛에서는 장미의 화려함보다 국화의 소박함이 어울리고 파인애플과 자몽같은 남국의 과일보다 사과나 먹골배 같은 서민적 과일이 좋습니다
어제 교회정원에 여름동안 무성하여서 오가는 사람들을 신선하게 하던 등나무, 유자, 오이 덩굴을 걷어 내고 가을 국화를 심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들이 자원해서 와서 흙을 파고 거름을 주면서 목사님과 정원을 가꾸고 여선교회원들은 갈비탕을 끓여서 인도선교의 비전을 품고 토요일마다 우리 교회에서 기도회를 하는 인도비전팀의 청년들과 봉사자들을 흡족히 대접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수고로 가족들이 가정에서 몸과 마음의 쉼을 얻는 것도 귀하고 또 교회에서 수고함으로 주님 안에서 새 가족이 된 지체들이 하나님의 집에서 기쁨을 얻는 것, 나아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행인들이 교회 정원의 꽂과 나무를 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쉼과 여유를 갖고 ,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것은 보람된 일입니다 일부러 사진을 찍어 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목화나 벼, 유자열매를 보여주는 젊은 엄마들은 물론 게시판에도 우리 교회 정원에 대한 감사의 글이 실리고 구청에서도 동네를 아름답게 한 교회로 지정하여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니 어려운 가운데서 성전건축을 이룬 성도들에 대한 상급 같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교회가 있어서 마을을 아름답게 하고 좋은 영향을 준다면 늘 교회의 어두운 면만 들춰내며 사회봉사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불신자[그 분들 중 교인들이 하는 만큼 구제와 봉사에 힘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늘 의문입니다]들 까지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믿는 성도들에게나 불신자에게나 그 무덥던 여름을 소리 소문 없이 물리치고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듯이 인생의 가을이 닥칠 텐데 그 때 우리가 무엇을 거두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삶의 자세로 결정될 것입니다
교회의 외벽에 높이 걸려 있는 플래카드의 문구처럼 “믿음의 명문가문을 이루는 옥토가족”으로서 가정과 사회, 하나님의 나라를 부요케 하는  인물을 배출하는 명문가문을 이루기 위하여 나를 통해서 은혜와 축복이 흘러가게 되는, 줄 것이 있고 남길 것이 있는 인생이 되기 위하여 기도와 구제, 몸봉사를 더욱 열심히 하는 성도가 되어야 겠습니다


13회 이평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