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연합교회 집회 후

사업을 하고 있는 성도들의 모임인 소그룹 모임에

초청을 받고 뉴욕에 나가게 되었다.

멘하탄 한 거리는 아예 한인 상가인 듯 하여

한 눈에 들어오는 한글 간판이 낯익고 반갑고 정겨워 보였다.



점심 식사를 같이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현재 한국내의 경제적 불황이

이곳 미국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한국인 사업가들이 남모르게 신음하며

열악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가지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사업가들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음을 알았다.



사업가인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재물을 얻을 능을 주시는 주님께 지혜를 구하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용도에 주님의 영광을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목회 사역을 하기 전에 나역시 사업을 했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물에 들어가서 사용하는 모든 물놀이 용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수영모자, 물안경, 수영판, 구명조끼, 비닐튜브, 보트, 오리발...



국내 판매와 홍콩, 대만, 일본 등에 수출을 겸하여 했다.

그 해에 홍콩에서 들어오는 물안경 전량을 수입하게 되었다.

이미 겨울 내내 준비한 국산 물안경에다가

수입한 물안경 까지 수많은 재고가 넘쳐 났다.

그런데 그 해 여름에 우리나라엔 냉해가 들어 여름이 춥고

태풍이 일찍 오는 바람에 해수욕장마다 일찍 폐장을 하였다.



산더미 처럼 쌓인 물안경 재고는

일년을 기다려야 팔 수 있으니 골치 덩어리에다

자본이 묶이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때 그 재고를 쳐다볼 때의 한숨과 염려를 그 누가 알까?

나는 산더미 같은 물안경 재고를 어쩌면 좋으냐고

한숨 반, 기도 반으로 주님께 여쭤 본 일이 있다.



사시사철 팔리는 물건이 아니고

단지 여름 한 철에 잠간 팔리는 물건이니 더욱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여름이 훨씬 지나  전국 판매장에 나갔던 물건들이

반품되어 돌아 올 즈음인 9월 어느날

대학생 청년이 우리 매장에  오더니 물안경을 하나 소매로 팔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낱개로는 팔지 않는다고 하다가

나는 그 청년이 때지난 물안경을 어디에 쓰려나 궁금하여 그 용도를 물었다.

그 청년은 "최루탄 때문에 눈이 너무 매워서 데모할 때 쓰려고 해요."라고 했다.

그 때 내 머리에 반짝 불이 들어 왔다.

나는 그 청년에게 물 안경 한 개 값에 10개를 주었다.



"그래! 물안경은 반드시 물안경으로만  팔아야 한다는 고정 개념을 깨야 했어!

하나님은 홍해를 가르신 분이야

물을 건너려면 반드시 배를 띄워야 한다는 우리들의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하나님만의 지혜였어.

그래서 하나님의 지혜는 불가능한 일이란 없어.

주님! 감사합니다!"



그 이튿날부터  우리 창고에 있던 물안경은

최루탄이  터지는 데모의 현장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우리는 제고 팔아서 좋고

데모 하는 학생들은 독한 최루탄에서 눈울 보호 할 수 있어서 좋았다.

7월 8월에 팔아야 하는 물안경을

9월 10월에 최루탄 안경으로 다 팔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부터 사업을 하는 나의 방법이 달라졌는데

어떤 일이든지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고정 관념을

주님의 지혜 앞에서 얼마든지 포기 할 수 있었다.

베드로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린 것처럼...



한 번은 우리가 생산하는 스카프가 문제가 생겼다.

스카프는 나염에 민감하기 때문에

얼룩이 지거나 나염 불량이 나면

값비싼 스카프가 보자기 값으로 전락하거나

심지어는 폐기해야 할 만큼 손해를 보인다.

그런데 나염 할 때마다 불량의 숫자가 엄청났다.



그래서 그 불량 스카프를 모았고

다른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량 스카프를

아주 싼 값에 사서 모았다.

그리고 그 스카프들을 기계로 잡는 잔주름을 잡았더니

나염 불량과는 관계없는 특이한 스카프가 되어

주름 스카프 붐을 일으키며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주님은 온 나라가 냉해가 들 때

예수 믿는 사람만 냉해가 들지 않게 구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님의 자녀가 지혜를 구할 때

주님은 그 냉해를 이기어 나갈 길을 열어 주신다.



지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적 불황에 힘들어 하고 있다.

주님을 믿는 사람들도 그 고통의 환경에 다같이 들어와 있다.



날마다 순간마다

어떤 일을 대하든지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주님께 의지하고 지혜를 구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의 경험, 나의 지혜, 나의 자본을 고집하지 말고

나의 것을 주님의 것으로 바꾸어 하는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지나간 사업 경험이야기를 듣느라고

남자 성도님들의 눈이 반짝 거렸다.

사업에 힘들어 하던 그들에게

우리들의 주님이 곁에 계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리고 그들이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 힘에 겨웁도록 구제비로  낸 헌금이

그들의 피처럼, 살처럼, 생명처럼... 느껴져 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