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수 2,259
웅아
이제 열하루 남았네.
네가 일가의 엄연한 가장이 되고 꽃 같은 각시의 신랑이 되는 날이,
누구나 다 그런지는 몰라도 너도 지금 솔직한 심정은 이쪽 저쪽 눈치 살피랴, 비위 맞추랴
피곤하구 성가신데 인사치례고 절차고 다 집어 치우고 색씨나 나꿔 채 신혼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이십여년 전 너의 삼촌이나 나도 그랬어.
이 비위 저 비위 다 맞출라니 말도 많구 탈도 많구, 씨잘떼기 없는 치례가 좀 많아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애 고아끼리는 좋겠다고 입방정도 떨었단다.
웅아
내가 유월에 결혼해 부산 시가에 첫인사 가서,
시가 가까운 일가 친척 점고(點考)할때 맨 꼬랑지에 초등학교 일학년짜리 네가 있었지.
누나와 장난치고 깔깔거리고 얼굴엔 장난끼가 살살 기는 고런 나이였어.
그래두 런닝셔츠만 입고 놀다가 할아버지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니 들어가서 티셔츠를 찾아 입고
문밖엘 나서는 맹랑한 꼬마였었단다.
그러다 육학년 때 너희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도 너희 곁을 떠났지.
그때부턴 할머니 할아버지 슬하에서 컸고.
산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인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근력이 그만하시고, 또 두살 위인 누나가
제법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분별이 있어서 서로 공부도 같이 하고 의지가 됐을거야.
할아버지는 바람막이가 되주시고, 새벽밥해서 도시락 챙겨주시는 할머니 정성 가히 없었어도
누나나 네게는 외로운 소년기 였을 게다.
삼촌이나 고모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다 보는 것 뿐이었지 뭐.
믿는다 믿어주마 하면서도 언제나 염려는 됐지. 다른 애들과 다를게 없잖아?
사춘기에 반항하고 비뚤어질까봐,
부모를 원망하고 억지 부릴까봐,
한 재산 물려 줄것도 없고, 공부 열심히 해서 제 앞가림해야 하는데 딴짓 할까봐도 걱정,
젊은 울분에 쌈박질할까봐, 객기 부리고 운전부주의 할까봐도 걱정.
괜한 걱정은 끝이 없었지.
할아버지 초상 때
' 아빠 돌아가시고나선 할아버지를 아빠 대신으로 투정도 하고 어리광도 부렸었다 ' 고
이모 할머니 굽은 어깨에 굵은 눈물을 떨궜던 우리 웅아
웅아야
나는 십사년 동안 널 장조카의 자리에 두기 보다 ' 우리 맏아들 ' 로 가슴에 품어 두었었다
근데 이젠 ' 조카'로 내 놓을려고 해.
내가 네 아내 될 젊은 새댁의 입장이라도 '내 남편을 아들 처럼 아는 시숙모' 썩 달가운 존재가 아니지.
날 껄끄럽게 여길꺼야. ' 시에미 흉내 내는 시숙모' 는 나두 싫어.
그저 둘이서 서로 보듬고 살갑게 사는 걸 멀찌기서 보기만 하는 시숙모 자리가 좋아.
그리구 꼭 하고 싶은 말은 말이다.
웅아야
이 세상에 이미 안계신 아빠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너희 엄마. 마흔둘 나이에 혼자되어
지금은 새가정 꾸리고 산다는 너희 엄마
네 외갓집으로 결혼한단 소식은 알려야 하지 않겠니?
올 입장이 되든 못 되든 올 염치가 있든 없든
그건 외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아들의 결혼 소식을 돌아 돌아 남을 통해 듣는 건 참 못할 노릇이다.
할머니가 아무리 애뜻하게 하셔도 한 생전 사시겠니?
고모나 삼촌이 널 낳은 엄마만 하겠어?
장차 결혼 할 누나를 생각해서 라도.
그게 어른스럽지 않겠니?
시부모에게 자식 떼어 맡긴 죄로 오도 가도 못하고 남남 처럼 살긴 해도
너희 엄만 너희 남매 보다 훨씬 오매불망한 세월을 살았을텐데.
이제 열하루 남았네.
네가 일가의 엄연한 가장이 되고 꽃 같은 각시의 신랑이 되는 날이,
누구나 다 그런지는 몰라도 너도 지금 솔직한 심정은 이쪽 저쪽 눈치 살피랴, 비위 맞추랴
피곤하구 성가신데 인사치례고 절차고 다 집어 치우고 색씨나 나꿔 채 신혼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이십여년 전 너의 삼촌이나 나도 그랬어.
이 비위 저 비위 다 맞출라니 말도 많구 탈도 많구, 씨잘떼기 없는 치례가 좀 많아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애 고아끼리는 좋겠다고 입방정도 떨었단다.
웅아
내가 유월에 결혼해 부산 시가에 첫인사 가서,
시가 가까운 일가 친척 점고(點考)할때 맨 꼬랑지에 초등학교 일학년짜리 네가 있었지.
누나와 장난치고 깔깔거리고 얼굴엔 장난끼가 살살 기는 고런 나이였어.
그래두 런닝셔츠만 입고 놀다가 할아버지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니 들어가서 티셔츠를 찾아 입고
문밖엘 나서는 맹랑한 꼬마였었단다.
그러다 육학년 때 너희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도 너희 곁을 떠났지.
그때부턴 할머니 할아버지 슬하에서 컸고.
산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인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근력이 그만하시고, 또 두살 위인 누나가
제법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분별이 있어서 서로 공부도 같이 하고 의지가 됐을거야.
할아버지는 바람막이가 되주시고, 새벽밥해서 도시락 챙겨주시는 할머니 정성 가히 없었어도
누나나 네게는 외로운 소년기 였을 게다.
삼촌이나 고모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다 보는 것 뿐이었지 뭐.
믿는다 믿어주마 하면서도 언제나 염려는 됐지. 다른 애들과 다를게 없잖아?
사춘기에 반항하고 비뚤어질까봐,
부모를 원망하고 억지 부릴까봐,
한 재산 물려 줄것도 없고, 공부 열심히 해서 제 앞가림해야 하는데 딴짓 할까봐도 걱정,
젊은 울분에 쌈박질할까봐, 객기 부리고 운전부주의 할까봐도 걱정.
괜한 걱정은 끝이 없었지.
할아버지 초상 때
' 아빠 돌아가시고나선 할아버지를 아빠 대신으로 투정도 하고 어리광도 부렸었다 ' 고
이모 할머니 굽은 어깨에 굵은 눈물을 떨궜던 우리 웅아
웅아야
나는 십사년 동안 널 장조카의 자리에 두기 보다 ' 우리 맏아들 ' 로 가슴에 품어 두었었다
근데 이젠 ' 조카'로 내 놓을려고 해.
내가 네 아내 될 젊은 새댁의 입장이라도 '내 남편을 아들 처럼 아는 시숙모' 썩 달가운 존재가 아니지.
날 껄끄럽게 여길꺼야. ' 시에미 흉내 내는 시숙모' 는 나두 싫어.
그저 둘이서 서로 보듬고 살갑게 사는 걸 멀찌기서 보기만 하는 시숙모 자리가 좋아.
그리구 꼭 하고 싶은 말은 말이다.
웅아야
이 세상에 이미 안계신 아빠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너희 엄마. 마흔둘 나이에 혼자되어
지금은 새가정 꾸리고 산다는 너희 엄마
네 외갓집으로 결혼한단 소식은 알려야 하지 않겠니?
올 입장이 되든 못 되든 올 염치가 있든 없든
그건 외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아들의 결혼 소식을 돌아 돌아 남을 통해 듣는 건 참 못할 노릇이다.
할머니가 아무리 애뜻하게 하셔도 한 생전 사시겠니?
고모나 삼촌이 널 낳은 엄마만 하겠어?
장차 결혼 할 누나를 생각해서 라도.
그게 어른스럽지 않겠니?
시부모에게 자식 떼어 맡긴 죄로 오도 가도 못하고 남남 처럼 살긴 해도
너희 엄만 너희 남매 보다 훨씬 오매불망한 세월을 살았을텐데.
2007.12.11 20:18:26 (*.108.200.30)
눈물이나네~~
장하게 자라 장가 든다니 기뻐할 일인데`~
찬정아~
너도 많이 애썼구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을 사나? 가 생각난다.
장하게 자라 장가 든다니 기뻐할 일인데`~
찬정아~
너도 많이 애썼구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을 사나? 가 생각난다.
2007.12.12 02:56:02 (*.128.176.8)
중2, 중3의 딸, 아들을 두고 영영 떠난 친구를 대신해
그저 가끔이라도 이모(애기 때부터 내게 그렇게 불렀던 조카같은 아이들)가 돼주자
섣부른 맘 먹은지 만 11년이 지나건만
잉꼬부부였던 아버지의 재혼에 혼란스러웠는지 큰 애가 대학 첫 해에 바로 입대하고,
유난히 작은 손(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왜소증)으로도 꽤나 잘 치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작은 앤 어찌 되었는지...
유일한 통로였던 여동생(진짜 이모)마저 중2 아들 달랑 하나 남기고 언니 뒤를 따라가 49일 막 지났단 올 여름방학 속초에서의 비보에
그 날의 일출 본 거며 울산바위 오른 게 다 허망하고 얼마나 애통하던지...
언니 대신이라며 속초에 오면 꼭 전화해서 자기 집에 묵으라고 신신당부했던 동생인데
해마다 강원도를 갔으면서도 전화 한 통 아끼며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멋대로 생각하다가
겨우 그 날에야 전화를 했건만 뒤통수를 맞고야 때 늦은 후회하는 미련한 나에 비하면
찬정이는 얼마나 엽렵하고 훌륭한 숙모인지...
엄마 잃고 힘들게 사춘기를 보냈을 그 아이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찬정이는 가슴 속에 아들로 보듬어 온 조카를 훨훨 제 짝 찾아 떠나 보내는데 나는 이제사 찾는다.
순희야, 희상아! 어디에 있니? 제발 건강하고 행복하렴.
그저 가끔이라도 이모(애기 때부터 내게 그렇게 불렀던 조카같은 아이들)가 돼주자
섣부른 맘 먹은지 만 11년이 지나건만
잉꼬부부였던 아버지의 재혼에 혼란스러웠는지 큰 애가 대학 첫 해에 바로 입대하고,
유난히 작은 손(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왜소증)으로도 꽤나 잘 치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작은 앤 어찌 되었는지...
유일한 통로였던 여동생(진짜 이모)마저 중2 아들 달랑 하나 남기고 언니 뒤를 따라가 49일 막 지났단 올 여름방학 속초에서의 비보에
그 날의 일출 본 거며 울산바위 오른 게 다 허망하고 얼마나 애통하던지...
언니 대신이라며 속초에 오면 꼭 전화해서 자기 집에 묵으라고 신신당부했던 동생인데
해마다 강원도를 갔으면서도 전화 한 통 아끼며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멋대로 생각하다가
겨우 그 날에야 전화를 했건만 뒤통수를 맞고야 때 늦은 후회하는 미련한 나에 비하면
찬정이는 얼마나 엽렵하고 훌륭한 숙모인지...
엄마 잃고 힘들게 사춘기를 보냈을 그 아이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찬정이는 가슴 속에 아들로 보듬어 온 조카를 훨훨 제 짝 찾아 떠나 보내는데 나는 이제사 찾는다.
순희야, 희상아! 어디에 있니? 제발 건강하고 행복하렴.
2007.12.14 15:34:25 (*.154.146.46)
찬정아.. 그럼 언제 인천오는거야???
엊그제 울반 모임에서 한 친구가 그거(머리 구루프)
언제 받을수 있냐고??? 하더라구...
한국오면 전화하렴(:t)
엊그제 울반 모임에서 한 친구가 그거(머리 구루프)
언제 받을수 있냐고??? 하더라구...
한국오면 전화하렴(:t)
2007.12.16 22:04:33 (*.119.234.11)
인옥이, 혜순이, 인애, 정옥이
모두 잘 지내지?
송년 모임이다, 크리스마스다, 선거까지 겹쳐서 모두 들떠 있는 분위기네.
너무 늦게들 다니지 말구 건강에두 신경 쓰시게. 몸 부실해지면 워쩔려구.
삐까 삐까 新品 만 좋은 거 아녀. 허름해졌어두 길 잘든 중고도 쓸모가 월매나 많어.
나는 이번에 윗동네는 못가. 동행하는 일행들(두 남자)이 학교 빼먹고, 직장 빼먹고 가는 사람들이라 빨리 와야지.
오늘은 햇볕은 반짝했는데 찬바람이 불어서 아주 추웠어.(영하는 아니지만)
이맘때부터 봄이오는 3월까지
맑은 날은 우리동네 우리애가 졸업한 소학교 3층 복도에서 보면 후지산이 산뜻하고
선명하게 한눈에 보인다.
실제로는 200킬로 쯤 떨어졌는데,
그만큼 일본의 관동지방은 툭 트인 평야이기도 하고 후지산이 높기도 해서.
팔월부터 눈이 쌓이니 지금은 하얀 눈산일껄. 요즘 못 봤네.
모두 잘 지내지?
송년 모임이다, 크리스마스다, 선거까지 겹쳐서 모두 들떠 있는 분위기네.
너무 늦게들 다니지 말구 건강에두 신경 쓰시게. 몸 부실해지면 워쩔려구.
삐까 삐까 新品 만 좋은 거 아녀. 허름해졌어두 길 잘든 중고도 쓸모가 월매나 많어.
나는 이번에 윗동네는 못가. 동행하는 일행들(두 남자)이 학교 빼먹고, 직장 빼먹고 가는 사람들이라 빨리 와야지.
오늘은 햇볕은 반짝했는데 찬바람이 불어서 아주 추웠어.(영하는 아니지만)
이맘때부터 봄이오는 3월까지
맑은 날은 우리동네 우리애가 졸업한 소학교 3층 복도에서 보면 후지산이 산뜻하고
선명하게 한눈에 보인다.
실제로는 200킬로 쯤 떨어졌는데,
그만큼 일본의 관동지방은 툭 트인 평야이기도 하고 후지산이 높기도 해서.
팔월부터 눈이 쌓이니 지금은 하얀 눈산일껄. 요즘 못 봤네.
2007.12.18 19:34:56 (*.119.234.11)
순호 언니
축하의 꽃다발 고맙습니다.
언니 글쎄 말이유. 우리 엄니가 잔정은 없으셔도 대범하신 냥반인데,
요즘 마음이 복잡하신가 봐요.
내 살아 생전에 손주 장가을 들이니 책임 다 했다 싶은 맘도 있고,
어린 것을 맡아 기른 애뜻한 정에 손자를 빼앗기는 듯한 서운함도 크신 것 같고 .
난 대견하기만 하구마는. 그래서 한치 건너 두치라고 하는 건가요?
큰 손녀가 어학연수로 6개월 호주에 가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허전해 하시더라구요.
언니한테 하는 얘긴데
우리 엄니가 나헌티 엉길까봐(?) 난 전보다 더 쌀쌀스럽게 한다우.
나도 늙을거구 우리 어머니가 지내온 길을 고대로 간다는 건 알지만 노인들은 받아주면 점점 요구가 많아져서.
언니! 나 죄 받아서 지옥 가겠쮸? 그렇더라두 헐 수 읎슈.
축하의 꽃다발 고맙습니다.
언니 글쎄 말이유. 우리 엄니가 잔정은 없으셔도 대범하신 냥반인데,
요즘 마음이 복잡하신가 봐요.
내 살아 생전에 손주 장가을 들이니 책임 다 했다 싶은 맘도 있고,
어린 것을 맡아 기른 애뜻한 정에 손자를 빼앗기는 듯한 서운함도 크신 것 같고 .
난 대견하기만 하구마는. 그래서 한치 건너 두치라고 하는 건가요?
큰 손녀가 어학연수로 6개월 호주에 가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허전해 하시더라구요.
언니한테 하는 얘긴데
우리 엄니가 나헌티 엉길까봐(?) 난 전보다 더 쌀쌀스럽게 한다우.
나도 늙을거구 우리 어머니가 지내온 길을 고대로 간다는 건 알지만 노인들은 받아주면 점점 요구가 많아져서.
언니! 나 죄 받아서 지옥 가겠쮸? 그렇더라두 헐 수 읎슈.
2007.12.29 02:01:01 (*.119.234.10)
= = = = = 비하인드 스토리 = = = = =
받아 논 날은 부득 부득 다가와서 결혼식을 하고, 주인공들 신혼여행 떠나는 걸 보며 한팀은 정리했는데,
멀리서 오신 노인 손님들이 집에 오셔서 하룻밤 묵어 가신다니 그러려니 했으면서도 ...... 에구 고단해라.
뒷날 모두 가시고 허리 펴고 쉬어 볼까 했더니 웬걸.
내 키 반절만한 대구를 ' 억수로 잡혔는지 값이 헐하더라 ' 면서 사들고 오신 시이모,
뽀얗게 손수 말린 오징어를 다섯축이나 가지고 오신 시고모,
샛노란 배추고갱이가 꼬습다고 뽑아 오신 외숙모,
누구 손엔 단감이 한자루 들려 있기도 하고,
누군 새로 짠 참기름을 슬쩍 우리 가방에 넣어 주시기도 하고,
만리 타국에서 온 손자(우리 애) 용돈 한푼 쥐어 주고 싶어 일부러 오신 것 같은 분도 있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시는 허리 굽은 친척 시어른들.
우리 엄닌 외로울 겨를은 읎으시겠네.
결혼식 전날 신부집에서 한 차 가득 싣고 와 부려 놓고 갔다.
신접 살림 할 집은 따로 있으니 신접 살림살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얼뜻 보니 이부자리가 한채 있다. 방마다 장속에 이불이 그득하던데 또 이불.
" 갸가 내 이불을 해 온다기에 내야 쓸 일이 없지만 그만두란 말 안했다. "
느이가 나중에 한국에 살러 오면 줄려구. "
나는 짝 짝 짝 손뼉까지 치며
" 잘 하셨어요. 좋은 거 많이 챙겨 두세요. "
예순 넘고 일흔 넘은 우리 시이모님들은 잠시도 앉을 새가 없는데
젊은 난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고, 알아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 메누리가 여럿인 집은 일 잘하는 메누리 한 둘에, 살랑 살랑 입으로 비위 맞추는 메누리도 있어 좋더구먼
쟤는 제 살림이나 겨우 하지 큰일은 토-옹 헐 줄 몰라."
평소에는 내 흉이 새나갈까봐 감싸 덮고, 없는 말을 지어서라도 칭찬 처럼 하시던 우리 엄니가
일할 줄도 모르고 입으로 비위도 못 맞추는 흑싸리 껍데기 빈 쭉쨍이라고 나를 헐뜯으셨다.
孫婦를 보시더니 믿는 구석이 있으신가.
어제 저녁 무렵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처가에서 하루 묵고, 오늘 할머니네 왔다면서.
목소리들어보니 마냥 좋은가 보다.
가족이 된 후 처음으로 조카 며느리와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진부한 덕담이 오간 후, 기껏 한다는 말이
" 너 할머니 말씀 너무 잘 듣지 마 . 그럼 점점 더 잘 들어야 한단 말야. "
" 할머니 한테구 누구한테구 너무 잘 할려구 하지두 말구, 그냥 지금의 맘이 변하지 않으면 돼. "
전화니까 얼굴은 안 보이지만 안도하는 낯빛이 역력했다.
잘하기 보다 더 어려운게 변하지 않는 거 라는걸 그 나이에는 잘 모르지.
" 오늘 할머니네서 잘꺼니?"
" 예. 엄마가 내일 아침 할머니 아침 진지 해 드리라고 반찬 싸주셨는데 국은 어떻게 하지요? "
" 몰라. 나두 몰라. 나두 맨날 할머니가 해 주시는 거 얻어 먹기만 해서 말이야. 그냥 명심하고
일찍 일어나서 할머니가 하시는 거 거들기만 해. "
물어 볼걸 물어 봐야지. 황당하게스리.
받아 논 날은 부득 부득 다가와서 결혼식을 하고, 주인공들 신혼여행 떠나는 걸 보며 한팀은 정리했는데,
멀리서 오신 노인 손님들이 집에 오셔서 하룻밤 묵어 가신다니 그러려니 했으면서도 ...... 에구 고단해라.
뒷날 모두 가시고 허리 펴고 쉬어 볼까 했더니 웬걸.
내 키 반절만한 대구를 ' 억수로 잡혔는지 값이 헐하더라 ' 면서 사들고 오신 시이모,
뽀얗게 손수 말린 오징어를 다섯축이나 가지고 오신 시고모,
샛노란 배추고갱이가 꼬습다고 뽑아 오신 외숙모,
누구 손엔 단감이 한자루 들려 있기도 하고,
누군 새로 짠 참기름을 슬쩍 우리 가방에 넣어 주시기도 하고,
만리 타국에서 온 손자(우리 애) 용돈 한푼 쥐어 주고 싶어 일부러 오신 것 같은 분도 있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시는 허리 굽은 친척 시어른들.
우리 엄닌 외로울 겨를은 읎으시겠네.
결혼식 전날 신부집에서 한 차 가득 싣고 와 부려 놓고 갔다.
신접 살림 할 집은 따로 있으니 신접 살림살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얼뜻 보니 이부자리가 한채 있다. 방마다 장속에 이불이 그득하던데 또 이불.
" 갸가 내 이불을 해 온다기에 내야 쓸 일이 없지만 그만두란 말 안했다. "
느이가 나중에 한국에 살러 오면 줄려구. "
나는 짝 짝 짝 손뼉까지 치며
" 잘 하셨어요. 좋은 거 많이 챙겨 두세요. "
예순 넘고 일흔 넘은 우리 시이모님들은 잠시도 앉을 새가 없는데
젊은 난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고, 알아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 메누리가 여럿인 집은 일 잘하는 메누리 한 둘에, 살랑 살랑 입으로 비위 맞추는 메누리도 있어 좋더구먼
쟤는 제 살림이나 겨우 하지 큰일은 토-옹 헐 줄 몰라."
평소에는 내 흉이 새나갈까봐 감싸 덮고, 없는 말을 지어서라도 칭찬 처럼 하시던 우리 엄니가
일할 줄도 모르고 입으로 비위도 못 맞추는 흑싸리 껍데기 빈 쭉쨍이라고 나를 헐뜯으셨다.
孫婦를 보시더니 믿는 구석이 있으신가.
어제 저녁 무렵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처가에서 하루 묵고, 오늘 할머니네 왔다면서.
목소리들어보니 마냥 좋은가 보다.
가족이 된 후 처음으로 조카 며느리와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진부한 덕담이 오간 후, 기껏 한다는 말이
" 너 할머니 말씀 너무 잘 듣지 마 . 그럼 점점 더 잘 들어야 한단 말야. "
" 할머니 한테구 누구한테구 너무 잘 할려구 하지두 말구, 그냥 지금의 맘이 변하지 않으면 돼. "
전화니까 얼굴은 안 보이지만 안도하는 낯빛이 역력했다.
잘하기 보다 더 어려운게 변하지 않는 거 라는걸 그 나이에는 잘 모르지.
" 오늘 할머니네서 잘꺼니?"
" 예. 엄마가 내일 아침 할머니 아침 진지 해 드리라고 반찬 싸주셨는데 국은 어떻게 하지요? "
" 몰라. 나두 몰라. 나두 맨날 할머니가 해 주시는 거 얻어 먹기만 해서 말이야. 그냥 명심하고
일찍 일어나서 할머니가 하시는 거 거들기만 해. "
물어 볼걸 물어 봐야지. 황당하게스리.
2008.01.30 21:14:43 (*.148.121.8)
잘 지내고 있구나~
찬정아 "흑싸리 껍데기" 소중한 걸 엄니가 모르시나보다
울 신랑 초등학교44회 모임이 있는데, 하나 같이 내무부장관 말을 잘 안들어
내가 하는말 "사학싸리 껍데기"들만 모여서 다 똑같다고 하면
<쓰리 고>날려면 "사학싸리 껍데기"가 꼬~옥 필요 하다신다.
어느 곳엔가 꼬~옥 필요한 사람이면 되는거지 뭐 있냐...
찬정아 "흑싸리 껍데기" 소중한 걸 엄니가 모르시나보다
울 신랑 초등학교44회 모임이 있는데, 하나 같이 내무부장관 말을 잘 안들어
내가 하는말 "사학싸리 껍데기"들만 모여서 다 똑같다고 하면
<쓰리 고>날려면 "사학싸리 껍데기"가 꼬~옥 필요 하다신다.
어느 곳엔가 꼬~옥 필요한 사람이면 되는거지 뭐 있냐...
2008.02.01 00:36:14 (*.119.234.10)
미숙아
너 어디 갔다 왔니?
내가 한달전쯤 보낸 메일도 안 봤던데. 종종 메일 좀 열어 봐.
여긴 요즘이 제일 추운 때야. 영하로는 거의 안 내려가지만.
따뜻한 온돌이 없는 일본의 집은 나 처럼 사철 발이 시려워서 양말을 신어야 하는
사람은 한국의 따뜻한 바닥 생각이 간절하지.
이런 저런 난방 수단이 있지만 잘 때는 다 끄고 누울 자리에만 전기 매트로 뜨듯할 정도만
해 놓고 자. 이젠 그게 익숙해져서 어쩌다 한국에 가서 온통 뜨끈 뜨끈한 방에서 자려면 잠이 안 와.
머릿속에서 땀이 나고, 코가 막히고, 밤새도록 누웠다 일어났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밤 꼴딱 샌 적도 있어.
매화가 필려고 꽃망울이 커졌어. 겨울 들어 눈이 한번 왔었는데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쯤 더 올려는지......
너 어디 갔다 왔니?
내가 한달전쯤 보낸 메일도 안 봤던데. 종종 메일 좀 열어 봐.
여긴 요즘이 제일 추운 때야. 영하로는 거의 안 내려가지만.
따뜻한 온돌이 없는 일본의 집은 나 처럼 사철 발이 시려워서 양말을 신어야 하는
사람은 한국의 따뜻한 바닥 생각이 간절하지.
이런 저런 난방 수단이 있지만 잘 때는 다 끄고 누울 자리에만 전기 매트로 뜨듯할 정도만
해 놓고 자. 이젠 그게 익숙해져서 어쩌다 한국에 가서 온통 뜨끈 뜨끈한 방에서 자려면 잠이 안 와.
머릿속에서 땀이 나고, 코가 막히고, 밤새도록 누웠다 일어났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밤 꼴딱 샌 적도 있어.
매화가 필려고 꽃망울이 커졌어. 겨울 들어 눈이 한번 왔었는데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쯤 더 올려는지......
요즘 젊은 며느리들 말하는 거 보면 정말 맹랑하더라.
시에미 능멸하길 심심풀이 쯤으로 생각하더라구. 내말이 쫌 심했나?
아뭏든 두손 들었어.
유학생으로 왔다가 어렵사리 취직이 되서 작년에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는데,
친정이 쫌 사는가봐.
얼마전에 한국에 친정엘 간다고 하더라.
" 할머니도 애기 보고 싶어 하실텐데 시댁에도 가지? "
" 아니요. 우리 엄마가 애기 보고 싶다고 비행기 티켓값 줄테니 오라고 해서 가는 거예요. "
" 아니 그래두 시댁이 멀지도 않구 열흘이나 있는다며. "
" 안 갈꺼예요. 애아빠가 안가도 된다고 했어요. 힘 들다고 "
아 ~ ~ 나는 졌다.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아무려면 어때. 내 메누린가.
다는 아니지만 요즘 많이 그렇더라.
세모 인사나 할려구 들어 왔다가
괜히 남의 메누리 흉 보는데 거품을 물었네.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모두 바쁘지?
올해 여러 친구가 애 써준 덕분으로 참 좋은 한해로 기억될거구먼.
내년에도 모두 건강하고 좋은 일로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모두 모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