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은 때아닌 천둥과 호우로 놀래키던 날씨가
그날은 언제 그랬나는둥 말갛게 개어 우리의 만남을 예비해주었지.
8반의 모임이라 했지만, 그건 핑곗거리고 누구나 오고픈 사람 다 오라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정작 8반 친구들 중엔 나, 남갑순, 김미경, 이운옥이 이렇게 넷과
그날 8반 명예회원으로 등록된 정혜숙, 조인숙, 최인숙 그리고 최인옥 이렇게 넷,
이름하여 팔선녀가 덕소 산자락 밑에 하늘과 잘 어울리는 널찍한 집을 마련해 두고
구름처럼 비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는 성진(고경옥)을 만났다.
뜬금없이 구운몽의 주인공 이름을 들썩이는 이유는
그날의 우리들 모습이 마치 시간이 정지된 한 폭의 산중 동양화였거든.^^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현실의 모든 복잡함을 잠시 잊고 일탈하는 즐거움 같아,
그것이 한갓 헛된 꿈이라 할지라도
그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현실도 새록새록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텃밭이 내다보이는 널찍한 거실에서
경옥이가 키웠다는 노오란 호박고구마 먹으며 재잘대던 소리들이
아직도 귀에 머물러 있다.
(그날의 모습은 아마도 인옥이랑, 갑순이가 올려줄 것이니 조금만 참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