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대고 가방을 들여 놓고 보니
생전 가즈런히 벗어 놓는 법이 없는 남편의 슬리퍼가 나란히 놓여 있고,
내가 널어 놓고 간 빨래를 차곡 차곡 개서 쇼파 한구석에 쌓아 놓았다.
하긴 그게 별 일은 아니다.
내가 있을 땐 가만히 모셔 두는 걸로 아는 제 손을
' 아내의 부재 ' 동안 만은 스스럼없이 걷어 부친 것 뿐이니까.

일주일 홀아비 식생활비로 이만엔 놓고 갔는데
냉장고를 열어 보니 뒷벽이 훤히 보이도록 食材라곤  하나도 없고
냉동칸엔  나는  사 본 적도 없는 벨 벨 인스턴트 냉동식품이 빼곡하네.
" 에구 !   어쩐다. "   잠시 우두망찰하던  ' 돌아 온 아내 '는
한 주간 외유로 푹 쉰 손을 둥둥 걷어 쌀를 씻고,
손 큰 친구의 선물 '진부령 황태'  봉지를 열어  북어국을 끓이고,
싸고 싸고 꼭 꼭 여며서 넣어 주신 우리 엄니의 반찬을 꺼내
뿔뿔이 흩어졌다 모인 세 식구 저녁을 차렸다.
그날 우린 제각각 일주일간 살아 온 이바구를 하느라 북어국 찬사도
내가 이고 지고(?) 온 밑반찬의 감탄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북어국을 끓였다.
신문을 줒어들고 들어오던 남편이 국 끓는 냄새가 나니 사람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방금 줒어 들은 조간 신문이나 스므해 넘게 같이 산 마누라나
새록 새록 산뜻하게 반가울 건  없어도
있을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집안에 훈기가 도는걸까.

우야둔동
샹데리아 불빛 아래 폴짝 폴짝 뛰던 만남의 흥분도 잠시
' 우리 언제 다시 ' 막연하나마 후일을 기약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 왔다,
나를 저버린 밍크코트가 야속하고,
그 많은 행운을 나 만  빼놓고 즈그들 끼리만 나눠 가진거 아닌가 의구심도 들었지만(농담)
모두 모두에게 감사  감사.

또 만나기로 했던 그 약속 잊지말고
재회의 그날
건강하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