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30년 전 여고시절을 마감하면서 다소 감상적으로 혹은 꽤 가슴저리며 마음에 품었던 생각이었는데, 어느 덧 흘러간 세월따라 정말 우리 모두는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확인(!을 하게 되는 가슴벅찬 시간을 갖게 되었어.

처음엔 '여고동창회'가 무에 그리 중요하고,
가뜩이나 바쁜 일상인데 더 쪼개쓸 시간이나 정력이 있는지,
그동안 30년 동안 거의 한 번도 보지 않고, 생각지 않았어도 사는 데 별 지장없었는데 새삼 인연을 되돌릴 필요가 있는 지,
되돌리고 싶지 않은 어두운(!) 기억도 더러 있고,
지금의 내가 다른 동창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하는 것도 편치않고,
모임이라면 의례껏 돈 얘기 나올 것이고, 얼마나 내야 하며,
굳이 이런 저런 것에 마음 불편해 하며 과연 동창회에 가야 하는가 등등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할거야.

그런데 놀라운 건, 막상 친구들을 만나니까 약 10초간의 어색함 뒤에 좀처럼 떠오를 것 같지 않던 친구들의 이름, 기억들이 마치 마술처럼 마구 튀어오르는 정말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더라는 거야. 내가 몰랐던, 친구들이 기억하고 있는 예전의 나를 알게 되는 것도 즐겁고, 이 세상에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귀중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 친구들이 이제는 앞으로 남은 내 생에 크고 작은 분량으로 보탬이 되고 힘이 되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는 거야.

내가 6반 부반장이었다는 것 때문에 우리 반 모임 연락 및 기금 모금을 하게 됐는데, 내 생각에는 누가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이고, 우리 모두 자신의 재정적 역량과 마음의 편함과 즐거운 정도,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즐겁게 기쁘게 참여할 수 있으면 해. 이런 생각으로 우리 반 친구 모두에게 나 스스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요청하려고 해. 3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돈 얘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모두 인정해 주겠지? 그래도 불평 안 하고, 연락할테니까 반갑게 받아 줘, 알았지?^*^

지난 번 통합 반창회 때 다음 모임 일시를 정하지 못했는데 여름 방학 끝나기 직전이 어떨까?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의견주기 바래.

글이 좀 길어져서 미안해.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나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