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그림전을 하나 보려고 벼르던 터에
어제야 교보에 가서 르네 마그리트란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요즘은 글씨가 작은 건 잘 보이지도 않고 눈이 침침하고
촛점이 잘 안맞아 작은 글씨는 자연히 피하는 편인데요,
이 책은 글씨도 작고 값도 비싸더군요
제가 제대로 피하는 책이었다지요.ㅋㅋㅋ
값은 화보가 많아서 비싼 거였답니다.
전시회를 가기위한 준비의 책이었지요.


르네 마그리트!!!
저는 잘 몰랐던 작갑니다.
세상의 작가를 제가 다 알리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 작가가 몇 되는데(아니 아주 쬐끔)
처음 들었지요~~~에궁^^
우리나라에서 전시를 하고 나면 이젠 집대성해서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만 전시를 한다고 하는 화가이고
독특한 초현실주의 작가라는 아주 평범한 정보만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그의 화집이나 전기를 사서 보아야
작품감상을 돕겠다 싶어서 급하게나마 책을 산 거지요.
그런데 꽤 비중이 있는 작가인가 보더군요~~~


그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리모델링하면서
건물외부에 펜스를 쳤었는데 거기에 그려졌던 여러 남자의 신사의 모습을
지나치신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기억을 하실텐데요,
그 신사의 모습이 바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라는군요.
그러니 아무 것도 모르고 보았지만 자주 보았으므로 쉽게 다가오긴 하더군요.
아하~~~그 그림이 마그리트의 작품이라~~~왠지 반갑기까지도...


오늘 혼자 보려고 했는데요,
어제 제 동생 인경이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늘 삼청동수제비를 먹자구요~~~
수락문자를 보내고는 오늘 열한 시 반에 만났습니다.
그래서 같이 감상을 하기로 하였지요.
삼청동은 요즘 무지하게 변하고 있더군요.
그 수제비집은 여전히 사람도 많고 맛도 좋은 편이구요~~~


발길을 돌려
서소문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갔습니다.
날씨가 쾌청하여 점심을 즐기는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커피를 들고는 담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입장권이 만원이었는데요,
인경이가 잠깐 기다리라며 그녀의 가방에서 장애인증명서를 꺼내 보이니까
두 사람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왠지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마치 돈을 번 것처럼요~~~ㅎㅎㅎ
그녀가 지난 년초에 뉴욕과 워싱턴을 갔다오더니
장애인(소아마비거든요,동생은.)이기를 밝히며 혜택을 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만원이 굳었습니다.ㅋㅋㅋ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참 간결하고 사실화 비슷한 작품이 많습니다.
형상과 상상을 통해서 현실과 초현실을 나타내고 있었지요.
매트릭스영화나 폴 매카트니같은 대중문화의 기수에
동기부여를 많이 한 벨기에의 작가라는 마그리트는
초상화에도 아래의 사진처럼 뭔가를 조금 비틀어 놓거나
어떤 오브제를 상징적으로 그려 넣는다는군요.
환한 사실적 사진같은 작품도 뭔가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어머님이 그의 나이 열네살에 강에서 자살성의 익사를 했다고 하고
그 영향이 적잖이 작품에 녹아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어릴 때의 강한 트라우마가 그의 생애를 걸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나 느껴졌습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강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고~~ 그래서 비중이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1898년에  태어났구요,
1967년 8월 15일에 생을 마쳤다고 하는군요.
죽으면서도 본인이 죽음을 예고해서
그의 자택, 침구에서 숨을 거두웠다고 합니다.
대단한 영감이 있는 작가였지요?~~


게다가 글도 그렇게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아주 잘 썼다고 합니다.
유명한 화가들중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네요...
마침 그 옆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천경자의 그림과 수필도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도 재밌게 읽고 있었거든요.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글도 맛깔나게 쓰는 분들이지요?


비록 저는 잘 몰랐지만
대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사람의 삶을 이렇게 보기도 하고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으로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도슨트의 설명도 너무 유익했어요.
하지만 저는 다 알아듣진 못하겠더라구요.
반면 미술을 전공한 제 동생인 인경이는 고개를 많이 끄덕이더군요.


그림을 감상하고 나서 나오는 길목 로비 1층에서
진중권의 미학오딧세이  2권을 사갖고(서로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미술관을 빠져나와
신문로의 성곡미술관 앞에 있는 커피스트란 커피전문점을 찾아갔습니다.
가 보니 오래된 출판사인 일조각의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고
커피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커피를 배전하여 주더군요.
나름 멋쟁이처럼 보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바리스타인 주인 여자분도 또한 철학이 있어보였구요...
커피의 향을 충분히 즐기고 나왔습니다.


여사모 선배님들 말대로 북촌일대를 거닐며
(삼청동에서 가회동을 거쳐서  계동과 재동을 지났거든요.)
서소문의 미술관, 신문로에서의 대화,
삼청동에서의 맛있는 점심~~~
이렇게 즐긴 데이트~~~서울북촌을 돌며
기분좋고 유익하게 마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l)(:l)(:l)(:l)(:l)~~~~2007.3.9.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