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자식을 셋  두었다 ' 라고 하면  과거에 내가 배 불렀던 횟수를 잘 아는 이들은
남편이 난봉질을 했는갑다 하고 묘한 웃음 까지 흘려 가며  P C 앞으로 의자 바싹 땡겨 앉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낳은 자식이 하나에 물려 받은 자식이 둘이란 얘기다.
동기간 우애가 아무리 돈독키로쏘니 자식을 물려줘?   텃밭이나 물려 주면  얼갈이 배추나 숭궈 먹지.
제 자식 하나 간수하기도 머리가 셀지경이라는데 우야꼬.

십삼년전 큰시숙이 젊은 처 와 한창 크는 남매를 남기고 병환으로 돌아 가셨다.
혼자  먼길을 떠나던 그 유월의 새벽녘.   꿈인가 생시인가 싶게 누가 나를 깨워서 놀라서 일어나 앉아
있었고, 오분 쯤 후에 임종을 알리는 전화가 왔지.
어머닌 차마 떠나 보낼 수 없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도
젊은 미망인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두 자식을 맡기고 재가했어.
아직 보숭보숭한 깃털의 어린새는 에미 품에 파고 들고 싶으련만  매정한 어미새는 날라가 버리더라.
" 천륜인 부모 자식의 인연을  아주 끊으라고는 안한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애들에게  심심하면 불러내 짜장면이나  사 멕이며 혼란주지 마라.
쟤들이 커서 철들어 에미 찾으면 그 인연은 막지 않으마 " 고 서슬 푸르게 단도리를 하셨었다.

할아버지는 바람막이 역할, 할머니가 전적으로 양육을 맡으셨고
애들의 삼촌인 남편은 마누라 알게 모르게 구메구메 조카들의 뒤를 챙겼을거라고 짐작되고.
나는 ' 난 자식이 셋 '이라고  무슨 이단 종교의 주문 처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한 배에서 낳았다고 해도 그리 많지 않은 세 아이.   중학교 2학년  큰애 윤(친. 외가를 통털어
하나 밖에 없는 누나다) 육학년  형  웅, 그 밑의 막내 원  그렇게 삼남매가 되었지.

그 후로 십삼년
제 부모가 다잡아 키워도 제 멋대로 크는 애들이 수두룩한 판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격한 자애 덕일까,
밤낮 빌고 비시는 눈물 겨운 정성 덕일까 애들은 늠름하고 반듯하게 자라 제 앞가림 충실히 하는 나이가 되였다.
둘 다 공부도 마쳤고 직장도 다 가졌으니 빨리 결혼도 시켰으믄 싶은데.

" 숙모 .  사귀는 애가 있는데 걔네 집에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 왜  네가 어때서?   할아버지 초상 때 모두 너를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집안내만 아니면 사위 삼고 싶다고
얼마나 껄떡거렸는데, 걔네는 뭘 잘 모르는 거  아니니?"
" 부모님 안 계시다고 그러는 거죠. "
"부모 못지 않은 삼촌 숙모가 있다고 하지. "
낯 간지러운 소리로 눙쳤다마는  나는 가슴 속에서  뭔가 철렁 내려 앉는 소리를 들었다.
" 아니 열세살  먹었던 넌 부모 읎이도 잘 컸는데 걔는 왜 다 큰애가 시부모감이 읎는게 한이라니? "
" 숙모  언제 한국 오시는지 한번 보실래요? "
" 그런 얘기 하는거 보니 걔가 너를 덜 좋아 하는가 부다.   서로 더 좋아하면 그때 볼께. "
누나도 빨리 좋은 사람 있으면  좋을텐데.   꿈도 안 꾸고 있으니.   왜 요즘 애들은 결혼을 한사코 미루는지 몰라.

나는 빨리 조카 사위 조카며느리를 맞이 하고 싶다.
시숙모니 처숙모니 행세를 하고 싶은건 아니고.
늙으신 조부모의 힘겨운 보살핌에 제 부모한테 맹키로 투정을 부려봤겠나,
숙부모에게 어리광을 한번 부려 본 적이 있길 한가.   생각 해 보면 가슴 짜ㅡ안 하지.
어서어서 제짝 만나 서로 보듬고 살갑게 사는게 보고싶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