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거의 삼십년만에 오랜 친구들을 만났었지.
잊고 살았던 친구들이었지만,  얼굴을 보니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렇게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많이 행복했지.


그 날 늦은 시간까지 평례와 함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위에서 무릎이 시리다. 허리가 시리다.
몬 말인지 몰랐었다.
근데, 그 날 발목이 시립드라구.
나두 늙어가구 있다는 얘기지.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는 아예 누워버렸다.


하여, 다음날 찜질방 행.
내가 살고 있는 안산신도시.(불과 1년도 안 살았지만,)
대형찜질방이 어마무시로 많다.
한증막에 가서 한바탕 땀을 내고...
이러기를 몇 차례.
나이를 먹어가면서 방향감각이 무뎌짐을 느낀다.


어디가 어딘지를 못 찾겠드라구.
여탕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지.
위에서 한남자가 내려오드마.
근데, 느낌이 이상한거야.
나, 이렇게 생각했어.
'오호, 찜질방에서두 작업이 들어오네'
이노마, 한 서른 너댓쯤 되보이드라구.
천천히 나를 향해 오는 그 남자,
나 또 이렇게 생각한다.
'자식,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저노마가 말 걸면 모라구 그러지.
참, 별일을 다 겪는구만.'
천천히도, 걸어온다.
드디어 몸을 나에게로 조금 숙이면서 말한다.
빨리 좀 말해라 ,  이느마....
명 짦은 년  숨 넘어가긋다.
"여기, 남탕인데요~~~~~~~~~!!"
휘리릭~~
썩을 놈.


이것이 첨이 아님을 내 스스로 밝힌다.
일종의 양심선언인게지.
한동안은 찜질방을 순례했었다.
돈 3만원만 있으면,
미역국 밥 사먹고, 식혜 사먹고, 때두 밀구......
하루 잘 보내잖아.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
찜질방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 한권 가지고 들어가,
땀 내면서 책 읽으면 행복이 모 별거야,
행복만땅~~~~!!

그 날두 그랬다.
땀을 내구 나왔지.
여자탈의실로 가고 있던 중이었어.
몬 글씨가 보이드라구.
'염색 13,000원'
내가 염색할때가 됐었거든.
젊을때에는 머리가 너무 까매서 염색을 했는데,
이제는 흰머리가 장난이 아닌거야.
머리 뒤집으면 다 흰머리야.
염색약 하나두 거의 만원인데 되게 싸다싶었지.
그래서 그 글을 보면서 계속 들어간거야.
지금이야, 경기가 안좋아서  파마구 염색이구 이만원하는데가 많지만,
그때에는 보통 동네 미장원에서3만원이었잖아.
명동 나가면 45,000-50,000원이구.
쁘띠끄미용실은 더했지만.....
내가 동대문에서 옷장사할때에는 그런데를 더러 다니긴 했지만,
안산에선 백수잖아.
염색이나 해야쓰것다하구 들어갔는디,
흐미, 거기가 남자, 남탕이었던거야.
왜. 있잖아,
우리두 목욕탕 가면 미장원 있는것처럼.........


거기엔, 전라의 한남자가 서 있는거였어.
흐미, 이거 어쩐다니.
타올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거야.
나하고 눈이 마주쳤는디..........
이건 몰 어떻게 할수가 없드라구.
나, 순간 뇌파정지에  중추신경마비~~~~~~~~~!!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이 얼마였는지 모르지만,
그 남자하구 나하구 둘이 그냥 그렇게 동작그만~~!!
심 봤다~~~~~~~~~~~~!!


그래두, 난 괜찮아,
난 찜질방 옷 입구 있었거든.
그 남잔 빨개벗구 있었구....
그 남자 정말 억울했을거야. 그쟈?


휘리릭~~~~~~~~~!!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도망쳐 나와버렸지.
ㅋㅋㅋ


형씨. 미안혀.
본심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