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오 감격의 통화를 했단다.  서울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선생님 댁으로 전화를 드렸지. 목소리가 많이 연로 하셨음을 느끼게 했지만, 선생님의 기억력은 변함이 없으신듯.  제가 누구노라고 차근차근 말씀드리자 기억을 해주셨어.  내가 인일에서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그리고 10여년전에 내가 식사 대접을 했을때 어떤 선생님이 동석을 했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시더구나.  얘기가 길어지면, 인일시절에 우리와 나누신 얘기 하나하나 짚어내어 말씀하시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 정도로, 선생님의 기억력은 대단하셨어.

그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지 않아도 섭섭함이 있으셨다고...남학생들은 동창회다 뭐다해서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있는데...하시며, 우리들을 향하신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셨어.  나는 궁색한 변명을 했지. 이제까지 대부분의 우리가 아이들 키우고, 직장에서 자리잡고, 인생의 어려운일 한두개 겪느라고 바삐지냈다고. 이제부턴 시간적,심적 여유를 찾고 자주 모임을 하면서, 선생님들을 모시겠노라고.

우리의 8월 18일 모임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단다. 그날 스케줄을 꼭 비워두시라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하시겠단다. 자주 연락드리기로 하고 통화를 마쳤어.  

차마,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울고 불고한 우리의 해프닝에 대해선 말씀 드리지 못했어. 조심스러워서.

선생님을 찾아 뵘고, 맛난것 사드리고 시간을 나누고 싶은 것은, 멀리 있는 나로선 마음 뿐이구나. 가까이 있는 너희들이 자주 찾아 뵙고,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같구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