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내가 정말 싫었다.
오늘은 교회 창립 기념일. 깜박 깜박하는 내가 못 미더워
아침 일찍, 주문한 떡도 찾아다 놓고
미리 사다 놓은 회감도 미리 미리 문앞에 내다놓고...
이제 신발만 신고 나가면 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싶었다.
조신히 소파에 앉아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가면 좋으련만
'잠깐 인일 홈피나 둘러보고 갈까?
얘들은 주일 밤일테니 내일 월요일 시작하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구먼...'
하며 책상에 앉았던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을까?
이젠 홈피 둘러보는 요령이 생겨 아주 짧은 짬에도 모든 정보의 update가 용이해졌다.
'자 자 이제 더 빠지기 전에 예서 일어나는 거다'
이렇게 기특하게 맘먹고 노트북 문을 탁 닫고 일어서서 문을 나서려는데
열쇠가 없는거다.
어? 아까 식탁에 있던 열쇠를 거실까지는 가지고 나온거 같은데 어데갔지?
내가 움직였을 동선은 너무도 뻔한데 거꾸로 되집어 움직여 보고, 다시 거실로 나와보고
위 아래 바닥 기듯 다 찾아보았건만 안보인다.  
이런 일이 한두번 일어난건 아니지만 오늘은 좀 심했다.
빨리 가서 성가 연습도 해야되는데 이런 낭패가....
30분쯤 찾다가 마침내 포기하고 emergency열쇠를 꺼내쓰기로 했다.

후반전--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찾기가 시작됐다.
열쇠가 달린 ID 지갑엔 운전면허증, 동네 도서관 카드, Block buster 비디오 가게 카드, 수퍼마켓 카드, 체육관 카드랑 집열쇠, 사무실열쇠가 매달려 있어서,
없으면 일상에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닌거다.  
오후 내내 딸까지 동원시켜
안방 뒤집고, 식당 뒤집고, 컴 책상위 하며 거실 뒤집고...
아침에 세탁기를 돌렸으니 혹시나 하고 세탁기 건조기까지 들여다봤으니...
자신을 마구 마구 미워하며 자책하는 나에게
딸은 '엄마 열쇠 어디 뒀나 잊어버리는 건 괜찮아... 열쇠를 어떻게 쓰는지 잊어버리는게 곤란하지'
하며 위로인지 겁인지를 주고 있다.
2시간 넘게 뒤졌는데도 안 나온다.
할 수 없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내일 아침에 해야할 일들을 점검해야한다.
당장 임시면허증이라도 발급받으려면 RMV(자동차 등록소)엘 가야될텐데
인터넷에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야한다.
다시 컴 책상엘 앉았다. 근데 책상 옆에 놓인 쓰레기통이 좀 수상하다.
혹시?
엉? 얘가 왜 여길 들어가있지?
어이구... 아까 교회 가기전에 컴 앞에 앉을 때 아무렇게나 책상 위에 팽개친
열쇠꾸러미가 책상위에 쌓인 서류, 책, 종이 더미에서 밀려
아래에 있던 쓰레기통에 소리도 없이 내려앉은 모양이다.

오늘 난 내가 너무 싫었지만,
이 경고가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