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꽃 사랑  **
                    
                                                                              김 진 규


저와 아내는 일주일 가운데 주일날이 제일 바쁩니다. 성가 연습을 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성가대
연습실 쪽으로 가는데 아내가 갑자기 "벌써 붓꽃이 피었네, 정말 예쁘구나."라고 하였습니다.
그쪽을 보니, 정말 바위 틈사이로 누가 심었는지, 우리 부부는 성가 연습 시간이 바쁜데도 한동안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습니다. 붓꽃에는 이런 꽃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옛날 이탈리아의 어느 마을에 아이리스(Iris)라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 아가씨의 매력적인 아름다움에 그 도시의 많은 총각들이 구혼을 했지만, 이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수는 없었습니다. 마침내 이 처녀의 아름다움과 소문은 그 나라의 왕자님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권세에 눈이 어두워진 부모의 청에 못 이겨 왕자와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행복하지도 않았던 그들의 결혼 생활은 설상가상으로 왕자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슬픈 아이리스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작은 바위산에 앉아 들꽃을 구경하기도 하고, 호숫가에서 작은 새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엾은 공주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름 없는 시골뜨기 화가였습니다.
그 화가는 온갖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서 아이리스를 기쁘게 해줍니다.

마침내 화가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굳게 닫은 아이리스는 젊고 다정한
화가의 청혼을 받아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골 화가는 그럴수록 더욱 아이리스를
아끼고 사랑하고 도와줍니다. 어느날 그녀는 바위틈에 피어오르는 붓꽃을 가리키면서,
"그대가 저 꽃이 정말로 살아 있는 꽃으로 그린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답니다.
청혼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날부터 화가는 온 정성을 다해
붓꽃만 그렸습니다. 붓꽃이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한 해, 두 해, 세 번째 해의 붓꽃이 활짝 피던날,
이 화가는 정말 아름다운 붓꽃 그림을 가지고 아이리스를 찾아갑니다.

"보세요, 아름다운 붓꽃이예요, 당신만 생각하며 그렸답니다. 정말로 살아 있는 듯하지 않아요?"
아이리스는 그 그림을 받아서 바라봅니다. 그러나 아이리스의 얼굴은 밝지 않았습니다.
"이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를 않는군요."라고 하며 머리를 가로 저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예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그 그림의
붓꽃위에 사뿐히 앉았습니다. 기쁨에 찬 아이리스는 그 화가를 힘껏 껴안았고,그들은
행복한 결혼을 하였답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An Iris (붓꽃)이라고 불렀답니다.

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주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스스의 날 행사를
정성껏 준비하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라 ---." 저는 꽃을 달고 앞자리에 앉아 있기가 송구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저들을 부모된 마음으로 가르쳤는가?라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학교가 황폐되어 가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모두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서로 나뉘어져서 싸우기가 일쑤이고, 학생들은 교사를 스승으로 모시지 않습니다.

얼마 전만해도 행실이 바르지 못한 아이에게는 "너,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니?" "너, 선생님께 이른다."
라는 말이 가장 무서웠는데, 지금 그런 말쯤은 옛추억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이제 선생된 우리들이 진실과 사랑을 회복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리스를 그렸던 시골뜨기 화가처럼 참사랑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곳에 하나님의 기적적인 역사가 예쁜 나비처럼 임하게 될 것입니다.
붓꽃이 피면 여름이 온다고 합니다. 교단의 여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