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에 오겠다던 친구들이 드디어 오늘 온다.
아침부터 들떠서 집안일을 콧노래로 해치우고, 팔에 깁스한 순임이를 차에 태우고 갑사로 달렸다.
아 오늘 날씨까지 협조해주네.
굽이굽이 돌아 갑사로 가는 길은 연둣빛 새순들이 우리를 반기고있었으니....
한발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들과 우린 손을 맞잡고 하나같이 말했다.
"어머 너 고대로다 .어쩜 하나도 안변했니"
그래 정말 그랬다.
여고시절 공부 잘하고 얼굴 예쁘고, 목소리까지 옥구슬같았던 신인선은 화장기없는 마알간 모습으로,
동그란 얼굴에 항상 웃음이 가득했던 배정화는 여전히 웃음을 가득 머금은채로,
여성연합회 회장에 영양사회장에 걸맞게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난 김소림,
가만히 없는듯 있다가 한마디 던지는 말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문희선,
예나 지금이나 성대모사의달인 이인희,
유명 부띠끄사장님답게 빠알간 쟈켓의 정혜숙,
시시콜콜 옛날 번호까지 다 외고있는 감초 조인숙,
진짜 하나도 변하지 않아 질투의대상이 되어버린 장경원,
삼십자 댓글의 여왕 최인옥,
코가 헐어서 민간요법(?)으로 돼지 기름에 불을 붙여 코를 지지고 왔노라며 떠들어되던 오은순,
(내가 보기엔 2도 화상수준이었음)
우리의 영원한 반장 범생이 조순임,
아침부터 마음은 갑사에 가있었다며( 제대로 진료나 했는지?) 총알같이 달려온 김혜경,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의 샤론스톤 허인애.

누군가 두분 선생님께 "얘는 샤론스톤이에요"라고 하자 김진규 선생님 왈
"그게 무슨 돌이름인가?" 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물어 보시는 것이다.
그러자 한친구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얘들아 그영화 제목 뭐지?" 하고 물었다.
"위험한 정사"
내가 마치무슨 퀴즈대회에 나온듯이 재빠르게 대답하자
"어머 쟤 지방에 살더니 저렇게 됐다" 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지는 나의궁색한 변명
"우리 남편의 비디오 취향이 위험한 정사, 가면의정사 .. 주로 그렇거든"

엄숙한 갑사경내에서 배정화,김소림 배를 잡고 주저앉아 눈물흘리며 일어서지 못하더군.
아 두분 선생님은 너무나 순수하고 성(?)스러운신데,
(참고로 두분 모두 교회 장로님으로 '원초적 본능'류의 영화엔 관심 없음)
나는 왜 머리와 입이 따로 놀다 밑천이 나오고 만건지.
이리하여 오늘의 토크쇼 1위는 샤론스톤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