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애도, 연주도 군에 보낼 만큼 큰 아들애가 있다니
꽤들 일찍 결혼했었구나.
인애가 83년 운운 그러니까
그때가 생각난다.
83년 8월 7일
아들애 백일 담담날이었어.
시댁따로, 친정따로, 친구들 따로, 손님을 연거푸 치른 탓에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지쳐 빠져 있었지.
우리 순둥이 아들은 방바닥에 누워 혼자 자기 발가락 가지고 놀고 있더랬고.
근데 느닷없이 프로 야구 중계를 하던 방송에서
"국민 여러분 공습 경보를 알려드립니다....뿌용~ 뿌용~~
이건 훈련 상황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그 흥분에 떨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때 니들 모하고 있었니?
아! 난 숨이 턱 막히더라.
아이를 보호해야한다는 본능외에엔 어느 감각도 작동하고 있지 않는 느낌이었지
젤 먼저 분유통이 몇개나 남았나 세고는 기저귀 가방을 꾸렸지.
그게 내 피난 보따리 전부이더라.
그리고나서 남편을 쳐다보니까
좀 황망해하는 눈빛이더니만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이 안난다 샤워먼저 하고 나와야겠어"
하더니만 목욕실로 들어가더라.
기가 막혔지만
나나 남편이 어떻게 되는건 안중에도 없었으니까 아무런 말도 안나왔지.
남편 샤워 소리를 들으며 난 엎드려 울면서 기도하고 있었어 이 아이를 안전하게 살려달라고....
그 17분! 난 17시간 같았지.
그러더니 남편 샤워소리가 끝나니까 갑자기 모든게 일상으로 돌아간 듯
뿌용대던 나팔소리도 아파트 밖 호각소리도 더 이상 안나더구나.

그래서 난 83년 여름을 17분간의 공포로 남편은 17분간 찬물 샤워로 기억하고 있지.
우리가 25년을 눈 깜짝같이 지나온거 같아도
우리를 훑고 간 낱낱의 사건들은 연륜만큼 남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