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스크바에 온 지 4개월 밖에 안되었는데도
한 4년은 된 것 같이 서울과 우리 친구들이 왜 이리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지....

우리 그리운 친구들 모두 잘들 있지?
내가 너무 오랫동안 이 곳에 안 나와서 혹시 KGB에 잡혀갔나 걱정(?)은 안 했겠지?
이래저래 이 곳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무척 바쁘기도 했지만
이 곳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아 소식을 이제야 전한다.

여기서 햇님을 본 지가 언젠가 몰라...
매일매일 흐리고 눈발이 날리다 말다 하고 햇살이 비치는가 싶다가 금방 들어가 버리네.
예년에 비해 많이 춥지는 않다고 해서 아직 털모자는 안샀어.
(사실은, 다양하고 예쁜 모자는 정말 많은데 아직 머리통이 작아보이는 걸 못 골라서..ㅎㅎ)
여기 모스코비치(모스크바사람들..약간 특권의식이 느껴지지.하긴,아직도 거주증명서가 필요한 도시니까)들은
그런 우울한 날씨를 무시하려는 듯
단순하지 않은 디자인의 털코트와 모자와 높고 화려한 부츠와...
하여간 정말 겨울 옷차림들이 얼마나 멋진지 몰라.사람들 자체가 크고 하얗고 쭉 뻗어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지,
박물관,음악회,음식점등등 어딜가도 입구에서 외투등을 맡기고 들어가야해.
한번은 `모스크바 써커스`를 보러 갔는데
정원이 3500명 정도 들어가는 써커스 극장 홀에 그 많은 사람들의 옷을 맡아주는 곳이 질서정연하게 되어있단다.
나는 처음에는 비싼(?) 내 코트 잃어버릴까봐 걱정하며 맡겼는데
비싼 모피코트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척척들 맡기는 것을 보고 이젠 그냥 나도 줄 잘 서지.

그냥 입고 들어가려고 하면 단호하게 옷 맡기고 오라고 그러는 걸 보고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첫째, 겨울 옷들이 너무 두꺼워서 자리가 좁고 복잡해 보여서?
둘째, 밖에 입고 다니던 옷들이라 병균이 많이 있을까봐?
셋째, 겨울옷이 두껍고 세탁비가 비싸 별로 세탁들을 안하는 사람이 많아 더러워서?
어쨋던 여기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아주 당연히 옷부터 벗어 맡기지.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라 그런지 어딜가도 난방은 잘되어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곤하던
모스크바 곳곳에 평평한 아름다운 숲들이
겨울이 되면서 나무들이 맨 살을 들어내며 눈 꽃을 피우고
저 깊은 숲 속의 오솔길, 벤취들을 그대로 보여주니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이야..
그래도 우리 한국의 산과 단풍과는 비교할 수 없지.
여기 우리집에 위성방송 `KBS WORLD`가 나오는데
우리 꼬마랑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6시 내고향`이야.
서울서는 안보던 프로인데 여기서 보니 시골 토속적인 음식들이 얼마나 그리운지..ㅎㅎㅎ

내가 너희들 여기오면 안내하려고 아직도 러시아어를 배우긴하는데....
이제 겨우 지나가면서 길거리 간판을 떠듬떠듬 읽고 물건값을 묻는 정도야.
사실 마음대로 공부가(?)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냥 나이탓이려니 하고 마음을 비우고 꾸준히 해야겠지.

혜숙이 학원에서 모인 친구들.
특히 피지에서온 정옥이,몸이 아팠었다던 규(내 너가 한번은 아플줄 알았지,그렇게 바쁘더니)
우리 회장 은경이 등등 모두 반가왔어.
춘선이와 옥규의 글은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푸근하지.
혜숙이 귀여운 막내가 수능을 보았는데 미리 격려도 못하고.(늦었지만 초코렛 사가지고 갈께)

우리 12기 신년회는 언제니?
이 번 12월 22일 쯤 우리 아이들 짧은 겨울 방학을 이용해
서울에 한 두주 반쯤 다니러 가려는데
시간이 맞으면 모두 보고싶구나~~~ (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