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바라보는 바위는 왠지 씩씩해 보이네.
오랜만이지?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친구들에게 안부 편지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


다들 잘 있지요?
나도 니들과 마찬가지로 늘 들어와 보는데 쓰지는 못 하고 있었지. 당췌(요즘 이 말이 유행인가 봐) 여유가 안 생기더라고.

음~    난 대체로 잘 지내고 있어. 물론 고달픈 일들도 많았지. 뭐 그래도 그냥 아주 절박한 일 아니면 시간 가니까 쪼매 쪼매 해결되더라구. 언젠가 최미영이가 쓴 글에 있었지? -이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정말 그렇더라구.


학교에서 난 임감독님(?)으로 자리잡았고, 그래서 며칠 전에 아이들이 요리 실습을 했는데 임감독님 초대장 많이  받았다는 거 아니니.
수업이 끝나고 한적한 운동장에서 선 후배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게 참 자랑스럽고 좋은가 봐.
보기도 좋아. 가능하면 운동장에 나가 구경하곤 해.
훌륭한 패스나 슬라이딩, 인터셉트나 슛 할 때는 반드시 슬며시 쳐다보며 씩 웃어 줘야 하거든.
나 원 참......  앞으로 또 무슨 일을 할지.......  얘들아 사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건 아닌가 봐.


얼마 전에 있었던 언어치료 건물 개관식을 위한 학예발표회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
음악 선생이 올해 초에 왔는데 원래 오페라를 전공하던 음악학도였어(기막히게 노래 잘 해,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최고야!!! 선희 빼고....).
근데 대학 졸업 할 때 쯤 목에 병이 생겼대. 잘 하기는 하지만 오페라 가수가 되기에는 문제가 생긴 거지.
그래서 특수음악으로 대학원을 하고 특수학교로 온 거야.
근데 정말 성격이 좋고 후덕해서 어찌나 보기가 좋은지 몰라.

그 선생이 아이들에게 합주를 가르치는데 서양 노래와 사물놀이를 섞어서 가르치더라.
원래 선생이 잘 알면 쉽게 가르치잖아. 그래선지 아이들이 쉽게 배우더라고.

합주는 <문 리버>를 커다란 실로폰(?)으로 두 아이가 치고 나머지는 박자를 맞추는 타악기를 치는 것으로 시작해.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리랑을 아이들이 직접 부르며 격렬한 사물놀이로  짜릿하고 빠르게 끝나.

청각장애아들 말 하는 거 들어 봤니?  노래는 ?
훈련이 잘 된 아이들은 비교적 자연스러운데 보통은 그렇지 못하거든.
아이들이 그 꺽꺽한 발음과 발성으로 박자를 맞쳐가며 아리랑을 부르는 부분에서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
장관이었어.
자기 긍정?  뭐랄까? 암튼 눈물이 주루룩 흘렀어.
슬픔이 아니었어.
뿌듯함, 안정감, 기쁨 이런 감정이었고, 아이들 표정처럼 내 맘이 평화로웠어.
그리고 저런 훌륭한 선생과 함께 한다는 게 너무나 고마워서 내 몸의 한 배 반은 되는 그 선생을 꽉 안아 주었지.


그나저나
정말 햇빛이 곱고 바람 좋고 그래서 보이는 모두가 다 예뻐 보이니 친구들이랑 걷고 싶다는 마음이 물씬 물씬 들어.
약속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 빼고 시간 좀 되고 맘 여유 있는  친구들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면 좋겠구나.
친구들 만나서 하하호호 웃는 시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약속에 대한 부담감이 크니 도대체 나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

좋은 책을 읽으면 아! 이 생각을 아이들하고 나누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좋은 노래 들어도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이러니 느그들이 나에게 힘을 주는 게 맞는 거 같다.
아무나 생각해도 실실 웃음이 나오니까.
배고플 땐 양순이, 꼬추(?) 보면 선희ㅎㅎ, 등산객 보면 화 생각나고, 좋은 목소리 들으면 숙희 생각나고, 조그맣고 동그란 여자 보면 효은이 생각나고, 천안 아래 얘기만 들으면 무조건 대전댁들 생각나고. 외국에 사는 친구들.....
혜숙이가 얘! 나는? 하겠다. 넌 언제나 우리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물이잖아.

니네도 해 봐. 누구? ㅎㅎ  누구? ㅎㅎ  누구? ㅎㅎ 비시식~~
아마 그럴 걸.

잘 지내자~